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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개 키우는 데 돈 얼마나 드나”…20년이면 최소 1044만원

등록 2018-03-30 12:15수정 2018-03-30 14:22

[애니멀피플]
중성화수술비 지원 안 되냐는 독자 메일
알아봤지만 “유기견 아니면 지원 없어”
영국, 저소득층 동물병원비 지원 시스템
개가 풀밭에서 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개가 풀밭에서 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월 ‘애니멀피플’로 한 독자님이 고민이 있다며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이 분은 “중성화수술 가격이 부담돼 미루다 보니 새끼를 낳게 되니 또 기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중성화수술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하셨지요.

시중에서 하는 반려견 중성화수술비는 암컷이 30만~40만원 정도, 수컷은 15만~20만원 정도입니다. 수의사들은 반려견의 중성화수술이 개의 본성을 저지하는 폭력적 행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 해 유기견만 9만 마리인 한국에서 감당하지 못할 생명을 태어나게 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평생을 집 안에서 사는 반려견의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도 있고요. 독자님도 중성화수술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신 거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자님이 원하시는, 일반 반려인을 위한 중성화수술 지원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박승진 주무관(수의사)은 “보통 유기견을 입양할 때는 중성화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 금천구도 유기견을 입양하면 시와 구가 7대3으로 중성화수술비 전액을 지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유기견 입양을 장려하는 정책 마련도 버거운 게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개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들까요.

서울 종로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암컷인 2살 푸들 호두가 지금까지 지출한 비용은 약 235만원입니다. 분양비 60만원과 1살 때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 비용 60만원(20만원씩 3차례), 2살용 예방주사 10만원, 중성화수술 30만원, 사료비 40만원, 간식비 15만원, 옷·목줄 등 20만원이 들어갔습니다. 분양비 60만원을 빼도 한 해 60만원 정도는 쓴 셈이지요.

중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사육 비용이 늘 수도 있지 않을까.  클립아트코리아
중대형견은 소형견보다 사육 비용이 늘 수도 있지 않을까. 클립아트코리아
성견이 되고 나서는 병원비가 줄어듭니다. 그래도 사료나 간식비 등이 꾸준히 들어갑니다. 한 달에 약 4만원을 지출하는 호두네 가정의 지출을 고려해 호두의 기대수명 20살까지 들어가는 사료와 간식비용을 계산해보았습니다. 물가상승률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18년 동안 864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여기에 매년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비 10만원씩 18년치(180만원)를 더하면 1044만원이 나옵니다. 20년 동안 반려견과 함께 하는 데 ‘적어도’ 1044만원은 필요하다는 거죠.

물론 이 계산은 호두가 평생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할 경우를 전제로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개들은 신장, 심장, 관절, 눈 관련 질환 등을 겪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진료비와 수술비, 입원비 등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사람과 달리 건강보험 혜택이 없는 반려견은 한번 아프면 꽤 큰돈이 나간다고 봐야 합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병원을 예로 들면 입원비만 하루 10만원,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는 수십만원을 넘습니다.

동물보호단체나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개 키우는 데 돈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시지요. 어떤 분들은 개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버겁다면 아예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까지 말합니다.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기 위한 경제적 부담까지 고려하고 임신을 결정하듯, 개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로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물론 가난해도 동물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 요원해 보이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저소득층을 위한 동물병원 진료비 할인 혜택은 고려해볼 만합니다. 영국의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텔레비전쇼 출연, 이벤트, 회비 등으로 조달한 예산(한 해 1억2000만 파운드, 약 1790억)의 일부를 활용해 저소득층에게는 1/4의 병원비만 받는 동물병원을 영국 전역에서 여러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제도로 보입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운영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동물병원 중 한 곳. 런던의 퍼트니 지역에 있다. 런던/최우리 기자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가 운영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동물병원 중 한 곳. 런던의 퍼트니 지역에 있다. 런던/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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