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나 침, 타액과 접촉을 피하는 인간의 행동은 기생충 감염을 막기 위한 진화적 적응기제다. 연구팀은 침팬지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실험했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센터 제공
인간은 똥을 싫어한다. 전통적인 진화이론의 설명을 따른다면, 병원체나 기생충 감염을 막기 위한 적응 행동이다. 침이나 혈액, 체액을 만지지 않으려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동물은 어떨까? 시골에서 똥을 먹는 개를 볼 수 있고, 똥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초식동물도 동물원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은 특정 환경에서 발현한 행동일까? 아니면 일반적 행동일까? 의외로 동물들이 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사례가 별로 없다. 설치류나 유제류 등 동물에 대한 본격적 연구는 아직 적은 편이다.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센터의 세실 사라비안 박사 등 연구팀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를 대상으로 ‘똥 실험'을 했다. 침팬지는 똥을 어떻게 대했을까? 인간과 마찬가지로 똥을 저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펀지(왼쪽)와 가짜 갈색 똥(오른쪽) 위에 각각 바나나를 두고 침팬지가 어떻게 하는지 살펴봤다. 교토대 영장류연구센터 제공
연구팀은 갈색 가짜 똥, 보라색 가짜 똥 그리고 스펀지 위에 침팬지의 먹이인 바나나를 올려놓고 반응을 살펴봤다. 가짜 똥은 종이반죽으로 만들어 진짜 똥과 질감이 비슷했다.
침팬지는 어떻게 했을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침팬지 2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침팬지는 가짜 똥 위에 있는 바나나도 털털 털고 집어먹었다.
그러나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먹는 순서였다. 두 물체를 동시에 제시했을 경우 침팬지는 갈색 가짜 똥 위의 바나나보다 스펀지와 보라색 가짜 똥 위의 바나나를 먼저 먹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먹이를 먹지 않으면서까지 똥 접촉을 피하는 건 아니었다”면서도 “음식 선호도에서 위험 회피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침팬지는 안을 볼 수 없는 상자다. 로프 위에 바나나가 놓여 있는 경우가 있고, 똥처럼 만든 반죽 위에 바나나가 놓여 있는 경우가 있다. 침팬지는 어떤 선택을 할까? 교토대 영장류연구센터 제공
또 다른 실험에서는 속이 보이지 않는 상자가 이용됐다. 한 상자 속에는 로프 위에 바나나를 놓았고, 다른 상자에는 똥과 비슷한 반죽 위에 바나나를 올려놨다. 침팬지는 상자 속을 볼 수 없었다.
침팬지는 어떻게 했을까? 침팬지 42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손을 상자 속에 집어넣은 침팬지는 로프 위의 바나나는 가져다 먹었지만, 반죽 위의 바나나는 만지작거리다 먹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가 똥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얼까?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존의 ‘기생충(병원체) 회피 이론’을 침팬지에서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감각기관을 통해 더러운 것을 배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하지만 (기생충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먹는 것 또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일 과학 저널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에 실렸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