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19~21일 ‘제2회 국제캣산업박람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반려용품을 구경하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 ‘털렸다’.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캣산업박람회’에 입장한 이후로 손에 쥔 스마트폰에서 계속 진동이 울렸다. 카드 사용 내역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다. 3천원짜리 ‘캣닢’(고양이가 좋아하는 허브.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상승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쿠션부터 3만원짜리 밥그릇까지 하나씩 장바구니에 넣다보니 카드 사용 내역도 차곡차곡 쌓였다.
반려동물 가구 수가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수 증가로 관련 시장규모 또한 2012년 약 9천억원에서 2015년 1조8천억원으로 늘어 두 배 증가했다. 2020년에는 5조8천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팽창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2회째, 21일까지 열리는 '국제캣산업박람회'는 지난해 130여개 업체보다 많은 200개 업체게 350여 개 부스를 차려 참여했다. 반려인들이 선호하는 사료 브랜드부터 각종 캣타워와 해먹 등 가구, 고양이를 주제로 한 생활 소품까지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품목을 볼 수 있었다. 수의사가 직접 고양이를 돌보는 펫시팅 서비스나 반려동물 보험 등을 상담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악, 귀여워!”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 고양이를 주제로 만든 키링, 정리함, 컵과 접시 등이 판매대 위에서 반짝였다. 조끼 형태의 고양이 의류와 손으로 직접 뜬 작은 목도리 등 추위에 대비한 소품도 조잡하지 않고 예뻤다. 모든 사람이 한 손에는 쇼핑백, 한 손에는 카드를 들고 ‘긁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의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한 “마음으로 낳아 지갑으로 모셨다”는 고양이 반려인들 사이의 잠언이 현실로 발현하는 듯 했다.
“어머, 이거 진짜 좋아하겠네.” 옷에 고양이 털 좀 묻히고 다닌다 싶은 사람이 좋다고 감탄하는 물건을 보면 따라 사야 할 것 같았다. 작심하고 온 반려인들도 눈에 띄었다. 커다란 배낭, 여행용 가방이나 손수레를 끌고 장을 보는 이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왔다는 고양이 4마리 집사 엄나은(가명·26)씨도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박람회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평소 먹이는 사료도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고, 이런저런 새로운 간식이나 장난감도 저렴한 가격에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즐겁다. 오늘 저녁 장난감 쟁탈전이 심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사료 등은 온·오프라인 판매가의 30%, 화장실, 해먹, 캣타워 등도 20~40% 가량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고양이 장난감부터 캣타워, 고양이 해먹 등 다양한 제품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박람회에서 판매됐다.
박람회는 거대한 상담소이기도 했다. 동물병원이나 보험회사, 고양이 신문을 발행하는 업체는 물론이고 일반 판매 부스에서도 고양이의 습성을이나 취향을 물으며 친절하게 구매를 도왔다. 가구나 장난감 등은 누가봐도 반려동물용품으로 보이는 것보다 집안 분위기에 맞출 수 있는 깔끔한 디자인이 많았다. 캣타워, 고양이 해먹 등은 회색이나 베이지색을 주요하게 사용하거나 나무 본연의 결을 살린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모양새뿐만 아니라 ‘냥체공학적 디자인’을 자랑하는 물건들도 많았다. 구토를 방지하고 소화를 도울 수 있도록 키를 높인 밥상, 둥글게 몸을 말아 넣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살린 반구 모양의 해먹, 숨기 좋아하는 고양이를 배려해 몸이 쏙 들어가는 깊은 바구니형 집을 판매하는 부스가 많았다. 평소 마른 사료를 먹는 고양이들은 요로결석 예방을 위해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독특한 물그릇을 판매하는 부스도 눈에 띄었다.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맞춰 정수된 물이 샘솟듯 나오는 물그릇, 물빛을 아름답게 반짝이도록 디자인한 투명한 유리 물그릇이 반려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물그릇을 통해 빛이 투과되니까 고양이가 재밌어서 자꾸만 물에 입을 대개 되죠. 우리 집 고양이도 이 물그릇으로 바꾸고 평소보다 물을 훨씬 많이 먹어요.” 한 판매자가 500ml 쯤 물이 담길 듯한 커다란 유리 그릇을 보여주며 자기 경험을 말하자 듣고 있던 손님들 귀가 솔깃한다.
고양이 용품 판매 외에도 그림 전시, 길고양이를 위한 캠페인도 열렸다. 전시장에서는 겨울철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 자다 위험에 처하는 길고양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닝노크' 알림 캠페인과 캣맘과 캣대디에게 유기묘 사료를 나눠주는 ‘길고양이를 위한 10톤 사료산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다.
글·사진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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