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귀엽지 않아’ 2회 17살 노령견 ‘완소’, 휠체어 타는 ‘동동이’ 완동이 반려인 양다영씨가 말하는 반려와 가족
17살 완소와, 휠체어를 탄 10살 동동이와 양다영씨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기르는 ‘애완동물’ 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반려동물=귀엽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그 공식이 어긋나면 혼란스러워 하고 ‘피치 못한 선택’이라며 생명을 내다버리기도 한다. 그들도 병이 들고 늙기도 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데 말이다. ‘애완’의 의미를 벗어나 진정한 ‘반려’ 의 의미를 찾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특별한 가족들을 소개한다.
강아지 두 마리가 앞뒤로 나란히 산책을 한다. 앞서가는 쪽은 휠체어를 탄 10살 동동이, 뒤따르는 쪽은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17살 완소다. 둘의 머리글자를 따서 일명 ‘완동이’(완소+동동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씽씽 달려가는 동동이의 뒤에서 완소는 느릿느릿 풀냄새를 맡는다. 17일 수원의 한 공원에서 반려인 양다영씨와 다영씨 어머님을 만나 완동이와 함께 사는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다.
-완동이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8년, 근처 동물병원에서 유기견이었던 완소를 데려왔어요. 원래 유기견을 키워보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완소를 만나게 됐죠. 완소가 혼자 있으니까 2010년에 가정 분양으로 동동이를 데려왔고요.”
-완소와 동동, 이름이 특이해요.
“완소의 이름을 고민하다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 때 당시 ‘완소’가 ‘완전 소중’이라는 뜻의 유행어였는데요. 제 휴대폰에 친언니 이름이 ‘완소 울언니’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걸다가 ‘아, 그러면 완소라고 하자.’ 동동이는 의미 없어요. 그냥 동동이.”(웃음)
-17살 완소의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아픈 걸 이야기하면 속상하지만…. 회음부 탈장, 홍채 낭종이 있어요. 백내장 초기 증상도 있고요. 디스크, 심장병, 기관지 협착증도 있어요. 그래서 기침을 좀 해요. 예전에는 공원 한 바퀴를 잘 돌았는데 요즘은 반 바퀴 정도만 돌아요. 또 이름을 부르면 바로 반응했는데 지금은 느려요. 병원에서도 나이가 있으니까 잘 안 들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소리에 예민했는데 동동이가 먼저 짖지 않으면 인식을 못 해요. (시력은?) 시야가 좀 가리는 것도 있고, 밤에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사이좋게 산책중인 완소와 동동이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완소는 심장이 안 좋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가서 약을 타요. 올해 초에 발견한 거라, 아직은 초기여서 약만 먹이고 있어요. 탈장은 수술을 해야 하는데 나이도 많고, 기침도 하고, 재발 확률도 높아서 하기가 어려워요. 마취 자체도 위험할 수 있고요. 다른 병들은 일상에서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에요. 동동이는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만 해요.”
_______ 강아지도 휠체어를 탄다
어릴 적 완소는 무척이나 빨리 달리는 강아지였다고 한다. 강아지 달리기 대회 행사에서는 몸집이 큰 다른 강아지들을 제치고 상까지 탔었다.
완소를 데려올 때 동물 관련 전공을 하고 있던 다영씨는 강아지가 나이를 들며 병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공부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여러 병이 올 줄은 몰랐”으며, “느려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 했다”고 한다.
완소는 나이가 들어 희끗희끗 흰머리가 생겼다. 강아지도 흰머리가 생긴다.
-동동이 다리는 언제부터 불편했나요?
“애기 때는 괜찮았다가 4개월 즈음부터 다리를 좀 절기 시작했어요. 뼈가 빠져서 맞춰줘도 계속 빠지고 그랬어요. 점점 상태가 심해져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두 뒷다리 슬개골 쪽이 선천적으로 기형이라 다들 수술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힘들었어요. 더 이상 제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다른 강아지들의 경우 한쪽 다리에 슬개골 탈구가 생기면 다른 한쪽으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데, 동동이는 양쪽 슬개골이 다 빠져서 잡아줄 수가 없어요.”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동동이가 1살 때 수술이 된다는 한 곳에서 수술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어요. 혹시나 해서 한 건데. 그래도 한 번 해봐야 미련이 없으니까. 지금 보시면 관절이 안쪽으로 휜 상태인데 더 심해질 수 있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이제는 휠체어를 타서 병원 갈 일이 없어요. 다리 외에는 다 건강해요”
양다영씨와 완소, 동동이, 그리고 양씨의 어머니
-휠체어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된 건가요?
“4살 때 했어요. 어릴 때는 몸집이 더 커질 수 있으니까 못 하고, 어느 정도 다 컸을 때 맞췄어요. 서울에 데리고 가서 몸집에 맞게 주문 제작했어요. (비싼가요?) 네. 비싸요. 60만원 대였을 거예요. (휠체어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나요?) 굳이 갈 필요는 없어요. 수리가 돼요.”
-휠체어 쓰기 전 산책은 어떻게 했나요?
“휠체어 맞추기 전에는 안고 산책을 했어요. 시멘트 바닥은 다리가 쓸리니까 잔디밭 같은 데만 좀 다니고.”
동동이는 뒷다리를 못 쓰는 대신 앞다리가 무척 튼튼하다. 집에서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 뒷다리를 절며 걷는다. 가끔은 튼튼한 앞다리로 물구나무 선 것처럼 걸어 다닐 때도 있다고 한다.
_______ ‘책임질 수 있어요?’
다영씨에게 완동이는 “가족”이다. “강아지지만 가족이에요.” 두 아이와 함께 보낸 세월은 10년이 넘는다. 가족으로서의 강아지를 위해 다영씨 가족은 완동이 관리에도 철저했다. 예쁘고 귀엽다고 해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막 주지 않았다. 간식도 열량이 낮은 것으로 조금씩만 주었다. 집 앞 공원으로 매일같이 산책도 나간다. 철저한 관리 덕택인지 완소는 몇 개 남지 않은 송곳니와 어금니로도 여전히 밥을 잘 먹고 있다.
꾸벅꾸벅 조는 완소와 휠체어에 앉은 동동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을 파양하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결혼해서 못 키워, 힘들어서 못 키워, 너무 커서 못 키워, 털 빠져서 못 키워. 이건 다 핑계잖아요. 커진 건 사람이 더 커졌고, 시끄러운 건 사람이 더 시끄러워요.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싶으면 안 키웠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강아지,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요. ‘책임질 수 있어? 책임 못 지면 키우지 마. 시작도 하지 마.’”
이성희 교육연수생 dong_gramy@naver.com">grandprix2018@naver.com
이주연 교육연수생 102557@naver.com">1025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