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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방랑견’ 세븐이의 못말리는 모험 중독

등록 2018-05-03 09:00수정 2018-05-03 10:11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꼬질꼬질하게 동네 떠돌던 리트리버
알고보니 저택에 사는 부잣집 개
넓은 마당 두고 호시탐탐 기회노리는
습관성 탈출에 반려인은 가슴앓이
한 리트리버가 울타리 밖을 보고 있다. 반려견들은 집밖으로 나오면 언뜻 자유로운 삶을 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굶주림, 질병, 다른 동물과의 싸움, 사람의 학대에 노출된다. 동물의 '가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책으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리트리버가 울타리 밖을 보고 있다. 반려견들은 집밖으로 나오면 언뜻 자유로운 삶을 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굶주림, 질병, 다른 동물과의 싸움, 사람의 학대에 노출된다. 동물의 '가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산책으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싫다는 아이를 이끌고 마을 산책을 나선 게 잘못이었다.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숨쉬기가 불편했다. 내리쬐는 햇살까지 따가워서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짜증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마을 초입에서 커다란 떠돌이 개와 마주치고 말았다.

“으르르릉!” 떠돌이 개는 우리를 노려보며 경계 자세를 취했다. 흰 송곳니가 번득였다. 혹시 덤벼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아이를 내 뒤로 숨겼다. 그런데 그 때였다. 갑자기 큰 아이가 나를 밀치고 나섰다. “야! 너구나!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큰아이는 떠돌이 개 앞으로 한발 나서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곧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엄마! 얘가 바로 내가 말하던 그 큰 개야. 참 귀엽지?”

떠돌이 개는 기다렸다는 듯 금방 경계를 풀었다. 꽤 오래 전에 큰애가 한 말이 기억났다. “엄마, 마을 초입에서 떠돌이 개를 만났는데, 아주 착해!” 그리고 종종 간식을 챙겨나가던 큰애의 뒷모습도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이 녀석을 위해서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애가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개는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가정에서 잘 키우고 있던 개란 생각이 들었다. 유심히 보니 안내견으로 유명한 리트리버 순종인 듯했다. 온몸의 털이 꼬질꼬질해서 언뜻 몰라 봤던 것이다. 떠돌이 개는 얼마간 아이와 놀더니 언덕 위쪽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그 길로 마을 소식통인 윗집 언니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개 나도 알아! 우리 동네에서 벌써 몇 년째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애라던데? 자유롭게 떠돌면서 동네 마당마다 다니며 잘 먹고 잘 지내는 것 같아. 사실 동네 모든 암컷들의 연인이야!”

“어쩐지 우리 동네 태어난 강아지들이 온통 리트리버 닮았더라니! 하하하!” 나는 떠돌이 생활을 하더라도 시골 동네에서는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도 있나보다 싶어 걱정을 얼마만큼 내려놓았다.

그런데 얼마 후, 또 한 마리의 떠돌이 개가 발견되었다. 이번에는 커다란 검정색 개였다. 탄탄한 몸 때문인지 리트리버보다 나이가 어려보였다. 이리저리 수소문해보니 산 아래 밭 주인이 줄을 묶어놓고 키우던 개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주인이 소식도 없이 수일간 밥을 굶겼단다. 배고파 죽을 지경이 된 개는 스스로 목줄을 풀고 나와 마을의 떠돌이 개가 되었다. 한동안 검정개는 산 쪽에서 살았다. 가끔 내려와 산 아래 집에서 음식을 훔쳐 먹기도 했다. 아무래도 산 쪽에는 먹을거리가 부족했을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엄마! 떠돌이 개가 다쳤어! 어떡해?”

깜짝 놀라 달려가보니 마을 초입 길모퉁이에 큰 애와 가까이 지내던 리트리버가 얼굴에 피를 흘리며 한쪽 구석에서 파르르 떨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 목덜미 쪽에도 상처가 심했고 다리도 절었다.

