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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고양이가 집사를 키웠다냥”

등록 2018-04-06 09:00수정 2018-04-06 10:23

[애니멀피플] 만세 기자의 스타 동물 인터뷰
어느 초보 집사의 다사다난 성장기
책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 주인공
‘식탐냥’ 라미와 ‘과묵냥’ 보들이
‘애니멀피플’ 동물 명예기자 고양이 ’만세’가 최근 출간된 ‘집사의 탄생-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의 저자 박현철 한겨레 기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3년차, 집사 2년차인 그는 “매일이 새로운 영원한 초보 집사”이기도 합니다. 책은 그의 반려묘 ‘라미’와 ‘보들이’의 육묘 일기인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양이들이 사람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박현철 기자의 목소리를 통해 라미와 보들이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실제 인터뷰는 두 반려인이 했지만, 고양이 만세·라미·보들이의 인터뷰로 재구성했습니다.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고양이. 시선에서도 성격의 차이가 보인다. 궁금증이 넘치는 라미(위), 가만히 대상을 바라보는 보들이.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늘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고양이. 시선에서도 성격의 차이가 보인다. 궁금증이 넘치는 라미(위), 가만히 대상을 바라보는 보들이.
만세: ‘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의 두 주인공이다. 소개를 해달라.

라미: 내 이름은 라미. 태어난 지 1년8개월이 됐다. 표범 같은 얼룩 무늬가 있는 우리를 사람들이 ‘벵갈’이라고 부르더라. 나는 호랑이 무늬 코트를 입고 있는데, 이런 무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더라. 그래서인지 반려인이 처음 나를 봤을 때 어쩐히 짠해보였다고 하더라. 난 그냥 그때 배가 좀 고팠을 뿐인데. 먹을 걸 사랑하고, 싱크대에 뛰어오르길 좋아하는 미식가 고양이다.

보들이: 내 이름은 보들이. 라미 언니보다 3주 늦게 태어났다. 얼굴이 동그랗고 이목구비가 오종종한 브리티시 숏 헤어다. 라미 언니가 활달하고 끝없이 사고를 치고, 말이 많은 성격이라면 나는 조용히 있는듯 없는듯 지내는 고양이다. 병원에 가든, 목욕을 하든 힘든 일이 있어도 ‘냥’ 외마디만 지르는 과묵한 고양이다. 지금도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휴. 난 좀 티브이 선반 뒤에 가서 쉬고 싶은데, 라미 언니가 인터뷰 좀 마저해주면 안될까?

라미가 제가 나온 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라미가 제가 나온 책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만세: 3주에 한번 한겨레 토요판에 실린 칼럼을 보다 책으로 묶여 나오니 감질나던 독자로선 속이 시원하다. 두 고양이들의 감회는 어떤가.

보들이: 이제 원고 마감하느라 주말에 안 나가고, 밤새 노트북 두드리는 일 없겠구나. 모두 잠든 조용한 시간에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지.

라미: 사료값이라도 벌어보자고 반려인이 애썼네. 인세로 맛있는 것 좀 많이 사주면 좋겠다.

만세: 그렇잖아도, 반려인 박현철 기자가 라미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그래서 한상 차려놓으면 사사건건 음식에 아는 척을 하니 정작 자기가 제대로 먹질 못한다고 푸념하더라.

라미: 고소한 치즈며 고기 냄새, 내 코를 사로잡는 음식들이 너무 많다. 왜 우리는 늘 사료만 먹어야 하는가. 반려인은 5첩 반상이 기본이라고 늘 입에 달고 사는데.

만세: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 질 좋은 재료로 자연식을 만들어준다고 하던데.

라미: 황태닭가슴살애호박당근수프! 이제 지겹다냥!

보들이: 난 그래서 건사료만 먹잖아.

만세: 반려인은 그 수프를 만들어주면 라미가 ‘환장하며 먹는다’고 표현하던데. 단백질, 식이섬유, 라미가 좋아하는 황태까지 여러가지를 고려한 레시피라고 하더라.

라미: 인간 세상에선 ‘리액션’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 그렇게 달려들어 먹으면 반려인이 재밌어서 다른 메뉴를 또 시도해볼 줄 알았지. 1년을 같은 걸 주다니, ‘올드보이’냥.

늘 한쪽 구석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보들이.
늘 한쪽 구석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보들이.
만세: 반려인이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포기하게 된 것이 많다고 하더라. 이를테면 요리, 늦잠, 식물 키우기 같은 것들.

라미: 어떻게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나. 우리와 시간을 체온을 나누며 마음이 채워졌다면 그만큼 일상의 어떤 부분은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 생활에 크게 불만이 없다. 야생의 기운이 많이 남은 나는 여전히 사료를 먹고 발로 덮어높는 행동을 하거나, 우다다를 심하게 한다거나, 작은 장난감만 봐도 사냥 본능이 일어 엉덩이가 심하게 실룩거리지만 그럼에도 지금 나와 함께 사는 반려인, 우리가 사는 작은 집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고 있다. 어떤 환경에서도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우리 고양이들이니까.

보들이: 뭐라는거냥. 그냥 주어진대로 살면 되는 걸.

만세: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육묘일기를 가장한 인간 성장기다. 고양이들이 집사를 키워낸 것 같다.

라미: 눈치챘냥. 그런데 반려인도 그걸 느낀 것 같다. ‘집사의 탄생’이라지 않나. 탄생이라니, 아무튼 인간들은 작은 것도 거창하게 쓰는 버릇이 있긴 하다만, 반려인이 우리와 함께 살면서 그동안 관심 갖지 않았던 작은 동물의 삶에 시선을 두게 됐다는 말에 좀 놀랐다. “살아보지 않은 삶, 1년반 전까지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며 가슴 벅차하는 모습에 나도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듯 했다. 이런 게 사랑?

만세 기자 manse@hani.co.kr

‘식탐왕’ 라미. 세상의 모든 음식이 궁금하다. 늘 반려인의 식사를 간섭한다.
‘식탐왕’ 라미. 세상의 모든 음식이 궁금하다. 늘 반려인의 식사를 간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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