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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히끄형~날 모르겠냐멍

등록 2018-12-17 09:50수정 2018-12-17 09:57

[애니멀피플] 히끄의 탐라생활기
나는 너를 모른다냥! 폭풍성장을 한 호삼이를 인정할 수 없는 히끄. 호삼이는 그런 형이 야속하다.
나는 너를 모른다냥! 폭풍성장을 한 호삼이를 인정할 수 없는 히끄. 호삼이는 그런 형이 야속하다.
동거인이자 오조리 동네 친구인 한카피님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아침, 저녁으로 반려견 호이와 호삼이(HOHO-Bros) 산책을 한다. 내가 독립하기 전에는 번갈아 가면서 산책을 시켰는데, 한카피님이 무릎 수술을 받은 후로는 내 산책 빈도가 높아졌다. 그땐 호삼이가 없던 터라 호이만 산책시키면 됐지만, 난 평소에 숨쉬기 운동만 하는 사람이고, 날씨가 막 추워질 때여서 산책 나가기 싫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오조리 포구’라는 멋진 산책로가 가까이 있어서 행복한 산책이 많았다.

둘이서 하던 일을 한카피님 혼자 한 지도 3년이 넘었다. 혼자 쉬는 날 없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대형견 두 마리를 산책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허리 건강이 염려스럽다.

다행히 1년에 몇 번 휴가를 가는데, 올해도 따뜻한 나라로 겨울방학을 떠났다. 한카피님 대신 ‘호호브로’ 밥을 챙기고, 산책하고 있다. 평소에 호호브로를 조카처럼 예뻐하지만, 한카피님이 안 계시면 내가 호호브로의 보호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들 둘 키우는 부모처럼 목소리가 커지고, 사고가 안 나게 긴장 속에 산책을 한다.

반려견과 산책한다고 하면, 로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자외선과 장마, 칼바람과 추위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노즈워크 하는 척 땅에 떨어져 있는 걸 자꾸 먹으려고 해서 말리느라 팔꿈치가 아프다. 아픈 곳이 없는 나도 3일만 산책시키면 허리까지 뻐근해져서 호호브로에게 ‘너희들 엄마 돌아오면 효도하고 말 잘 들어라’며 훈계하게 된다.

매일 산책을 한다 해도 심심할 호호브로를 위해 하루는 우리 집 마당에 풀어놓고 뛰놀게 했다. 히끄는 개를 유독 싫어하는데 자주 보는 호호브로에게도 마찬가지다. 시크한 성격의 호이는 히끄한테 관심 없지만 호삼이는 항상 ‘형, 그 날 기억 안나?’라고 자꾸 아는 척을 한다. 호삼이가 뽀시래기 시절, 그때는 반대로 내가 여행 중이었다. 공항이 마비될 정도로 제주에 폭설이 내렸는데, 혼자 있는 히끄가 걱정된 한카피님이 본인 집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때 호삼이는 히끄와 덩치가 비슷했다.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뽀시래기’ 호삼이가 잠이 들면 히끄는 ‘호삼이, 자니?’하는 표정으로 마치 옛 남친처럼 바라봤다고 한다.

폭풍 성장 후, 호삼이는 히끄에게 일방적인 눈빛을 보내지만, 히끄는 호삼이에게 구마 의식을 당하는 것처럼 동공이 흔들리고 ‘하악’거릴 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이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우리는 여행 계획이 생기면 일정을 알려주고, 서로의 집을 매일 방문해서 반려동물을 챙겨준다. 내가 없을 때, 히끄는 한카피님이 오면 다리 사이를 부비부비하며 애교를 피우지만, 내가 옆에 있으면 ‘고모 왔냥?’하고 쳐다만 보고, 일어나 보지도 않는다. 마치, 나랑 신나게 놀다가 엄마 왔다고 언니한테 쪼르르 가버리는 친조카를 보는 것 같다.

호호브로와 오조리 포구를 산책하는 게 요즘 나의 일과다. 제주의 흔한 산책길.
호호브로와 오조리 포구를 산책하는 게 요즘 나의 일과다. 제주의 흔한 산책길.
산책 중에 만난 뽀시래기 시절 호삼이와 캥거루 히끄.
산책 중에 만난 뽀시래기 시절 호삼이와 캥거루 히끄.

이신아 히끄아부지·<히끄네집>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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