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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봉사자만 1천명…‘미스터 론리’는 외롭지 않아

등록 2017-12-18 04:01수정 2017-12-18 10:25

[애니멀피플] 영국 동물보호소 방문기
세계적 단체 ‘동물학대방지협회’
병원 4곳에 610억원 치료비 사용
런던 ‘퍼트니 동물병원’ 가보니
의료진 30명이 불철주야 돌본다

유서 깊은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150여년간 310만마리 입양 보냈지만
아무나 데려가지 못하는 깐깐한 보호소
“주변 주민들 반응도 호의적이다”
영국 런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의 고양이 보호시설에 있는 고양이. 방 안에는 고양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 많이 있었다.
영국 런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의 고양이 보호시설에 있는 고양이. 방 안에는 고양이가 가지고 놀 장난감들이 많이 있었다.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RSPCA 퍼트니 동물병원의 고양이 격리실에서 헤르미온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영국 런던 RSPCA 퍼트니 동물병원의 고양이 격리실에서 헤르미온느가 치료를 받고 있다.
고양이 격리실에서 치료 중인 고양이들은 4~6주 동안 치료를 받고 회복되면 동물보호소로 보내져 새 보호자를 만난다.
고양이 격리실에서 치료 중인 고양이들은 4~6주 동안 치료를 받고 회복되면 동물보호소로 보내져 새 보호자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헤르미온느’였다. 10월30일 풀숲에서 골반이 골절된 채로 발견됐다. 고통이 심해 이틀 동안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몸 안에는 신원을 확인할 마이크로칩이 없어 주인을 찾지 못했다. 얼굴에 검정 털이 섞인 이 흰 고양이는 진통이 심해 진통제를 먹으며 격리실에서 회복 중이었다. 이날은 식사 정량의 4분의 3 정도만 먹었다.

죽어가던 동물을 거두어 치료하고, 예쁜 이름을 붙여주고, 회복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는 이곳은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운영하는 런던 퍼트니 동물병원이다. 지난달 14일 ‘애니멀피플’이 이곳을 찾았다.

퍼트니 동물병원은 주로 런던 남서쪽 지역 개, 고양이, 토끼 등의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을 치료한다. 헤르미온느처럼 구조돼 온 경우와 경제적 부담 때문에 동물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이 이용한다. 치료비 75%는 동물학대방지협회가 부담한다. 협회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은 네 곳이 있는데, 한해 4170만파운드(610억원)가 투입된다.

이 병원 원장인 캐럴라인 앨런은 “동물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몇백만원에서부터 몇천만원까지도 수술비가 들어간다. 정부 지원은 없다. 모금 행사나 캠페인을 통해 재정을 조달한다”고 말했다.

퍼트니 동물병원 수술실의 모습. 이곳에서는 수술뿐 아니라 피검사나 장기 손상 여부를 검사하는 일반 검사를 하기도 한다.
퍼트니 동물병원 수술실의 모습. 이곳에서는 수술뿐 아니라 피검사나 장기 손상 여부를 검사하는 일반 검사를 하기도 한다.

병원 의료진이 수술하고 있는 모습. 또 다른 수술방의 모습이다.
병원 의료진이 수술하고 있는 모습. 또 다른 수술방의 모습이다.
수술실에는 이날 수술하는 개와 고양이의 이름이 화이트보드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수술실에는 이날 수술하는 개와 고양이의 이름이 화이트보드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일반 진료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진료가 끝나면 이곳 약제실에서 약을 조제해 준다.
일반 진료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진료가 끝나면 이곳 약제실에서 약을 조제해 준다.
퍼트니 동물병원 전경.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퍼트니 동물병원 같은 동물병원을 4곳 운영하고 있다. 런던에는 2곳이 있다.
퍼트니 동물병원 전경.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퍼트니 동물병원 같은 동물병원을 4곳 운영하고 있다. 런던에는 2곳이 있다.
그렇게 올해 이 병원에서 동물을 치료한 횟수만 8600건이다. 입원 횟수는 2700회나 된다. 수의사 8명과 간호사 21명 등이 일한다. 응급 동물이 있을 때는 밤에도 일한다.

