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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내 개 내가 때리는데 뭐 어때”라는 이들에게

등록 2019-09-10 10:36수정 2019-09-10 10:41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개 학대범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텐가
우리 동물보호법엔 개를 학대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학대범들은 떳떳하게 “내가 내 개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한다. 이 나라 동물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동물보호법엔 개를 학대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학대범들은 떳떳하게 “내가 내 개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한다. 이 나라 동물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길가에서 어른 남자 혹은 여자가 아이를 때린다. 아이는 바닥에 넘어져 운다. 누군가가 여기에 끼어들려 하면 그 어른은 이렇게 언성을 높였다.

“내가 내 아이 교육하는데 너희들이 무슨 상관이야?”

이런 광경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짓을 하다간 큰 봉변을 치러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동 인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동보호를 위한 법률인 ‘아동복지법’이 만들어진 때는 1961년이지만, 상당 기간 아이는 부모의 부속물 정도로 취급됐고, 아이에 대한 폭력도 부모의 훈육방식의 하나로 간주했다.

하지만 지금 이 법은 더는 유명무실한 법이 아니다. 아이를 때렸다간 경찰서에 끌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뉴스나 고발 프로에 등장하거나 인터넷의 많이 본 기사 주인공이 돼 본격적으로 망신을 당한다. 폭행뿐 아니라 혼자 내버려 두는 것도 학대로 규정했으며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조항까지 생겼다. 아이는 약자이며 국가와 사회가 같이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데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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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마나 한 동물보호법

“내 개 내가 때리는 게 어때서 그러냐? 내가 내 개를 때린 게 잘못이냐?”

유튜버 씨가 지난 8월29일 개인방송 도중 한 말이다. 말만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씨는 자신의 반려견 허스키 종의 강아지를 잡아 침대 위로 내던지고, 목덜미를 잡아 수차례 얼굴을 때렸다. 도저히 못 봐줄 지경이던 시청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ㄱ씨는 그들에게 위에 적은 말을 한 뒤 “내 양육방식이다. 내 재산이고 내 마음이다.”라고 덧붙인다.

ㄱ씨의 논리적인(?) 답변에 경찰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신이 난 씨, 시청자들을 향해 일갈한다. “경찰도 내가 내 강아지 때린다니 아무것도 못 하잖아.”

이 사건이 슬펐던 이유는 씨의 말이 냉정한 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게도 아동복지법에 준하는 동물보호법이 있긴 하다. 그 법에선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동물을 때리는 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도 금하고 있다.

그러니까 씨의 행위는 동물보호법 8조 위반이지만, 무력하게 돌아간 경찰의 행동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구도 씨에게 여기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8조에는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도 있지만, 해마다 10만 마리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매년 발생하고 있으니, 이 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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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이 사이코패스들

아이와 개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둘에겐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를 지켜보는 감시시스템이 여러 곳에서 작동하고 어느 정도 자라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반면 개들은 집안에 갇힌 채 평생을 보내야 하며 그 개에게 관심을 두는 이도 그리 많지 않다.

또한 개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하지 못해, 생살여탈권을 쥔 견주에게 평생 의존해야 한다. 개 학대는 바로 이 점을 노린 야만적인 행위이며, 여기서 쾌감을 느끼며 학대를 남발하는 견주는 세상 더 없는 찌질이에 사이코패스다.

우리 동물보호법엔 개를 학대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학대범들은 떳떳하게 “내가 내 개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한다. 이 나라 동물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동물보호법엔 개를 학대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도 학대범들은 떳떳하게 “내가 내 개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항변한다. 이 나라 동물보호법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은 개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어 개 학대를 신고하는 이도 있고 관심을 두는 미디어도 제법 있다. 하지만 씨 사례에서 보듯 유명무실한 동물보호법은 개 학대 신고를 의미 없게 만들어 버리며, 미디어에서 관심을 가지려면 그 학대의 정도가 엄청 심각해야 한다. 게다가 심각한 학대를 저질러도 견주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2018년 6월, 천호동에서 일어난 사건을 보자. 한 다세대 주택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강동구청에 접수된다. 현장에 나간 직원이 발견한 것은 백골 상태의 개 사체 3구와 삐쩍 마른 개 한 마리였다. 확인결과 이 집 세입자인 씨는 2017년에도 자신이 운영하던 주점에서 개 5마리를 방치해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동물자유연대에 고발된 바 있었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이 최소한 8마리의 개를 죽게 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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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범은 범죄자, 설치게 둘 순 없다

죽은 개 중 하나인 닥스훈트를 부검했던 수의사는 “엑스레이상 위에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증언한 바 있는데, 그래도 주인이라고, 밥이라도 얻어먹어 보려고 꼬리를 흔들었던 개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물론 씨는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개가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개를 키운 사실조차 부정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서열이 더 높은 개가 사료를 못 먹게 해 굶어죽었을 수도 있다”며 그 책임을 다른 개에게 돌리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환상의 조합이다.

이들의 말에 설득됐는지 검찰은 겨우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으니 죄질을 고려하면 정말 관대한 구형인데, 구형이 이 정도면 선고에선 도대체 어떤 처벌이 나올지 상상만 해도 무섭다.

다시 유튜버 씨의 말을 옮긴다. “왜 우리나라에 개장수들이 많은 줄 알아? 동물보호법이 허울뿐인 법이고, 동물학대로 처벌받는 사람이 없어. 개장수도 처벌 안 받는데. 그게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야.” 언제까지 이런 개 학대범이 설치게 놔둘 것인가? 이젠 천만 반려인들이 나서야 할 때다.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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