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돌봐달라고 맡겼는데 사체가 되어 돌아왔다.
김아무개(28)씨는 지난 4월, 개인 업무 등의 이유로 자신의 반려견인 리트리버 ‘톰이’를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 있는 한 애견 위탁업소에 맡겼다. 1년 전 톰이를 분양받은 곳이기도 하고, 넓은 마당에 같은 견종의 개도 여럿 있어 잘 지낼 것이라 판단해서였다. 하지만 톰이를 데리러 간 7월27일, 개는 구더기가 들끓는 사체로 돌아왔다.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해 서부경찰서의 말을 들어보면, 30일 해당 시설에서 개 1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부패가 진행 중인 사체도 있었고, 유골만 남은 경우도 있었다. 영양 상태가 부실한 개 10여마리도 함께 발견됐다. 현재 업주는 도주한 상태다.
김씨는 톰이가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동물학대 가능성이 농후해 약물이나 도구로 학대를 했는지, 사료를 급여하지 않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톰이의 사체는 2일 부검에 들어갔고, 해당 업체에서 발견된 다른 개 사체 가운데 부패가 덜한 2~3마리도 부검이 진행된다. 부패가 심하더라도 사인을 밝히는 것은 가능하다.
김씨는 1일 ‘애니멀피플’과 통화에서 톰이를 위탁한 이후에도 5월말, 6월초 등 수차례 업체를 방문해 사료를 갖다 주며 개의 상태를 확인했고, 당시까지 개는 외관상으로는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6월 초 만남 당시에는 다른 때에 비해 톰이가 살이 빠져 보였고, 여느날과 달리 반려인이 가는 길에 쫓아나와 자신의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해시 한림면의 한 애견 위탁업소 현장에서 발견된 개 사체와 유골. 10여마리 사체가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시설의 업주는 김씨가 톰이를 찾기로 한 27일 오후, 김해시의 한 동물병원을 찾아 톰이의 사체를 폐기해달라고 맡겼다. 해당 병원에 따르면 당시 사체가 담긴 봉지에는 물이 흥건했고, 냄새가 심한 상태였다. 김씨는 이 동물병원을 찾아가 톰이의 사체에서 동물등록 마이크로칩을 찾아 사체가 자신의 반려견임을 확인했다. 해당 병원은 사체의 부패 상태 등을 보아 26일 이전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톰이는 평소 34㎏가량 나갔으나 사체가 된 개는 9㎏까지 줄어 있었다. ‘애피’가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 수의사에게 문의한 결과 “부패해 무게가 줄었을 수도 있으나 사망 직전까지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며, 급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김씨는 피해 상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써서 올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도 올려 1만8천여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상황이 알려지며 “같은 시설에 개를 맡겼는데, 개가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여러 차례 방문했는데, 톰이가 갈 때마다 나무장에 갇혀 있었다”는 등의 제보가 김씨에게 전해지고 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정의한다.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동물을 학대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영업장 또한 허가가 취소되거나 6개월 이내의 영업 정지를 당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업소는 동물위탁업소로 정식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다.
안예은 교육연수생,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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