‘아니, 어쩌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살폈다. 그때 문득 떠돌이 검정개가 생각났다. 온순한 편인데다가 나이도 꽤 있던 리트리버가 젊고 힘센 검정개에게 크게 당한 게 분명했다.

뒷다리를 다친 리트리버가 시무룩하게 누워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뒷다리를 다친 리트리버가 시무룩하게 누워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때, 지나던 승용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뒷문이 열리면서 아주머니 한분이 내려 뛰어왔다. “세븐아! 어떻게 된 거야? 우리 세븐이, 또 다친 거니? 제발 집안에 있으라니깐 왜 또 나왔어?” 아주머니는 잔뜩 울상을 지으며 세븐이를 안았다.

“이 개 주인이세요?”

“네. 저희 집 양반이 무척 아끼는 아이인데, 매번 집을 탈출해요.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아서 그냥 두었는데, 이렇게 다치고 말았네요. 누가 지나다 알려줘서 알았어요.”

그렇게 찾았던 주인이 진짜 있었다니 꽤나 놀랄 일이었다. “세븐이 상처가 많이 심해요. 동물병원에 빨리 가셔서 봉합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알겠어요!” 아주머니는 황급히 세븐이를 차에 싣고 사라졌다.

리트리버종 떠돌이 개는 아랫마을 유럽 저택 같은 집에서 키우던 부잣집 개였다. 마당이 꽤나 넓은데도 매번 울타리를 넘어 탈출해 나갔단다. 세븐이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주인 부부는 나가서 사는 것이 자유롭고 행복한 게 아닐까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살라고 놓아두었다고 했다.

며칠 후 세븐이가 괜찮을까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데 마침 내가 수의사란 소식을 들은 세븐이네 아주머니가 나를 찾았다. 얼른 찾아가보니 다행히 세븐이는 치료를 잘 받고 상처가 거의 다 아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고민을 따로 있었다. “자꾸 탈출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제 다 나아서 또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집에만 가두어두면 너무 답답해 할 것 같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나는 떠돌이 개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드렸다. 자유롭지만 위생이 불량한 음식과 전염병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큰 개들을 노리는 개장수들도 많다고. 그리고 이번처럼 다른 떠돌이 개나 야생동물들과 큰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고. 특히 세븐이는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다음에 또 다치게 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중성화 수술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싸움의 원인은, 먹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서로 암컷을 차지하려고 할 때 일어나지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는 마당 안에 세븐이가 운동할 수 있는 커다란 개장을 만들었다. 물론 충분히 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넓게. 중성화 수술보다는 그게 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치료를 마치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세븐이는 결국 울타리장 아래 흙을 파고 다시 탈출하고 말았다. 슬프지만 그게 세븐이의 마지막이었다. 그렇게 떠난 세븐이는 돌아오지 않았고, 아주머니도 더 이상 찾지 않았다. 울타리에 갇혀서 자유에 목말라하는 세븐이를 지켜보기가 힘들었던 듯 싶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디든 가서 건강하게 살아보렴!’ 그렇게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이웃의 동물들 알아보기

여러 이유로 집밖으로 나오게 된 떠돌이 동물들은 언뜻 자유로운 삶을 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굶주림, 질병, 동물간 투쟁 혹은 못된 사람의 괴롭힘에 많은 고통을 받습니다. 특히 자동차 사고와 개고기를 노리는 장사꾼들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떠돌이 동물들의 수명은 개의 경우 5년 이하, 길고양이의 경우 2~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입양하게 된다면, 충분한 산책을 시켜주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작은 개라면 마당에 풀어놓아 놀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히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산다거나 큰 개를 키운다면 매일 최소 한 시간 정도이상 뛰어다닐 수 있도록 산책을 시켜주어야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떠돌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 또한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발정기가 되었거나 혹은 발정기가 아닌데도 발정 난 암컷의 유혹에 이끌려 집 밖에 나선 개들은 대부분 돌아올 길을 찾지 못하고 길거리 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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