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물림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다. 특히 4∼5살 아이의 절반 가까이는 개의 상태를 오판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겁을 먹고 잔뜩 웅크린 개를 만지거나 안으려 한다면…
어린아이들이 개에 잘 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개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레이스 알드리지 영국 스타포드셔대 심리학자 등은 개에 가장 자주 물리는 4∼7살 아동 118명을 대상으로 화가 나거나, 겁을 먹었거나, 행복한 상태의 개 사진과 비디오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개의 감정 상태를 얼마나 이해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알아봤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앤스로주’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아이들은 화난 개는 잘 알아봤지만 공포에 사로잡힌 개의 상태를 잘 모른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6∼7살 아동보다 4∼5살 아동은 겁먹은 개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율이 높았다.
4∼5살 아동의 56%, 6∼7살 아동의 76%가 겁먹은 개의 상태를 제대로 안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가까운 아이들이 개가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을 몰랐지만, 더 심각한 것은 어떻게 개를 대할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화난 상태의 개. 아이들은 이런 상태는 본능적으로 잘 안다. 그러나 공포에 사로잡힌 개를 보고 ‘미소 짓는다’라고 잘못 판단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의 81%가 겁먹은 개를 마치 행복한 개를 대하듯 만지거나 끌어안으려 했다. 다시 말해, 일부 아이들은 개가 겁먹은 상태임을 알고 있으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가 자신과 달리 만지거나 안을 때 위협을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개가 드러내는 행동 단서를 정확하게 해석하도록 아이들을 훈련하는 것만으로는 개 물림 위험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개 물림 방지 훈련에는 아이들에게 개, 특히 겁먹은 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라고 밝혔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개에 물릴 위험이 가장 크다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10살 미만 어린이의 개 물림 사고는 전체의 19.3%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컸고, 상처를 입는 부위도 다른 연령대가 손과 손목 부위인데 견줘 머리와 얼굴이 많았다. 또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가정이 7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107명이 개에 물려 응급처치를 받는 미국에서도 가장 사고 빈도가 높은 연령대는 5∼9살로, 다른 연령대보다 5배나 많이 물렸다. 어린이는 심각한 부상도 잦았다. 또 육체적 상처뿐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는 아이도 절반을 넘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ace L. Aldridge & Sarah E. Rose (2019) Young Children’s Interpretation of Dogs’ Emotions and Their Intentions to Approach Happy, Angry, and Frightened Dogs,
Anthrozo?s, 32:3, 361-374, DOI: 10.1080/08927936.2019.1598656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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