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트렌트 환경정의재단(EJF) 사무총장이 지난 14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환경정의재단은 한국의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활동을 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국은 서아프리카 바다에서 불법어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범을 보였습니다. 이제 강력한 법제화를 통해 불법어업 방지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환경정의’ 관점에서 해양보전, 기후변화 등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환경정의재단(EJF) 스티브 트렌트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4일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 해양보전을 위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2001년 영국에서 창립된 환경정의재단은 불평등에 초점을 맞춰 환경운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다. 기후변화, 환경오염, 남획 등이 결국 세계적인 인권 침해와 지역 간 불평등, 경제적 착취로 이어진다며, 선진국과 거대 기업의 불법조업이나 아동노동, 불법노동 등을 고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3년 불법어업을 통제하지 않는다며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IUU)으로 지정했다. 환경정의재단이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연안에서 이뤄진 한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을 기록해 보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트렌트 사무총장은 “가난한 나라 주민들에게 바다는 삶 그 자체”라며 “한국의 트롤 어선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업을 하는 지역어민들의 어구를 훼손하거나 카누를 이용한 물고기잡이도 방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그 뒤 불법어업 방지 조처를 내놓음으로써, 2015년 예비 불법어업국 명단에서 가까스로 해제됐다. 원양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원양에서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을 금지하고, 어선위치추적장치를 달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정의재단은 정보 공유와 어선 감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해양수산부와 맺고 지금까지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트렌트 사무총장은 “이제 서아프리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한국 선박은 없다. 하지만 서남해안에서 중국 어선 등의 불법조업에서 보듯이 한국도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어업 문제에서 중국, 타이, 베트남 등의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2015년 한국에 사무소를 설치한 환경정의재단은 ‘기후난민’ 제도를 도입하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는 북극곰으로 상징됐지만, 결국 사람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이지만, 해수면 상승, 사막 건조화 등으로 인한 피해를 보는 건 재해에 취약한 저개발국이다. 그는 “이들에게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주도록 유럽연합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적 원인이 중첩되었기 때문에 기후난민을 정의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적 논의의 장을 여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트렌트 사무총장은 16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불법조업 대책을 논의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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