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학교에서 돌아온 제트가 위스키와 함께 소파에 누워 쉬고 있다.
학교가 파하는 평일 오후 3시. 위스키가 두 앞발을 세운 채 거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귓바퀴를 쫑긋 세운 채 익숙한 자동차 소리를 기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가 집 앞에 도착하고 제트 위샤트(9)가 뒷문을 열고 내리자, 주차장 마당에 이미 나간 위스키가 두 앞발을 들어 제트에게 와락 안긴다. 제트도 위스키를 오래 못 본 친구처럼 끌어안는다. 그들은 겨우 오늘 아침에 제트가 학교를 가며 잠깐 헤어졌을 뿐이다.
제트의 도우미견 위스키는 제트가 학교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함께 했다. 제트가 쉴 때나, 식사할 때, 심지어 잘 때도 제트 옆을 지킨다. 엄마 카일리 위샤트는 “제트가 어디에 있건 위스키가 옆에 있다.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소파에서 졸거나 위스키의 자리는 바로 제트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제트는 생후 22개월 때 중국에서 캐나다로 입양됐다. 제트는 22번째 염색체 부분 결핍으로 생기는 디조지증후군을 앓고 있다. 가벼운 심장 질환과 청력 손실, 그리고 언어발달 장애가 있다. 이 병은 자폐증과도 연관되어 있다. 제트는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어 하고, 수업 중에도 가끔 교실을 돌아다닌다. 제트가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위스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이다.
제트는 지난해 1월 위스키를 만났다. 장애인 도우미견을 신청한 뒤 3년 이상 기다린 뒤였다. 라이온스클럽 재단이 자폐아를 돕는 도우미견으로 위스키를 1년 반 이상 훈련시켰다. 제트는 엄마를 제외하고 위스키에게 먹이를 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제트와 위스키가 지금처럼 둘도 없는 친구였던 것은 아니다. 둘 사이는 지난해 여름 제트가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뒤 돈독해졌다. 위샤트는 “제트가 9일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둘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 뒤 위스키는 제트와 함께 잠을 잔다. 그 전에는 위스키가 침대에 함께 머물고 싶어하지 않아 자주 내려오곤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10일 제트를 도와주기 위해 학교에 온 위스키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안내 시간에 참석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오른쪽은 제트의 엄마 카일리 위샤트. 벨빌(캐나다)/김태형 기자
4월10일 위스키가 교실에서 제트 옆자리에 누워 제트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위스키는 주로 제트가 감정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돕는다. 수면장애가 있는 제트가 밤에 불안해하지 않고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호흡 곤란을 막기 위해 잘 때 산소마스크를 끼고 자는데, 이제 제트는 자는 동안에 엄마를 부르지 않는다.
지난 4월10일부터 위스키는 학교에서도 제트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위스키는 제트가 수업시간에 수업에 집중하고, 선생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돕는다. 제트가 딴짓을 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면, 위스키는 제트의 몸에 자신의 몸을 기대어 제트가 다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트가 다니는 서 존 에이 맥도날드 공립학교는 위스키가 공식적으로 학교에 온 첫 날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전교생과 교사에게 도우미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그날 이들은 ‘위스키를 쓰다듬지 말 것, 이름을 부르지 말 것, 먹이를 주지 말 것’ 등 도우미견을 대하는 철칙 세 가지를 배웠다.
위스키는 학교를 다니기 전부터 학교 건물과 분위기에 익숙해지지 위해 여러 번 학교를 방문한 터였다. 3월 어느 날, 위스키는 제트와 함께 하교하는 연습을 하려고 학교가 끝날 때쯤 찾아갔다. 체육관에서 위스키를 만난 제트는 그의 친구를 끌어 안고, 자기가 위스키를 좋아하는 만큼이라며 두 팔을 크게 벌려 둥근 원을 만들었다. 제트도 위스키도 웃었다.
글·사진 벨빌(캐나다)/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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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엎드려 컴퓨터를 보는데, 위스키가 제트의 몸에 기대어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