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해외 입양길 막힌 진도믹스견
코로나19로 항공편 중단·축소…개들로 보호소는 만원
보호할 곳 없어 안락사 직전 구조도 점점 힘들어져
코로나19로 항공편 중단·축소…개들로 보호소는 만원
보호할 곳 없어 안락사 직전 구조도 점점 힘들어져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 입양이 예정된 개들은 항공편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막힌 하늘길, 하늘만 쳐다보는 개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진도믹스견의 삶에 암운을 드리웠다. 항공편이 중단·축소되면서, 해외 입양길이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한 달에 수백 마리씩 보내는 입양길이 막히자, 웰컴독코리아 같은 입양 단체들에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입양 날짜를 받아놓고, 가지 못한 개들로 보호소는 ‘만원’이 되었다. 이것은 곧 신규 구조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21일 경기 파주의 반려견 훈련시설 ‘웰컴포즈'를 찾아갔다. 웰컴독코리아가 개들의 해외 입양을 위해 사회화 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진도믹스견 ‘주주’은 식용견으로 팔릴 운명이었다. 지난해 구조되어 사회화 훈련을 마치자, 즐겁고 명랑한 진도가 되었다.
‘하리’는 아직 사람이 무섭다. 학대를 받은 경험 때문이다.
진도믹스견은 여전히 죽음으로… 언젠가는 하늘길이 열릴 것이다. ‘그럼 조금 기다렸다가 보내면 되지, 뭘 그래?'라고 되묻는 건 이들에게 한가한 소리다. 해외입양을 전문으로 하는 동물단체는 동물 학대로 신고된 현장이나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처한 개를 구조한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보호소나 위탁 보호소로 개들을 데려온다. 진도믹스견을 주로 구조하는 웰컴독코리아의 경우, 충주의 ‘띵크독’에 한 달 30만원을 주고 보호를 맡긴다. 위탁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들은 웰컴포즈에 차례대로 와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의 사회화 훈련을 받고 비행기를 탄다. 여기서도 한 달 수십만원의 훈련, 보호비용이 발생한다. 웰컴독코리아는 한 달 평균 30마리를 입양 보냈다. 그러다가 3월 12마리, 4월 1마리로 줄었다. 동시에 위탁 보호소와 훈련소는 ‘만원'이 되었다. 현재 웰컴포즈에 46마리가 있는데, 이 가운데 20마리가 하늘만 쳐다보며 대기 중이다.
올 봄 밴쿠버에 가기로 되어 있던 ‘칠복이’가 경기 파주 웰컴포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정수 웰컴독코리아 대표(오른쪽)와 조영모 웰컴포즈 대표는 “해외 입양 뒤 개들이 파양되는 일이 없도록 사회화 훈련을 완벽하게 시킨 뒤 보낸다”고 말했다.
지체되는 행복의 시간 물론 이것은 한국만의 특별한 현상이다. 개고기 산업의 자장 아래에서 시골 농가에서 진도믹스견이 소규모로 계속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진도믹스견은 유기되어 번식하고, 학대를 받아 지자체의 동물보호소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정수 대표나 강경미 대표는 해외 입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국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안락사 직전의 개들이 안쓰럽고, 생명 하나하나가 중한 건 사실이다. 진도믹스견들이 행복을 찾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파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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