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개농장 구조현장 르포
동물권단체 케어 ‘개농장을 보호소로’ 프로젝트
병들고 겁에 질린 200여 마리 개들로 아비규환
6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개농장 뜬장 위에 개들이 갇혀 있다. 낡은 뜬장에는 개의 털과 오물이 엉켜 있고, 아래 바닥은 오물로 질척댔다.
6일 오전 9시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부근의 산기슭, 콘크리트가 울퉁불퉁하게 깔린 길을 따라 올라가니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들어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수십 개의 뜬장(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에 개들이 갇혀 있었다. 개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자 짖고 으르렁댔다. 뜬장 아래 바닥은 오물과 진흙이 뒤섞여 있었다. 2년 전 동물권단체 케어(CARE)에 의해 발견된 이곳은 200여 마리 개가 죽음을 기다리며 갇혀 있는 개농장이다. 케어는 이날 개 식용 종식을 목표로 한 ‘개농장을 보호소로’라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시작점으로 이 농장의 개들을 구조하기로 했다.
농장 입구에는 큰 솥이 있었다. 솥의 용도는 음식물 쓰레기를 한 데 모아 끓이기 위한 것이다. 개들은 사료 대신 쓰레기를 먹었다. 건강 상태는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했다. 피부병을 앓아 피부가 짓무르고 털이 다 빠진 개, 탈장으로 항문 밖으로 튀어나온 살이 꼬리 밑으로 그대로 드러난 개, 한쪽 눈꺼풀 전체가 붉어진 피부로 덮인 개, 한쪽 귀가 사라진 개….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들이 뜬장에 갇히 개들을 이동장에 실어 옮기고 있다.
뜬장에 갇혀 있다 이동장에 실려 바닥으로 내려온 개들. 구조된 개들은 경기도 포천의 케어 유기동물보호소로 옮겨져 건강을 회복한 뒤 사회화 훈련을 받을 계획이다.
케어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첫 구조 활동을 하기 위해 15명가량 힘을 모았다. 이 단체 홍보대사인 배우 김효진 씨도 함께 했다. 구조자들이 뜬장에서 개들을 꺼내기 위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긴장한 개들은 밖으로 나오려고도, 이동장으로 들어가려도 하지 않았다. 구조자가 직접 뜬장 안으로 들어가 대형견을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밖으로 나가길 계속 거부하는 개의 목덜미를 잡고 겨우 끌어내도 이동장에 들어가라고 하면 강하게 거부하며 도망가려 했다. 개들은 뜬장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구조 활동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 조아무개씨는 평소 이 농장의 개 도살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주로 올가미로 매서 죽였다. 먹이를 주고 (올가미로) 들어 올린 다음 숨을 막히게 해 죽였다. 다른 개들이 다 보고 있었다. 개들이 철장에서 안 나오려는 이유가 이제 자기 순번인 줄 알고 그러는 거다.”
어떻게 해도 안 나오는 개들은 목줄을 걸고 이동장으로 옮기는 것을 시도했다. 피부병이 심했던 한 개는 심하게 몸부림치다 여기저기 쓸리는 바람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혀를 깨물었는지 약한 피부가 터졌는지 입 주변이 피로 번졌다.
피부병으로 얼굴의 털과 피부가 벗겨져 나간 개가 피를 흘리고 있다. 이 곳의 개들은 뜬장 밖으로 나가면 죽는다는 생각 때문인지 활동가들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렇게 구조된 개들은 오후 2시경 21개 이동장에 실려 약 30마리 경기도 포천에 있는 케어 유기동물보호소로 이동했다. 케어는 이날 60마리가량 구조하고 7일까지 모두 구조해 포천으로 옮길 계획이다. 구조된 개들은 건강검진 및 치료를 하고, 사회화 훈련을 할 계획이다. 건강 회복과 사회화 훈련을 무사히 마친 개들은 입양을 보내기로 했다. 이날 개들은 구조한 농장은 케어의 오랜 설득 끝에 농장주가 개농장 폐쇄 및 업종 전환을 서면으로 합의했다.
케어는 이번 프로젝트에 앞서 충남 지역 한 개농장 폐쇄 작업도 진행했는데, 현재 폐쇄된 그곳은 1~2주 후 보수해 케어가 관리하는 유기견 보호소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그동안 개 식용 산업 종사자들이 애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국인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개 식용을 허용하는 나라다. 심각한 이미지 훼손이다. 그만 정리해야 한다. 결국은 법으로 정리할 수 없을 텐데, 개·고양이 불법 도살 금지법(을 골자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가 반드시 통과되도록 많은 분이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양주/ 안예은 교육연수생,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