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반려동물

“늙고 병들어도 책임질 수 있어요?”

등록 2020-07-31 10:55수정 2020-08-10 17:22

[애니멀피플] ‘귀엽지 않아’ 2회
17살 노령견 ‘완소’, 휠체어 타는 ‘동동이’
완동이 반려인 양다영씨가 말하는 반려와 가족
17살 완소와, 휠체어를 탄 10살 동동이와 양다영씨
17살 완소와, 휠체어를 탄 10살 동동이와 양다영씨
사람이 즐거움을 얻기 위해 기르는 ‘애완동물’ 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반려동물=귀엽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그 공식이 어긋나면 혼란스러워 하고 ‘피치 못한 선택’이라며 생명을 내다버리기도 한다. 그들도 병이 들고 늙기도 하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인데 말이다. ‘애완’의 의미를 벗어나 진정한 ‘반려’ 의 의미를 찾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특별한 가족들을 소개한다.

강아지 두 마리가 앞뒤로 나란히 산책을 한다. 앞서가는 쪽은 휠체어를 탄 10살 동동이, 뒤따르는 쪽은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17살 완소다. 둘의 머리글자를 따서 일명 ‘완동이’(완소+동동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씽씽 달려가는 동동이의 뒤에서 완소는 느릿느릿 풀냄새를 맡는다. 17일 수원의 한 공원에서 반려인 양다영씨와 다영씨 어머님을 만나 완동이와 함께 사는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다.

-완동이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08년, 근처 동물병원에서 유기견이었던 완소를 데려왔어요. 원래 유기견을 키워보려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완소를 만나게 됐죠. 완소가 혼자 있으니까 2010년에 가정 분양으로 동동이를 데려왔고요.”

-완소와 동동, 이름이 특이해요.

“완소의 이름을 고민하다 언니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그 때 당시 ‘완소’가 ‘완전 소중’이라는 뜻의 유행어였는데요. 제 휴대폰에 친언니 이름이 ‘완소 울언니’라고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걸다가 ‘아, 그러면 완소라고 하자.’ 동동이는 의미 없어요. 그냥 동동이.”(웃음)

-17살 완소의 현재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아픈 걸 이야기하면 속상하지만…. 회음부 탈장, 홍채 낭종이 있어요. 백내장 초기 증상도 있고요. 디스크, 심장병, 기관지 협착증도 있어요. 그래서 기침을 좀 해요. 예전에는 공원 한 바퀴를 잘 돌았는데 요즘은 반 바퀴 정도만 돌아요. 또 이름을 부르면 바로 반응했는데 지금은 느려요. 병원에서도 나이가 있으니까 잘 안 들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소리에 예민했는데 동동이가 먼저 짖지 않으면 인식을 못 해요. (시력은?) 시야가 좀 가리는 것도 있고, 밤에는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사이좋게 산책중인 완소와 동동이
사이좋게 산책중인 완소와 동동이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완소는 심장이 안 좋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 가서 약을 타요. 올해 초에 발견한 거라, 아직은 초기여서 약만 먹이고 있어요. 탈장은 수술을 해야 하는데 나이도 많고, 기침도 하고, 재발 확률도 높아서 하기가 어려워요. 마취 자체도 위험할 수 있고요. 다른 병들은 일상에서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에요. 동동이는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만 해요.”

_______
강아지도 휠체어를 탄다

어릴 적 완소는 무척이나 빨리 달리는 강아지였다고 한다. 강아지 달리기 대회 행사에서는 몸집이 큰 다른 강아지들을 제치고 상까지 탔었다.

완소를 데려올 때 동물 관련 전공을 하고 있던 다영씨는 강아지가 나이를 들며 병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공부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여러 병이 올 줄은 몰랐”으며, “느려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생각하지 못 했다”고 한다.

완소는 나이가 들어 희끗희끗 흰머리가 생겼다. 강아지도 흰머리가 생긴다.
완소는 나이가 들어 희끗희끗 흰머리가 생겼다. 강아지도 흰머리가 생긴다.
-동동이 다리는 언제부터 불편했나요?

“애기 때는 괜찮았다가 4개월 즈음부터 다리를 좀 절기 시작했어요. 뼈가 빠져서 맞춰줘도 계속 빠지고 그랬어요. 점점 상태가 심해져 병원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두 뒷다리 슬개골 쪽이 선천적으로 기형이라 다들 수술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힘들었어요. 더 이상 제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다른 강아지들의 경우 한쪽 다리에 슬개골 탈구가 생기면 다른 한쪽으로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데, 동동이는 양쪽 슬개골이 다 빠져서 잡아줄 수가 없어요.”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동동이가 1살 때 수술이 된다는 한 곳에서 수술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어요. 혹시나 해서 한 건데. 그래도 한 번 해봐야 미련이 없으니까. 지금 보시면 관절이 안쪽으로 휜 상태인데 더 심해질 수 있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이제는 휠체어를 타서 병원 갈 일이 없어요. 다리 외에는 다 건강해요”

양다영씨와 완소, 동동이, 그리고 양씨의 어머니
양다영씨와 완소, 동동이, 그리고 양씨의 어머니
-휠체어는 언제부터 사용하게 된 건가요?

“4살 때 했어요. 어릴 때는 몸집이 더 커질 수 있으니까 못 하고, 어느 정도 다 컸을 때 맞췄어요. 서울에 데리고 가서 몸집에 맞게 주문 제작했어요. (비싼가요?) 네. 비싸요. 60만원 대였을 거예요. (휠체어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나요?) 굳이 갈 필요는 없어요. 수리가 돼요.”

-휠체어 쓰기 전 산책은 어떻게 했나요?

“휠체어 맞추기 전에는 안고 산책을 했어요. 시멘트 바닥은 다리가 쓸리니까 잔디밭 같은 데만 좀 다니고.”

동동이는 뒷다리를 못 쓰는 대신 앞다리가 무척 튼튼하다. 집에서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 뒷다리를 절며 걷는다. 가끔은 튼튼한 앞다리로 물구나무 선 것처럼 걸어 다닐 때도 있다고 한다.

_______
‘책임질 수 있어요?’

다영씨에게 완동이는 “가족”이다. “강아지지만 가족이에요.” 두 아이와 함께 보낸 세월은 10년이 넘는다. 가족으로서의 강아지를 위해 다영씨 가족은 완동이 관리에도 철저했다. 예쁘고 귀엽다고 해서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막 주지 않았다. 간식도 열량이 낮은 것으로 조금씩만 주었다. 집 앞 공원으로 매일같이 산책도 나간다. 철저한 관리 덕택인지 완소는 몇 개 남지 않은 송곳니와 어금니로도 여전히 밥을 잘 먹고 있다.

꾸벅꾸벅 조는 완소와 휠체어에 앉은 동동이
꾸벅꾸벅 조는 완소와 휠체어에 앉은 동동이
-여러 가지 이유로 반려동물을 파양하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요.“결혼해서 못 키워, 힘들어서 못 키워, 너무 커서 못 키워, 털 빠져서 못 키워. 이건 다 핑계잖아요. 커진 건 사람이 더 커졌고, 시끄러운 건 사람이 더 시끄러워요.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싶으면 안 키웠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강아지, 고양이 키우고 싶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요. ‘책임질 수 있어? 책임 못 지면 키우지 마. 시작도 하지 마.’”

이성희 교육연수생 dong_gramy@naver.com">grandprix2018@naver.com

이주연 교육연수생 102557@naver.com">102557@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