1824년 설립된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170여개 지부와 동물병원 4곳 등 동물보호시설을 운영하면서 24시간 동물 학대 상담전화를 운영한다. 특히 300명의 동물 학대 감시관이 경찰과 함께 동물 학대 현장을 찾아가 동물을 구조한다. 병원에는 치료가 필요한 개나 고양이를 격리해두는 방뿐 아니라 일반 검사실, 치과 진료실, 엑스레이 촬영실, 수술실 2곳, 진료실과 약국 등이 잘 갖춰져 있었다. 수술실에는 이날 수술을 받을 개와 고양이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캐럴라인 앨런은 “여기서 1차 치료를 하고 4~6주 후에는 입양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소로 간다”며 “동물 개체 수가 늘어나면 부담이 된다. 특히 여름철에 많이 늘어나는데 그럴 때는 협회 보호소뿐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도 보낸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의 고양이 보호시설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의 고양이 보호시설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의 고양이방 모습. 방 한 칸의 크기가 사람 침대 넓이 정도 됐다.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보호소의 고양이방 모습. 방 한 칸의 크기가 사람 침대 넓이 정도 됐다.
고양이방은 한층에만 20곳이 넘게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고양이방은 한층에만 20곳이 넘게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미스터 론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8월30일에 들어와 아직 입양처를 찾지 못했다. 론리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
‘미스터 론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8월30일에 들어와 아직 입양처를 찾지 못했다. 론리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

개·고양이 성격까지 안내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는 구조 후 치료, 훈련, 입양까지 책임진다.

지난달 13일 찾은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2파운드(약 3천원)를 내면 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헤르미온느처럼 급한 치료를 마친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1860년 세워진 이 기관은 지금까지 약 310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입양 보냈다고 한다. 현재 직원은 437명이고 자원봉사자만 1천명쯤 된다.

4층짜리 건물 한 채가 모두 고양이를 위한 시설이었다. 90~100마리의 고양이가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방은 2㎡쯤 됐다. 고양이 한 마리와 계단, 장난감 등이 있었다. 웹사이트를 보고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를 돌보고 있었다. 방문 앞에는 방 주인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다.

3살 된 고양이는 ‘미스터 론리’라고 불렸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외부와 차단된 정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범블비’라는 이름의 6살 된 고양이는 몸을 웅크리고 낮잠 자기를 즐기고 사람에게 다가가 갸릉갸릉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자원봉사자나 직원이 정기적으로 산책을 시킨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자원봉사자나 직원이 정기적으로 산책을 시킨다.

새로운 보호자를 찾는 개들을 소개하는 게시판. 개의 나이, 성별, 이름, 특성을 자세히 적어두었다.
새로운 보호자를 찾는 개들을 소개하는 게시판. 개의 나이, 성별, 이름, 특성을 자세히 적어두었다.
개들이 있는 사육시설. 산책하러 나가 빈 방의 모습이다.
개들이 있는 사육시설. 산책하러 나가 빈 방의 모습이다.
큰 개가 많은 나라답게 개의 방은 3.3㎡ 이상으로 넓었다. 고양이처럼 개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특히 입양처의 조건이 상세히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4년5개월 된 암컷 잡종견 ‘앨리스’는 새로운 것을 잘 배우고 힘이 넘치는 성격이다. 도시 외곽지역에 살고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 정원이 있는 집이 필요하고 혼자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라고 했다. 8살7개월 된 보더콜리 ‘울피’는 테니스공 놀이를 좋아한다. 고양이와도 함께 살 수 있지만,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보호자가 더 적합하다고 안내했다.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개들은 자원봉사자를 따라 산책하러 나갔다.

세입자는 집주인 허락 받아야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신분과 주소를 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세입자라면 주인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보호자와 어울리는 동물을 찾았다면, 동물은 건강검진과 중성화 수술을 마친 뒤 새 보호자를 만난다. 입양비는 나이가 6개월 이상인 개는 135파운드(약 20만원), 그보다 어린 강아지는 165파운드(약 25만원)를 내야 한다. 6개월 이상인 고양이는 75파운드(약 11만원), 어린 고양이는 85파운드(약 12만4천원)를 낸다. 입양처를 찾는 개를 소개하면서 이 기관은 “한번 입양하면 끝까지 책임진다”고 적었다.

주민들은 동물 관련 시설이 마을에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곳 직원 에밀리는 “정부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해 사람들이 많이 안다. 혐오시설 논란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앨런은 “동물보호소나 동물병원이 마을에 있어도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개가 짖지 않도록 하고 산책 다니면서 변을 잘 치우는 노력을 하는 데 신경 쓴다”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보호소 직원들이 마당에서 개와 함께 촬영 중이었다. 영국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행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보호소 직원들이 마당에서 개와 함께 촬영 중이었다. 영국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행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영국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동물보호소 전경.
영국 런던의 배터시 개와 고양이의 집 동물보호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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