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많은 동물이 택배 상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블라인드 박스’ 판매가 분노를 사고 있다. 사진 웨이보
중국에서 많은 동물이 택배 상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온라인 쇼핑몰의 ‘블라인드 박스’ 판매가 시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한 택배물류 창고에서 살아있는 개, 고양이가 든 택배 상자 160개가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상자 안에는 생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어린 동물들과 토끼, 거북이 등이 담겨 있었고, 일부 동물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영국 BBC가 7일 전했다.
중국 동물단체 청두 아이지아 동물구조센터(Cengdu Aizhijia Animal Rescue Center)는 현재 160여 마리 동물 가운데 38마리를 구조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이 밤새 주사기로 포도당을 공급하며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튿날 결국 4마리는 상자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밤새 주사기로 포도당을 공급하며 택배 상자 안 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이튿날 4마리는 목숨을 잃었다. 사진 웨이보
단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웨이보를 통해
동물이 담긴 상자가 트럭 천장까지 쌓여있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들은 “트럭을 열자 상자 안에서는 개와 고양이들의 비명이 흘러나왔다. 차량의 뒷문이 완전히 닫히고 공기가 순환하지 않아 일부는 질식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극의 원인으로 ‘블라인드 박스’ 열풍이 지적됐다.
중국 관영 온라인 매체 식스톤(Sixth tone)에 따르면, 블라인드 박스 혹은 미스터리 박스라고 불리는 이 상품은 구매자가 상자 안의 내용물을 모른 채 구매하게 된다. 장난감이 무작위(랜덤)로 든 불투명한 상자를 구매해 깜짝 선물을 보내는 형식이다.
문제는 개, 고양이, 거북이 심지어 거미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 블라인드 박스가 전자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핑두두’ 등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법으로 살아있는 동물의 운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지난 1월 이후 블라인드 박스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불법이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다.
중국 동물단체는 동물이 담긴 택배 박스가 트럭 천장까지 쌓여있는 모습도 공개했다. 웨이보
특히, 블라인드 박스는 구매자가 원하는 동물이나 품종을 정할 수 없고 반품도 불가능해 유기나 학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런 애완용 동물 블라이드 박스 산업이 생기는데, 길 잃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관리하는게 무슨 소용이냐”, “블라인드 박스 구매를 보이콧해야 한다”며 분개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택배 회사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자체 검사와 검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