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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올림픽…‘보신탕’ 간판 정비만 할 건가

등록 2018-02-12 05:01수정 2018-02-12 10:26

[애니멀피플] 임순례 동물단체 ‘카라’ 대표 기고
“88올림픽 끝나고 30년 흘렀지만, ‘개고기 논쟁’은 제자리
‘눈 가리고 아웅’ 정책 재탕…사회적 합의 모을 때 됐다”
임순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영화감독
임순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영화감독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지 30년 만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다. 그 30년 동안 대한한국의 글로벌 위상은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수직적 상승을 이루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 10위권 내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누구나 인정하는 아이티(IT) 강국의 위상도 챙기고 있다. 케이(K)팝과 드라마의 한류 열풍 또한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공감과 환호를 받는 것은 정말 너무나 행복한 변화이다. 1980년대 말에 프랑스로 유학 갔을 때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는 질문을 받고 ‘코리아'라고 대답하면, 열에 아홉은 “노스 오어 사우스?”(North or South?)라고 되물었다. 서울올림픽 직후라 그들이 아는 건 올림픽과 한국전쟁이 다였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들의 질문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 케이팝 가수나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다.

1988년 올림픽을 기해 정부는 개고깃집을 뒷골목으로 몰아냈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이 ‘사철탕’, ‘영양탕’으로 이름만 바뀌어서 골목 안쪽으로 밀려들어 갔다.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정책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지난번 겨울올림픽이었던 2014년 소치올림픽 때 당시 평창겨울올림픽위의 김진선 위원장은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사실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강원도의 최문순 지사는 평창올림픽을 맞아 외국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보신탕, 영양탕 간판 정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어찌 기시감이 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해 9월 경기 남양주의 한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던 개를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하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지난해 9월 경기 남양주의 한 개농장에서 식용으로 키워지던 개를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하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늘 국제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고기 식용 문제가 떠오르면 문화상대주의, 문화사대주의 논쟁으로 흘러가거나 ‘개만 불쌍하고 소, 돼지는 안 불쌍하냐?’ ‘개식용 반대론자들은 모두 채식주의자여야 마땅하다’는 식의 지엽적 혹은 비본질적 논쟁만 되풀이되곤 한다. 한국인들이 외국 여행할 때마다 지겹게 듣는 “너희 나라는 개를 먹지 않니?”라는 질문에 당혹해하면서 옹색하게 하는 답변이 “나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키우는 개와 먹는 개가 따로 있다”라는 말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할 사람이 따로 있고 인간으로서 권리를 누리지 않아도 될 사람의 구분이 없듯이, 애초에 먹히기 위해 따로 태어난 개는 없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산업은 아주 특수한 지점이 몇 있다. 일단 개농장에서 개를 집단 사육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그리고 번식장이나 가정 분양이 안 되는 소위 ‘반려견’이 개고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유통망이 아무런 제재 없이 작동한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반려견과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는 개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음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게 마땅하다. 계절 음식 중에 유독 여름나기 음식으로 육식인 삼계탕과 개장국을 먹어왔는데, 이는 고단백과 고지방 음식이 별도로 없었던 시기의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농가의 큰 자산인 소나 돼지는 먹을 수 없으니, 마을에 오래된 개를 하나 잡아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더위와 힘든 농사일에 지친 마음과 몸을 달랜 것이다. 뒤뜰에 자유롭게 뛰어놀던 토종닭 하나 잡아 온 식구가 영양을 보충하던 그런 모습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요즘 대부분의 한국인은 사계절 내내 영양 과잉 상태다. 일년 내내 우리는 직장에서의 회식이나 가정의 식생활을 통해서 충분하고도 넘치는 육식을 하고 있지 않던가? 게다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조건도 많이 생겼다. 에어컨과 선풍기, 통풍 좋은 옷감들 덕분에 옛날처럼 육체가 혹사당하지 않는다.

요즈음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지리적 의미에서의 국가의 국민보다는 세계시민의 측면도 확대되었다. 전족, 여성 할례, 아동학대 등 그 나라의 고유한 전통의 이름으로 은밀히 폐쇄적으로 행해지던 일들은 이제 더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그 모습 그대로 견지할 때만이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과감하게 폐기하고 수정해나가는 것이 문화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모든 사람이 긍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문화의 속성이 아니던가? 개식용 문제, 이제는 정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때가 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을 넘었다. 정부가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임순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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