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열대우림에서 새로 발견된 급류 개구리(학명 Sumatrana Crassiovis) 올챙이. 입 아래 배에 물살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한 빨판이 달렸다. 우밀라엘라 아리핀 제공.
공룡시대부터 지구에 살아온 개구리는 현재 4800여 종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간직한 만큼 생존을 위한 기기묘묘한 전략을 구사하는 종도 많다. 특히 개구리 종 다양성이 높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서고트 지역에서 온대 지역의 ‘연못 속 개구리’와는 전혀 다른 개구리가 잇따라 발견됐다. 알을 거치지 않고 올챙이를 직접 낳거나, 올챙이를 땅속에 숨기고, 암컷이 우는 개구리 등…여기에 급류 개구리가 추가됐다.
열대우림의 세찬 계류 속에도 개구리가 산다. 경쟁이 심한 고요하고 잔잔한 웅덩이를 피해 개울가 급류지대로 왔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특별한 적응을 해야 한다.
신종으로 등록된 급류 개구리(학명 Sumatrana Crassiovis)의 성체 모습. 우밀라엘라 아리핀 제공.
독일 함부르크대 등 국제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외딴 열대림에서 특이한 개구리를 발견했다. 이 개구리는 큰 바위가 많은 개울가에 살며 개울 안 물이 흘러넘치는 바위 위에 알을 낳는다. 연구자들은 이 개구리 올챙이의 배에서 다른 개구리에는 볼 수 없는 컵 모양의 구조를 발견했다. 올챙이는 바닥의 조류 등을 갉아먹기 위해 입을 중심으로 한 원반 구조가 배 앞부분에 있는데, 이 올챙이는 그 아래에 빨판을 갖추었다. 주 저자인 우밀라엘라 아리핀 함부르크대 동물학자는 “배 빨판은 급류가 흐르는 개울에서 물살에 휩쓸려 나가지 않도록 해 올챙이가 이 특별한 서식지에 살아남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분류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렸다.
배에 빨판이 달린 올챙이가 서식하는 수마트라 섬 열대림의 급류 모습. 우밀라엘라 아리핀 제공.
연구자들은 이번에 발견한 급류 개구리 2종을 새로운 종으로 보고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기존의 개구리 무리와는 분류학적으로 전혀 달라 ‘수마테라나’라는 새로운 속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한편, 급류의 시끄러운 소리를 이기고 짝짓기 소통을 하기 위해 초음파로 우는 개구리도 발견됐다. 샌드라 구테 프랑스 소르본대 동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이 동남아의 급류 개구리를 조사한 결과 모든 개구리가 높은 소리로 암컷에게 신호를 보냈다. 70종의 급류 개구리가 평균 4∼10㎑의 소리로 울었는데, 특히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급류 개구리는 20㎑가 넘는 초음파 영역의 소리로 울었다. 급류 옆 나뭇잎에 앉아 암컷을 부르는 이 개구리 수컷의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전혀 들리지 않는다. 중국의 급류 개구리는 높은음과 함께 부분적으로 초음파가 섞인 소리로 울어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계류의 소음을 이기기 위해 초음파로 우는 급류 개구리(학명 Huia cavitympanum). 보르네오 섬에 산다. 샌드라 구테 제공.
연구자들은 “급류지대가 아닌 곳의 개구리는 암컷을 부르고, 수컷끼리 경쟁하며, 포식자를 피해 다양한 우는 소리를 진화시켰지만 급류 개구리에서는 환경소음을 피하기 위해 우는 소리가 단순해졌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2016년 과학저널 ‘진화’에 실렸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Umilaela Arifin et al, Molecular phylogenetic analysis of a taxonomically unstable ranid from Sumatra, Indonesia, reveals a new genus with gastromyzophorous tadpoles and two new species,
Zoosyst. Evol. 94 (1) 2018, 163?193, DOI 10.3897/zse.94.22120
Sandra Goutte et al, Environmental constraints and call evolution in torrent-dwelling frogs,
Evolution 70-4: 811826, doi:10.1111/evo.1290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