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요크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인간의 고음과 과장된 몸짓이 반려견과의 교감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해피야아~, 산책 나가볼까아~” (과장된 몸짓과 고음으로)
“해피야, 산책하러 나가는 게 어떻겠니?” (무뚝뚝한 목소리로)
개는 두 사람 중 어떤 사람을 더 좋아할까?
영국 요크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 높은 음성과 과장된 몸짓 등 사람이 아기에게 말하듯 말해야 개가 더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는 동물 인지와 행동을 다루는 학술지 ‘동물인지’(Animal Cognition) 최근호에 실렸다.
사람 아기가 태어난 뒤 석 달 이상이 되면, 엄마·아빠와 소리로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때 ‘맘마’ ‘아아’ 등 모음을 중심으로 한 높은 음성에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곁들여진다. 이러한 언어를 ‘유아어’(infant directed speech)라고 하는데, 개와 소통할 때도 유아어와 비슷한 ‘반려견어’(dog directed sppech)가 의사소통과 교감에 좋다는 것이다.
케이티 슬로콤 요크대 교수(심리학)는 이 학교가 6일(현지 시각) 낸
보도자료에서 “유아어는 언어를 보조하고 아기와의 유대를 향상시킨다. 인간이 개를 대할 때도 유아어의 특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기존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고음과 과장된 몸짓이 강아지 시기 때엔 효과적이라고 했으나, 성견일 때에는 큰 관계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성견에도 마찬가지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개를 혼자 방에 넣은 뒤 스피커를 이용해 실험하지 않고, 사람이 같은 방에서 머물면서 직접 말하도록 했다.
실험자는 고음으로 개에게 주로 하는 문장(반려견어)을 구사했다. “너는 좋은 개야”(You're a good dog!) “산책하러 갈까?” (Shall we go for a walk?) 같은 문장이다. 또 다른 실험자는 개에게 자주 하는 문장을 쓰지 않고 어른에게 말하는 식으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를테면 “나는 엊저녁에 극장에 갔다 왔어”(I went to the cinema last night.)라고 말을 걸었다.
그 뒤, 개가 어떤 사람에 더 집중하고 신체적 접촉을 하는지 살펴보니, 유아어와 비슷한 반려견어를 구사한 실험자에 더 반응했다. 연구팀은 또 반려견과 관계되지 않는 내용을 반려견어로 구사해보기도 하고, 그 반대로 실험해보기도 했는데, 알렉스 벤저민 박사과정생은 “이렇게 상충하는 내용으로 대화할 경우 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개는 반려견과 관련된 내용으로 반려견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교감했다”고 설명했다.
즉, 개에게는 아기처럼 어르듯 이야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개와 관련된 내용을 아기에게 대하는 운율과 톤으로 말해야 개의 주목을 끌 수 있고 유대가 강화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