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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우리는 늑대의 후손…댕댕이에게 운동장을 허하라

등록 2018-03-26 07:30수정 2018-03-26 09:36

[애니멀피플]
사람도 갑갑한 마당없는 집
개에게는 얼마나 좁으랴
목줄 없이 뛰고 싶은 욕구
반려견 놀이터에서 채운다

민간업체는 식당 등 편의시설 제공
바닥 재질, 그늘 여부 확인하고
‘개 친구' 사귈 만한 곳으로 가라
22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반려견 놀이터 ‘개떼놀이터 용인점’의 운동장에서 개들이 달리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 반려견 놀이터 ‘개떼놀이터 용인점’의 운동장에서 개들이 달리고 있다.
개 한 마리가 속도를 내 달리자, 나머지 개들도 우르르 쫓아갔다. 개 떼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인공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휘휘 돌았다. 콜리처럼 생겼는데 덩치가 작은 ‘셰틀랜드쉽독’들이었다. 지난 22일 오후 경기 용인시 마북동 개떼놀이터 용인점에는 이 품종의 견주들이 모였다. 한 견주가 말했다.

“목양견이라서 저렇게 서로 몰면서 놀아요. 아이들이 저렇게 녹초가 되도록 놀아야 푹 잡니다.”

사람 아이들이 키즈카페로 가듯이, 개들은 애견카페에 간다. 최근에는 목줄 없이 개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운동장)로 진화했다. 지난해 11월 개장한 이 놀이터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장명석(45) 용인점 공동대표는 “한 번에 개 70마리로 입장을 제한해서, 주말엔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반려견 놀이터에도 개들의 헉헉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형견과 중대형견 운동장이 나뉘어 있는데도 이곳은 북새통을 이룬다. 반려견 놀이터 세 곳을 직영하는 서울시의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운영 시간을 연장하고 휴일 없이 운영해달라고 항의를 받을 정도로 시민들의 이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개들은 뛰고 싶다

개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오랜 기간 생태계에서 이뤄진 자연선택과 달리 사람이 짧은 시간에 교배해 형질을 고정시키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종이 개다. 사냥견, 목양견, 경비견, 애완견 등 목적에 따라 300여개 품종이 있다. 어떻게 봉제인형만한 토이푸들과 50~60㎏의 그레이트데인이 같은 종이라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은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생명을 창조했지만, 그 조상들의 본능까지 제거하지는 못했다. 늑대처럼 개는 자유롭게 달리고 싶어 한다.

민간이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실내의 카페, 식당과 실외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떼놀이터 용인점의 모습.
민간이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는 실내의 카페, 식당과 실외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떼놀이터 용인점의 모습.
그러나 한국의 개들은 불행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비중이 74.5%(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인 한국 주택시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개다. 개는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산다. 마당이 없어 뛰어놀지 못한다. 산책을 나가지만, 목줄을 차야 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들은 어디에 가야 하나? 개 전용 공간으로 처음 나타난 게 애견카페였다. 애견카페는 도심의 실내 공간에 개를 데려와 쉴 수 있는 시설이다. 카페에 따라 개를 데려오지 않은 사람도 입장해 개와 놀 수 있다.

애견카페는 반려견 놀이터로 진화했다. 반려견 놀이터는 개의 활동 욕구 충족에 초점을 맞추었다. 과거에는 ‘애견 운동장’으로 불렸는데, 최근 들어선 카페나 식당을 붙여 편의성을 강화했다. 대개 1만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다. 개떼놀이터는 2016년 인천에 1호점이 생긴 지 2년도 안 되어 천안에 4호점 문을 열었다. 김규태 용인점 공동대표는 “카페·식당형 놀이터가 1년 반 사이에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도 사귀고 싶다

놀이터에 오는 개들은 친구를 사귄다. 개들이 친구가 되면 사람도 친구가 된다. 같은 품종끼리 잘 어울린다. 장명석 공동대표가 ‘두루미’라는 이름의 비숑프리제 이야기를 꺼냈다. “여기 와서 비숑들을 만나 즐겁게 논 거죠. 그런 세계를 처음 맛본 거예요. 한번은 견주가 밤 9시 넘어 두루미를 데려왔는데, 밤늦게라 아무도 없었거든요. 친구들이 어디 숨었겠거니 하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고, 다 열어줬는데도 없으니까, 어찌나 실망하던지….”

작은 공간에 많은 개가 뛰어놀다 보면 사고가 난다. 서로 부딪히고 물기도 한다. 헐레벌떡 정신줄 놓고 달리다가 몸집이 큰 개와 부딪히면 다치기도 한다. 업체에서도 고민이다. 김규태 공동대표는 “소몰이용으로 육종된 웰시코기도 다른 개를 모는 경향이 있다. 근육도 탄탄해 다른 개와 부딪히면 통통 튕겨 나간다. 웰시코기를 받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반려견 놀이터.
서울시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놀이터는 크게 공공과 민간이 운영하는 곳으로 구분된다. 민간 놀이터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전국 100여곳으로 추산된다. 카페와 음식점 등 사람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과 개를 위주로 시설이 구성된 곳으로 나뉜다. 중대형견의 경우 제한을 두거나 요일을 정해 출입을 허락하는 곳이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천연잔디나 마사토일 경우 개들이 뛰기에 좋지만, 운동 뒤 개를 씻겨야 한다. 인공잔디 놀이터도 있는데, 여름에는 온도가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더위를 쉽게 타는 털이 많은 품종은 그늘이 많은 놀이터가 좋다.

일부 지자체에서 무료 놀이터를 운영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월드컵공원, 보라매공원(서울시)과 초안산(서울시 도봉구) 놀이터 그리고 광교호수공원(수원시), 일산 호수공원(고양시) 놀이터 등이 대표적이다. 대개 주 1회 휴장하고 겨울에는 쉰다. 놀이터 방문객은 늘고 있다. 서울시 직영 3곳의 놀이터에만 지난해 7만8448마리의 개, 9만5595명의 사람이 다녀갔다. 중랑구와 강서구에도 새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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