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국제 연구팀, 노령견 ‘컴퓨터 게임기’ 공개
터치스크린에 물건 선택하면 먹이 보상
“두뇌 사용으로 노령견 정신 건강에 도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선택 게임’을 하는 반려견. 리사 월리스 등 국제연구팀은 노령견의 정신건강을 위해 반려견 컴퓨터 게임기를 개발하고 있다. 리사 월리스 제공
두뇌를 써야 하는 컴퓨터 게임을 노령견에게 가르치면 어떨까?
사람의 경우 스도쿠 등 각종 게임과 퍼즐 등 두뇌 사용과 평생 교육이 치매 예방을 위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이론을 개에게도 적용해 노령견을 위한 컴퓨터 게임을 만든 중간 연구 결과가 지난 7일 소개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수의대의 메설리연구소의 인지과학자 리사 월리스를 포함한 6명의 국제연구팀은 미국 <컴퓨터학회지>에 논문을 내어 반려견에게 게임을 한 뒤 보상을 주는 ‘반려견 컴퓨터’ 제작 경험과 훈련 방식을 공개했다.
컴퓨터 게임기는 컴퓨터 터치스크린과 음식지급기로 구성된 높이 1m의 박스다. 연구팀은 먼저 개가 컴퓨터 게임기에 익숙하게 한 뒤, 긍정적 강화를 이용하여 게임을 가르쳤다. 개가 터치스크린에 나온 물체를 코로 접촉하면 보상으로 간 소시지나 크림치즈, 피넛버터를 받았다. 두 물건을 제시한 뒤, 한 물건을 선택해야 보상을 받는 게임도 가르쳤다. 다른 물건을 선택하면 간식은 없었다.
연구팀은 “평균 15번의 훈련을 통해 게임 시스템을 이해했다. 6살 넘은 개 130마리 중 2마리만 배우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단 컴퓨터 게임을 배운 개들은 열정적인 ‘게이머’가 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풀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는 긍정적인 정신 자극을 준다. 연구팀은 컴퓨터 게임을 이용한 두뇌 사용이 노령견들에게 동기 부여와 집중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가정에서도 쓸 수 있는 ‘개 스도쿠’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일단 실험실에서 효과를 검증한 뒤, 가정용으로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이 나이가 들면 기억력, 동기 부여 등과 관계있는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것처럼, 개도 마찬가지”라며 “반려견 컴퓨터 게임기로 적극적인 정신활동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