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 동구 한나네보호소에 사는 어린 강아지가 사료통 앞에 앉아 있다. 대구/신소윤 기자
청와대가 19일 ‘한나네 유기견 보호소 폐쇄 반대’ 청원에 “사용중지 안한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방송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동물의 구조,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입양이 이루어질 때까지 유기동물이 임시로 머무는 보호시설의 경우 가축분뇨법상 배출시설로 보지 않는다”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전했다. 한편 이로 인해 일어날 사설동물보호소 시설 규정에 대한 법적 공백 상태를 메꾸기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 등 입법적 보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관련 기사
청와대 “‘한나네 보호소’ 사용중지 명령 취소 예정”)
이에 따라 보호소의 250여 마리 동물이 오갈 곳 없어질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개똥밭에 구르는’ 개들의 삶 (관련 기사
회색 혼령 같은 개들이 짖으며 달려왔다)을 안온한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다. 열악한 상태에 놓인 사설동물보호소 문제는 이날 방송에서 지적하듯 한나네보호소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애니멀피플’은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이사에게 이번 청와대 결정에 대한 견해와 사설동물보호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들었다. 카라는 2015년 한국 유기동물 사설보호소의 현황을 짚은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사설동물보호소에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유권해석에 전향적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있다.
“청와대가 동물보호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전향적 판단을 내렸지만, 한편으로 환경부의 무책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개를 사육하는 곳이라면 가축 사육이 금지된 곳을 제외하고 60㎡를 넘으면 가축분뇨처리시설이 돼 있어야 한다는 기준은 환경부가 제시한 것이다. 이에 법규를 따르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 다수의 개농장, 번식장, 사설동물보호소들이다. 문제는 사설동물보호소인데, 어찌 됐든 가축분뇨법이 있었음에도 전혀 제어되지 않은 채로 난립하고 있었다. 사설동물보호소가 어떤 동물의 보호를 위해서 생겨난 곳이라고 전제한다면, 법규를 위반했을 때 지도 관리하고 점검을 해야 했다. 규모가 커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은 전혀 하지 않고 방만하게 관리한 거다. ‘우린 모르겠어, 일단 사용중지 안 하는 걸로 할게’라고 말하는 것이 된 셈이다.”
-동물보호법을 가다듬겠다는 입장도 발표했는데.
“사설동물보호소 문제를 외면한 채 그동안 암 덩어리를 키워온 것과 다름없다. 이 덩어리가 지금 무법의 영역으로 던져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동물보호·복지를 담당하는) 농식품부에 받으라는 거다. 어마어마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문제다.”
-사설동물보호소 본연의 기능에 대한 생각은.
“사설동물보호소는 벼랑에 떨어진 아이들을 다시 한 번 받아주는 곳이다. 안락사를 피해 입양과 보호 기간을 가지도록 하는 완충지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
-국내 사설동물보호소 현황은 어떤가.
“전국에 150개 이상일 것이라고 본다. 처음 그 뜻이 어쨌든 감당하기 어렵게 개체 수가 늘거나, 혼자 관리하기 벅찬 상황에 몰린 곳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사설동물보호소는 세 개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역사성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호흡하면서 체계를 가지고 잘 운영되는 곳, 잘 운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원이 부족해 환경이 열악해진 곳, 이도 저도 아니면 애니멀 호더(동물을 집착적으로 모으는 사람)로 분류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경험상 사설동물보호소 가운데 10% 정도가 호더일 것으로 본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환경이 열악해진 곳과 애니멀 호딩을 판단할 경계가 불분명한 상태다. 그래서 9월에 ‘호더방지법’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법안 제정을 앞두고, 잘 운영되는 사설동물보호소에는 빨리 비영리단체로 전환하고 법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갈 근거를 마련하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카라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 6개월 동안 사설보호소 여러 곳을 자립시키는 데 4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보고서에 썼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열악한 사설보호소를 자립시키거나 문제가 많은 보호소를 폐쇄하는데 어느 정도 비용이 드나.
“사설동물보호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이 든다. 자립이 가능한 사설보호소는 일단 자기가 처한 여건에 대해 판단을 하기 때문에 상황을 걷잡을 수 없는 데까지 가도록 놓아두진 않는다. (보고서를 내던 당시) 우리가 대형 사설동물보호소 혹은 호딩이 될까 봐 두려웠던 곳이 두 곳 있었다. 그런데 정상화에 실패했다. 그때 거기서 구조한 애들 데리고 아직 허덕거리고 있다. 질병에 걸리고, 야생화한 아이들을 치료하고 사회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다. 입양이 어려운 대형견은 평생 데리고 있어야 한다. 자원을 쏟고 아이들 일부를 데리고 왔지만, 그 이후로는 더는 관여를 못 하고 있다.”
대구 한나네보호소의 개들이 사람을 보며 꼬리를 치고 짖고 있다. 대구/신소윤 기자
-사설동물보호소 자립화·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다면.
“기준을 만들고 자원이 낭비됨이 없어야 한다. 문제가 팽창하는 걸 막아야 한다. 병 걸린 다음, 자체 번식한 다음에는 관리하기 더 어려워진다. 청결 관리가 필수적이고 예방주사를 놓고 중성화수술을 해야 한다. 가능한 아이들은 최대한 입양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한편에서는 유기된 아이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한다고 난리다. 그렇다 보니 동물 매매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텐데,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정부는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해서 말단을 옥죄면 많이 안 살 것이고 결과적으로 판매를 안 하고 번식 시장이 작아질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반려동물 등록했다고 버리지 않을까? 마이크로칩 빼고 유기한다. 등록을 안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동물을 손쉽게 살 수 있는 구조를 깨야 한다. 살 때부터 비싸고,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평생 반려하는 가족이라는 인식이 깔려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 번식업자들은 유행하는 견종, 표준 견종 따위를 만들어 수요를 자극한다. 새로 유행하는 개를 키우게 하는 방송·언론의 태도는 어떤가. (한때 유행 견종이었던) 그 많은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는 어디로 갔을까. 다 개고기가 됐다. 또한 지금 과태료 처분에 그치는 동물 유기를 전과가 되도록 바꿔야 한다. 동물 죽으라고 버렸는데 그게 왜 쓰레기 함부로 버리는 것과 똑같은 처분을 받는가.”
-참고할 만한 동물복지 국가의 사례가 있을까.
“우리는 개 식용을 하다가 단기간에 반려동물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진 나라다. 따라서 반려동물 문화 자체가 혼란스럽고 비정상적이다. 다른 나라와 관계없이 동물 문제를 강력하게 다뤄야 한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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