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영역인 마당에 다른 고양이가 와도 호의적인 히끄 덕분에 길고양이를 보살필 수 있었다.
히끄와 함께 사는 제주 집에는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있다. 그 담을 매일 넘어다니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어간다.
고양이에 대해 알지 못하는 ‘고알못’이었던 시절, 길에서 히끄를 처음 발견했을 때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약을 챙겨주던 캣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때 히끄를 통해서 길고양이에게 사료 한 그릇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게 ‘오조리 길고양이 식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조리 길고양이들의 성비는 수컷이 대부분이고,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집고양이 평균 수명인 10~15년에 못 미치는 3~5년이라 개체 수가 늘지 않았다. 슬프게도 우리 집만 해도 5년 전에 왔던 길고양이들의 행방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삼색 고양이가 새롭게 보이더니, 암컷 고양이들이 급식소에 오기 시작해서 길고양이 TNR을 준비했다.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제자리 방사(Return)의 앞글자를 딴말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중성화 사업을 말한다. 제주도는 지자체 예산이 있어서 무료로 진행되는데 작년에는 해당 연도 책정된 예산이 다 떨어져서 거부당한 적이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중성화 수술 개복 부위가 덧날까 봐 여름은 피하려고 했지만, 암컷은 1년에 2~3차례 임신 가능성이 있고 연말에는 예산이 다 떨어질 수도 있어서 서둘러야 했다.
금동이가 TNR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서 사료를 먹고 있다.
빠른 회복과 상처가 덧나지 않기 위해 항생제를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아서 간식에 섞어 챙겨줬다.
우리 집으로 매일 사료를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기에 관찰도 가능해서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암컷은 수컷에 비해 절개 부위가 넓고, 수유 중인 고양이가 있어서 비교적 회복이 빠른 수컷을 먼저 보내기로 했다. 읍사무소에서 포획망을 무료 대여할 수 있지만, 수량이 한 개뿐이라 비상시를 위해 사비로 2개를 더 구매했다.
포획망은 고양이가 발판을 누르면 자동으로 출입문이 닫히는 형식이다. 포획망이 튼튼하지만, 당황한 고양이가 몸부림치다가 탈출이나 사고가 날 수 있어서 흔들리는 부분을 케이블 타이로 단단하게 고정하고 보수했다. 마당 한가운데에 급식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포획이 어렵지 않았다.
중성화는 2~3일 걸렸고, 방사 후 건강하게 돌아와서 사료를 먹었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 회복하도록 동물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아 간식에 섞어 챙겨줬다. 현재까지 수컷은 모두 완료한 상태이고, 암컷도 수유가 끝나는 대로 포획할 계획이다.
TNR의 목적은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를 방지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길고양이의 건강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권과 맞닿아 있다. 중성화 수술 후에는 방사가 끝이 아니라 중성화한 고양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찰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혹시 모를 전염병 예방을 위해서 한번 사용한 포획망은 세제를 이용해서 구석구석 씻고, 소독제로 소독하여 재사용한다.
오조리 길고양이 식당은 길고양이에게 사료 주는 걸 이해해주는 좋은 이웃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민박 손님들은 사료와 간식을 주기적으로 보내준다. 말하지 않아도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약과 돈을 보내주는 고마운 분들도 있다.
무엇보다 자기 영역인 마당에 다른 고양이가 와도 호의적인 히끄 덕분에 급식소 운영에 어려움은 없었다. 오조리 길고양이들이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오기를 희망한다.
이신아 히끄 아부지·<히끄네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