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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탈원전과 채식과 고양이의 상관 관계

등록 2018-09-10 12:00수정 2018-09-10 13:28

[애니멀피플] 전채은의 나의 사랑 프리드리히 니체
공존 앞세운 ‘소수 의견’ 대하는 세상의 방식
일등만 행복한 게 아니라 모두 잘 살려면…
생명윤리는 거창한 것 아닌 상식 지키는 것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탈원전정책을 비판하며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했는 소식을 들었다. 그 장면은 충격이었다. 후쿠시마 정도면 우리는 충분히 교훈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사실 현 정부는 당장 원전을 멈추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목표를 세우되 조정하겠다는 의미다. 결국 그들은 정치적 행동을 한 거다.

시민 사회 영역에서는 종종 어떤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주체는 누구인가. 정부인가. 정부는 국민이 선출한 대표일뿐이다. 주체는 국민이다. 결국 많은 문제가 우리 책임이란 의미다. 보수 정당에서 시대착오적 정책을 내면 이를 비판하되 그 보수정당의 의원을 뽑은 사람 역시 우리 이웃이라는 현실적 자각이 필요하다. 정당의 정치적 꼼수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우리가 원칙을 세우고 그들을 끌어와야 한다. 우리가 주인이고 그들이 종 아닌가.

우리가 아무리 소수라도 그 주장이 정당하다면 결국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의견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에 반대하는 자들의 논리를 촘촘하게 따져야 한다. 대부분 논리가 아니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수 있다. 혹은 어리석은 판단이거나 여기저기 다수에 휩쓸려다니는 것일수도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후자가 더욱 시급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앞에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
사무실 앞에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
탈원전과 채식은 과격한 주장이라는 반론을 자주 접한다. 뭐가 과격하다는 것일까. 원전과 육식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을 테러한 것도 아닌데. 육식하는 사람을 잡아 가두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닌데. 주장이 과격한 것이 아니라 과격하다고 말하는 자들의 의도가 문제 아닌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고양이는 보호받아야 할 동물이다’라는 주장이 왜 인간이 더 중요하지 고양이까지 보호해야 하는 반론으로 제기되어야 하는가. 동물의 권리에 대한 발언이 진정으로 과격한 말이 되려면 행동이 뒤따라야 하고 인간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동물만을 챙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돌보는 일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지 속 시원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아, 고양이 돌보는 캣맘들이 이상해보이나? 혹시라도 누구에게 욕을 하거나 범죄를 저질렀나? 사유재산을 침해했거나 누구를 때렸거나…? 그렇다면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왜 신고하지도 않으면서 궁시렁대는 것일까.

국민의 촛불이 현 정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천만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부패한 정부를 무너뜨렸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을 스스로 진보라고 한다. 그런 한편, 한 해 십만 마리의 개들이 거리에 버려진다. 천만 명 중에 그들이 없다고 할 수 있나. 그 교집합에 속하는 사람들은 입으로 자신이 진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가족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입으로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면서 등산, 낚시를 다니며 쓰레기를 산이며 강에 버리고 간다. 당신이 유원지에 버리고 온 빨대와 플라스틱은 강물로 흘러 가 바다로 갈 것이고 바다생물들은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니체가 자기 사료를 나눠 주는 걸 감시하고 있다. 아무리 질투해도 나는 사료를 더 주문하련다.
니체가 자기 사료를 나눠 주는 걸 감시하고 있다. 아무리 질투해도 나는 사료를 더 주문하련다.
이것도 먹지 말고 저것도 안 되고 그럼 굶어 죽으라고? 등산도 가지 말라니 그럼 어떻게 걸어 다녀? 개미는 밟아도 되니? 이게 반론인가? 그냥 비아냥 아닌가. 폭염과 지진, 이상기후, 빠르게 멸종되어 가고 있는 생물들, 사라지고 있는 북극의 빙하. 당신은 어디에 관심이 있나. 아파트 값에만 관심이 있나. 당신의 아이 성적 올리기에만 골몰하나. 당신 아이가 일등을 하면 다른 아이들은? 이 사회가 일등만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로 썩어가고 있는데 다른 아이들은 나락으로 떨어져도 되나? 민중, 국민이라는 단어 뒤로 숨지 마라. 당신이 당신이외에 다른 생명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진보 아니다.

가을이다. 곡식이 영글고 고양이가 살찌는 계절. 니체는 오늘도 밖으로 사료를 들고 나가면 내 다리를 문다. 니체가 아무리 질투해도 내 새끼만 소중하냐. 근처에서 어떤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나보다. 늘 밥을 먹으러 오던 고양이가 어느 날 주렁주렁 새끼들을 몰고 왔다. 사료를 더 주문해야겠다. 생명윤리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상식을 지키는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무엇이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상식이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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