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황주선의 안녕 생태계
도시화로 인해 과일박쥐가 가까워지고
헨드라 바이러스는 말과 인간에게 접근
도시화로 인해 과일박쥐가 가까워지고
헨드라 바이러스는 말과 인간에게 접근
헨드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게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어떻게 사람과 말에? 다른 박쥐 매개 인수공통감염병과 마찬가지로 헨드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게는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적응’하며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과일박쥐들이 같은 공간에서 말과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우리는 헨드라 바이러스로 연결되게 되었을까요. 과일박쥐의 질병이 말에게로 전파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들이 기여했습니다. 하나는 자연 서식지의 파괴와 도시화입니다. 호주의 정책적인 대규모 산림개간으로 인해 과일박쥐들은 서식지와 먹이원을 잃어 새로운 살 곳과 먹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두 번째 요인으로 도심과 교외의 마구간 주변에 사람들이 심은 다양한 과일나무들이 등장합니다. 마구간과 경마장 주변에 열린 과일들은 사람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일박쥐들을 도심으로 유인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서식지에 대한 적응력이 좋은 편인 과일박쥐는 말 농장 주변의 나무들을 먹이원으로 삼았고, 그 나무 아래로 박쥐들의 분변들과 먹던 과일 조각들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말과 사람에게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1994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 대규모 발생은 없었습니다. 지난 25년간 사망한 사람의 수는 말을 직접 키우거나 부검에 참여한 네 명에 그쳤습니다.
헨드라 바이러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무조건 퇴치하고 않고 연구한 호주 호주에서 사람과 과일박쥐간의 갈등은 헨드라 바이러스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호주라고 해서 처음부터 과일박쥐와의 공존을 우선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30년대 과일박쥐로 인한 과수원 피해가 심해지고 사람-과일박쥐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호주 정부가 집중한 것은 과일박쥐의 생태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호주의 토착종인 과일박쥐를 무작정 죽이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생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때 축적된 과일박쥐에 대한 이해는, 박쥐 관련 신종질병이 발생한 후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1994년 처음 발생한 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호주에서는 주요 과일박쥐 4종의 생태와 이들이 바이러스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기초 연구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헨드라 바이러스 생태에 대한 이해는 야생동물 관련 질병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신종질병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다급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럴 때 오히려 한 발짝 뒤에 서서 관련된 동물들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모으고 큰 그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을 모색해 온 호주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황주선 질병생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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