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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 처리시설 유예해달라”…개농장주들, 헌법소원 뒤 집회

등록 2018-04-04 16:03수정 2018-04-04 16:43

[애니멀피플] 대한육견협회, 헌재 앞 상경집회
‘무허가축사 단속’ 가축분뇨법 개정안 헌법소원 인용 촉구
“개농가만 유예 대상 제외…생존권과 평등권 침해”
동물권단체 케어 “기본권 침해 아니고 공익이 더 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개정안 헌법소원 인용 촉구 집회를 열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개정안 헌법소원 인용 촉구 집회를 열었다.
“개도 축산인데 개만 빼놓았다. 오늘은 평화집회지만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그대로 시행하면 청와대 앞에 개들을 다 풀어버릴지도 모른다.” 4일 낮 서울 종로구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가축분뇨법 개정안 헌법소원 인용 촉구 집회’에서 만난 김상영 대한육견협회 회장이 말했다. 개농장주들의 모임인 대한육견협회는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농민들의 생존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지난달 20일께 헌법소원을 냈다. 대한육견협회의 상경집회는 지난해 9월 ‘개고기 합법화 촉구’ 이후 두 번째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있길래 이들은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가축분뇨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기준 건축물 신고나 분뇨배출시설 설치 등을 하지 않은 200㎡ 이상의 축사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협회가 추정하기로는 60% 이상의 농가가 해당하는데, 이대로라면 산업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협회 쪽은 ‘생존권 침해’라고 생각한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은 경찰 추산 200명이었다. 육견협회가 개들을 데리고 상경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개들은 보이지 않았다.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개정안 반대와 헌법소원 인용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앞에서 대한육견협회가 가축분뇨법 개정안 반대와 헌법소원 인용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농가만 차별을 받았다며 ‘평등권 침해’라 주장한다. 지난 과정을 살펴보면, 2월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을 뼈대로 하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면서 연장 대상 가축에서 개농장은 제외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허가 시설 사용을 연장하는 것이 개정안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대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적법화 하기 위한 개 농가의 부담은 얼마나 될까.

육견협회 쪽은 뜬장에서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배설물이 땅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바닥공사를 포함한 공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농장주는 “분뇨배출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기본 60만~70만원이면 된다. 그래도 설치하는 동안 영업을 못 하니 손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큰 부담은 아니었다.

더 큰 이유는 무허가 건축물 신고와 관련 있다. 농장주 상당수가 그린벨트나 국유지 등에 오랜 시간 동안 개농장을 무허가상태로 운영해왔다. 만약 법대로 하려면 현재 농장을 다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연로한 농장주들이 개농장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육견협회로서는 가장 걱정되는 지점이었다.

충남 공주에서 6년 동안 1000마리의 개를 사육하고 있다는 이 농장주는 “뜬장이 (건축법상) 무허가인 농장이 많다. 허가를 받으려면 몇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지불하고 철거한 후 새로운 건축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걸 언제 어떻게 하고 있냐”고 되물었다.

그동안 협회 쪽은 강하게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해왔다. 국민이 우려하는 비위생적 환경을 개선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식용견 사육을 할 수 있도록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을 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 회장은 “합법화 주장은 유효하다. 하지만 이렇게 농가 수를 줄이려는 정책 말고 식용이 가능한 개들을 지정하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이 정책은 정부가 개농가를 말살시켜 개 식용을 종식하려는 큰 계획의 시작지점이다. 우리는 그걸 반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환경 개선을 하기에 앞서 개 농가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 모인 농민 중 이미 법대로 운영하고 있어 개정안이 시행되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 농장주들이 많았다. 19년 동안 제주에서 600마리의 개를 키운 64살의 한 농장주는 “60%는 적법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이미 처리해) 걸릴 게 없다. 하지만 여기 온 이유는 모두 함께 개 사육을 포기하지 말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길 건너 운현궁 앞에서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맞불 기자회견이 있었다.
같은 날 길 건너 운현궁 앞에서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맞불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육견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길 건너에서 동물권단체 케어의 맞불 기자회견이 있었다. 케어 회원들은 개 식용 반대, 가축분뇨법 개정안 찬성 피켓을 들었다. 케어 박소연 대표는 “개정안이 개 사육 농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더 크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업종) 전업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이날 대한육견협회는 집회를 마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인용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제출했다. 케어도 개정안을 찬성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우려와 기대, 가축분뇨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같은 날 길 건너 운현궁 앞에서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맞불 기자회견이 있었다.
같은 날 길 건너 운현궁 앞에서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맞불 기자회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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