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7년전 유기된 흰 고양이 시작으로 동물 늘어나
8일 버동수 진료 봉사…‘동물보호’ 현수막 게시
7년전 유기된 흰 고양이 시작으로 동물 늘어나
8일 버동수 진료 봉사…‘동물보호’ 현수막 게시
7년 전 버려진 고양이를 거두면서 시작된 스님의 동물보호로 관음사는 50여 마리 길고양이가 찾는 급식소가 됐다. 프로젝트 제공
흰 고양이 수십 마리가 생기게 된 사연 11월8일 오전 10시 경기도 관음사에 동물의료 봉사단체인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이하 버동수) 수의사들이 도착했다. 이날 관음사 동물들은 단체 진료를 받기로 했다. 평소 스님과 어린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던 요사채에 간이 진료실이 꾸려졌다. 테이블이 수술대로 변신했고, 알록달록한 단청 기둥 사이사이에 링거가 달렸다. 진료를 위해 수술대에 오른 고양이들은 두어 마리를 제외하곤 모두 흰 고양이었다. 유난히 흰 고양이가 많은 사연은 무엇일까. 시작은 7년 전이었다. 2013년 관음사 주변에 긴 털이 매력적인 터키시앙고라 한 마리가 나타났다. 평소 동물을 아끼던 혜영 스님은 갈 곳 없이 떠도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돌보기 시작했다. 흰 고양이는 긴 털도 관리가 되어 있었고, 사람도 잘 따랐다. 유기묘가 분명했다. 스님은 고양이에게 ‘줄리’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동네 고양이와 어울리던 줄리에게 새끼 ‘마리’가 생겼다. 밥 먹으로 오는 동네 고양이, 산에서 내려오는 길고양이, 새로 태어난 새끼들로 식구는 순식간에 불어났다. 성묘들은 중성화 수술을 시켰지만 두 달에 한번씩 임신이 가능한 고양이의 생태 탓에 흰 고양이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7년 전 유기된 터키시 앙고라 탓인지 관음사에는 흰 고양이들이 유독 많았다. 관음사 프로젝트 제공
“동물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스님은 버려진 동물들을 거둬 여건이 닿는 대로 중성화를 시켰다. 자비와 시 예산으로 20여 마리 고양이를 중성화했지만, 개체 수가 불어나는 건 한 순간이었다. 새로 태어난 새끼들, 막 출산을 마친 어미묘, 어려서 아직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금세 자라나 다시 가족을 불렸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과의 마찰도 시작됐다. 고양이 뿐 아니라 개에게도 적대적이었던 한 동네 주민이 동물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절 마당, 주변에서 자유롭게 지내던 고양이들이 한 두 마리씩 사라졌다. 혜영 스님은 “한 때 50여 마리가 밥을 먹으러 오곤 했는데 최근 20마리 정도가 눈에 띄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혜영스님은 “동물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며 “동물 보살피는 일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라”고 말했다.
스님은 고양이 개체수가 늘자 이웃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절 한켠에 직접 야외묘사를 지어 고양이들을 보호했다. 관음사 프로젝트 제공
‘관음사 아이들’ 지키기…진료 봉사 첫 단추 9월 말 처음 관음사를 찾은 모찌이모는 “스님이 밥도 챙겨주시고 매일 청소도 하셨지만, 허피스를 앓고 있는 등 건강 관리가 좋지 못한 아이들도 꽤 눈에 띄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무리 중성화에 힘쓰더라도 외부 도움의 손길이 있지 않은 한 임신과 출산이 계속되며 개체가 불어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년간 길고양이를 돌보며 가정 입양을 보내온 이들은 각각 역할을 분담해 관음사 고양이 돕기에 나섰다. 고양이 치료와 임보, 입양은 모찌 이모(@mozzi0425)가 맡고 협력단체와 지자체 문의, 홍보 등은 콩이바바(@kong2baba)가, 고양이 치료와 입양에 쓰일 비용 마련을 위한 후원물품 판매는 달밤캣(@kim_yu315)이 전담했다. ‘관음사 마을 유기동물을 위한 프로젝트’(이하 관음사 프로젝트)가 꾸려졌다.
스님이 동물을 보살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기도 늘어났다. 관음사 프로젝트 제공
8일 관음사를 찾은 ‘버동수’ 수의사들이 동물 진료에 앞서 간이 진료실을 준비하고 있다. 버동수 제공
“동물학대는 범죄” 현수막으로 알려 대체로 순조로운 이날 행사에 어려움이 하나 있었다. 중성화를 하기로 했던 개들의 경계가 심해 9마리 중 3마리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개들이 낯선 사람을 심하게 경계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혜영 스님은 “개들이 짖는다고 이웃 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고양이가 죽었으니 가져가란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 말 못하는 동물이 그렇게 죽은 것도 마음이 아프고, 내가 잘 돌보지 못한 것 같아 자책이 든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앞으로도 길고양이 인식개선과 동물학대 재발방지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