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통영의 고양이 책방을 가봤다
“어떤 책을 찾으러 왔냐~옹?”
고양이 옆에 고양이, 그 옆에 고양이, 그리고 또 고양이. 통영의 작은 한 책방에서는 고양이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처음 보는 사람의 무릎에 폴짝 올라가 ‘특급 애교’로 손님을 사로잡는 영업 담당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높은 곳에 앉아 혹여나 있을 좀도둑을 감시하는 예리한 눈빛의 고양이도 있다.
이들은 모두 ‘고양이쌤책방’(통영시 광도리 죽림리)에 사는 고양이들이다. 책방에는 고양이 관련 서적과 소품이 가득하다. 자·타칭 ‘고양이쌤’인 김화수 대표는 지난 8일 “덕후의 마음으로” 고양이 책을 끌어모았다고 했다. 책방에서는 한 달에 5~6번 정도 독서 모임이 이루어지며,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을 선정해서 수업하기도 한다.
랏샤, 룬, 살룻, 우란. 책방에 사는 고양이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유기묘 출신이다. 이 중에는 40~50마리의 고양이를 가둬놓고 있던 ‘애니멀호더’에게서 구조된 고양이도 있고, 보호소에 가기 전 다섯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는 굴곡진 사연을 가진 고양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도 반길 정도로 발랄하고 건강해졌다.
고양이들 때문에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작은 물건 한 번 깬 적 없을 정도로 말썽을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책방 고양이’답게 앙증맞은 다리로 요리조리 책을 피해 넘어다녔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가방을 조심할 것. 손님의 가방을 너무 좋아해서 가만히 놔두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물어뜯기도 한다고.
통영/영상·사진·글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경남 통영 ‘고양이쌤책방’을 지키는 고양이들. 왼쪽부터 살룻, 랏샤, 룬, 우란.
고양이 ‘랏샤’가 발을 오므리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쌤책방의 김화수 대표가 반려동물을 돌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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