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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동물을 위한 집, 결국 사람을 위한 집

등록 2018-09-03 06:59수정 2018-09-03 10:02

[애니멀피플] 반려동물이 집을 바꾼다
서너집 중 한집 꼴인 ‘반려가족’ 위한 주택 속속 등장
미끄럼 방지·차음 바닥에 반려견 놀이터·펫존도
쾌적한 시설 이웃갈등 줄어 비반려인 입주자도 만족
반려동물 주택에 사는 한 개가 반려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핏 보기엔 일반 주택과 다름 없지만 미끄럼 방지 코팅 등 사람과 신체 구조가 다른 동물을 배려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반려동물주택연구소 제공
반려동물 주택에 사는 한 개가 반려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얼핏 보기엔 일반 주택과 다름 없지만 미끄럼 방지 코팅 등 사람과 신체 구조가 다른 동물을 배려한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반려동물주택연구소 제공
반려동물이 집을 바꾼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수는 가파른 그래프를 그리며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 5년 사이 300만 가구 이상 늘었다.(2012년 259만 가구, 2017년 593만 가구) 2017년 총 가구 수가 1984만 가구니 서너 집 당 한 집 꼴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사람들의 주거 스타일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건축업계에서는 급증하는 반려동물 가구에 주목했다. 아파트 단지 내에 펫 케어 센터, 반려견 놀이터를 마련하거나 작게는 각 동 입구에 반려동물 산책 후 발을 씻기고 들어갈 수 있는 개수대를 마련한 곳도 등장했다. 주택의 경우 반려인들이 중심이 돼 모여 사는 전원주택단지도 인기다.

동물이 살기 좋은 집이란?

“여느 집이나 다를 바 없죠? 집을 보러 오면 다들 ‘반려동물 주택이라고 해서 특별할 줄 알았는데, 뭐가 없네’ 그래요.”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 주택 샘플하우스에서 만난 박준영 반려견주택연구소 대표가 말했다. 박 대표의 말대로 잔디가 깔린 마당과 1층 거실과 주방, 2층에는 방이 있는 집의 구조는 얼핏 보기에 보통 주택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분양가격은 같은 지역, 비슷한 규모의 주택에 비해 5~10%가량 비싸다고 했다. 10%의 차이는 무엇일까.

반려견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택, 빌라, 오피스텔 등을 설계하고 짓는 박 대표는 사람과 동물의 공간 공유를 강조했다. 사람의 미적 기준과 편의에 따라 배려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좀 더 동물 친화적으로 해 나눠 쓰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반려동물 주택에 사는 개나 고양이는 미끄러질 일이 없다. 바닥 모든 면에 미끄럼 방지 코팅을 했기 때문이다. 발바닥에도 털이 있는 동물들에게 반질거리는 마룻바닥이나 대리석은 미끄럽다. 미끄러운 바닥은 디스크 등 관절 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소리’다. 차음재를 넣어 일반 주택보다 4㎝ 이상 두껍게 시공한 벽은 개가 짖는 소리가 이웃에 새어나가지 않게 막는다. 개가 걸을 때 발톱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도 예민한 사람의 귀에는 거슬리므로 바닥 차음 시설도 했다. 사람이 유발하는 층간 소음을 차단하는 건 덤이다. 사람이 없는 집에서 종일 집을 지키고 있는 개와 고양이를 위해 건물 전체 환기 시스템도 기본 옵션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차음이나 환기가 잘 되다 보니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입주자도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동물이 살기 좋은 집이 곧 사람이 살기 좋은 집인 셈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굵직한 시설 외에도 반려동물을 키운 사람들은 알 수 있는 '깨알' 같은 인테리어 요소도 집안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반려견이 마당 곳곳에 마킹(주로 반려견이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을 하지 않도록 마킹용 기둥을 마당 한쪽에 배치했다. 화장실에 배변판을 놓고 쓸 경우 반려견도 용이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욕실 아래 작은 문도 뚫었다. 반려견 털이 욕실 배수구를 막지 않도록 일반 배수구보다 지름을 넓히기도 했다.

반려인의 요구에 맞춰 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벽장을 계단식으로 만들거나, 벽과 천장을 따라 빌트인 캣타워 시설을 만들 수 있다. 방해받지 않고 바깥 구경하기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천장 가까이 작은 창문을 뚫는 것도 가능하다.

동물을 위한 시설만큼이나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건 이웃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다. 박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분양한 용인 주택단지에는 5~6마리 개를 키우는 분도 있어요. 이전 집에서는 민원 때문에 개도 사람도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개로 인한 사람 간의 갈등이 없으니 모두 안정을 찾고 좋아졌죠.” 모두가 반려인이라는 같은 ‘처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편의 때문에 현재 반려견주택연구소에서 분양 계획 중인 여성 반려인 전용 오피스텔 ‘위드펫’(115세대)에는 300여 명이 입주 의향서를 내고, 주택단지 ‘에르고펫’(32세대)는 1만 건 이상의 문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반려견 놀이터, 펫존 있는 공동주택

신축 아파트, 오피스텔들도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려인들의 수요를 반영하는 추세다. 내년 1월 입주하는 ‘의왕 장안지구 파크 푸르지오’의 경우 단지 한쪽에 천연 잔디를 깐 반려동물 놀이터를 만들어 ‘입주견’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 2020년 완공하는 오피스텔 ‘수원 호매실 동광뷰엘’도 옥상에 15평 규모의 반려동물 놀이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같은 해 완공하는 오피스텔 ‘김포 안강 럭스나인’은 일부 가구 126세대에 ‘위드펫’ 타입을 적용했다. 주방 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반려동물이 뛰어오르지 못하도록 하고, 화장대 아래 반려동물 집이나 침대를 놓을 공간을 마련했다. 민원 문제로 공동주택에서 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점을 반영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 전용 '펫존'을 만든 곳도 있다. 2016년 입주를 마친 오피스텔 리마크빌 영등포는 오피스텔 한 동 두 개 층 40실에서 동물을 키울 수 있다.

집을 바꾸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을 배려한 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 6월, 반려동물 전용 ‘루르비그’ 라인을 출시한 이케아는 가구 디자이너와 수의사가 협업해 동물의 행동 특성을 고려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 잉마 베르무데스는 “집안의 기존 가구와 잘 어울리게, 하지만 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절대 사람 제품처럼 만들지 않는 것”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강조했다. 물어뜯기 좋아하는 개, 냄새와 질감에 민감해하며 사물을 긁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내구성을 강화하고, 반려인의 냄새를 좋아하는 동물들의 특성에 맞춰 반려인의 옷이나 담요, 수건 등으로 속을 채우는 쿠션 등이 예다.

사람과 공간을 나눠쓰는 반려동물은 누구보다 집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다. 네 발 달린 고객들이 건축, 인테리어 시장에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안예은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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