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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삐’ 소리와 함께 ‘냥적번호’가 떴다

등록 2018-07-30 11:00수정 2018-07-30 11:44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인적·냥적사항 쓰고 동물등록…법적으로 연결된 사이가 됐다
걱정했던 부작용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의 히끄. 우리는 이제 법적으로 인정받는 사이가 됐다.
걱정했던 부작용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표정의 히끄. 우리는 이제 법적으로 인정받는 사이가 됐다.
동물병원에 갔다. 올해부터 시범사업으로 고양이도 동물등록이 가능하다는 안내 글을 봤다. 동물등록은 3년 전, 히끄와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하려고 알아봤는데 고양이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했다. 그때는 여행이나 이민으로 해외 출국을 하는 고양이만 마이크로칩 삽입이 가능했고, 국내등록용이 아니므로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때 조회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히끄가 다니는 동물병원은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왕복 2시간 소요되는 제주시에 있어서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동물등록을 하고 왔다. 등록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2장의 서류에 반려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과 반려동물의 이름, 품종, 성별, 생년월일 등 ‘냥적사항’을 적는다. 히끄는 길에서 발견한 길고양이였기 때문에 생년월일과 취득일에 히끄를 처음 발견한 날인 2014년 6월이라고 적었다. 서류에 사인하고 히끄를 데리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원장님은 주사기 모양의 일회용 칩 삽입기로 목 부위 피하층에 마이크로칩을 주입했다. 고양이는 개보다 피부가 두껍기 때문에 아플 수 있다고 해서 지켜보는 나 역시 덩달아 긴장했다.

다행히 평소에도 주사를 잘 맞는 편인 히끄는 얌전했다. 원장님이 준 ‘츄르’(고양이 액상 간식)를 먹느라 정신이 팔려 마이크로칩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는 듯 했다. 그래도 나는 히끄를 병원에 데려올 때마다 “너 아프게 하려고 온 거 아니야”라고 자세히 설명해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

주사를 맞은 곳에 마이크로칩 리더기를 대봤다. ‘삐’ 소리와 함께 동물등록번호 15자리가 표시됐다. 서류작성부터 여기까지 5분도 채 안 걸렸다. 주의사항은 일주일 동안 목욕시키지 말라는 것 정도. 비용은 0원. 제주도는 동물등록 마이크로칩 비용과 등록 수수료를 전면 지원한다.

‘고양이인데 동물등록이 꼭 필요할까?’라고 생각을 한다면, 나는 고양이이니까 동물등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개의 경우 매일 익숙한 경로로 산책하기 때문에 집을 중심으로 동선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집에만 있던 고양이가 반려인 혹은 외부인의 부주의로 집 밖에 나가게 된다면 어디로 갔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겁이 많은 고양이라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사람을 무서워해서 잡으려고 다가가면 도망칠 수 있으니 발견하면 연락해주세요.’ 고양이를 잃어버린 반려인이 붙인 전단지에서 이런 문구를 흔히 봤을 것이다.

병원에서 동물등록 내장형 칩 삽입을 한 히끄. 간식을 먹느라 마이크로칩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는 듯했다.
병원에서 동물등록 내장형 칩 삽입을 한 히끄. 간식을 먹느라 마이크로칩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는 듯했다.
칩이 몸속에서 깨지거나 위치가 바뀌고, 염증, 탈모, 종양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걱정됐지만, 전문가인 수의사 선생님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안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칩은 쌀알 크기로 매우 작지만, 반려동물을 잃어버렸을 때는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기가 충분했다. 동물등록번호는 사람으로 따지면 주민등록번호와 같다. 아무 것도 없을 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반려동물을 일부러 유기하는 사람을 처벌할 근거가 되기도 하고, 실수로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사랑한다면, 지켜주고 싶다면 동물등록은 필수다.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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