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헨드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기까지

등록 2018-07-02 12:59수정 2018-07-02 18:04

[애니멀피플] 황주선의 안녕 생태계
도시화로 인해 과일박쥐가 가까워지고
헨드라 바이러스는 말과 인간에게 접근
헨드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게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헨드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게는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즈
경마는 호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호주의 큰 도시들에서도 매년 대규모 경마대회가 열립니다.

호주 동부 해안가의 큰 도시인 브리즈번의 경우도 비슷해서, 시내 외곽에는 ‘이글 팜 경마장’이라는 유명한 경마장이 있습니다. 매년 경마대회들이 요란하게 열리는 이곳은 역사적 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인근에는 경마장과 관련된 인력들이 살며 말을 키우고 조련하는 지역이 있습니다. 헨드라 또한 이러한 마을 중 하나였습니다. 특별히 외부에 알려질 만한 점이 없는 작은 마을이 전 세계로 알려진 이유는 바로 1994년, 헨드라의 한 마구간에서 키우던 말과 사람에게서 발생한 질병 때문이었습니다. 급성 호흡기와 발열 증상을 일으키고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는 이 헨드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그해에만 13마리의 말과 한 명의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질병이 처음 발생한 지역의 이름을 따, 그 원인균을 헨드라 바이러스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_____
어떻게 사람과 말에?

다른 박쥐 매개 인수공통감염병과 마찬가지로 헨드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게는 특별한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적응’하며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과일박쥐들이 같은 공간에서 말과 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우리는 헨드라 바이러스로 연결되게 되었을까요. 과일박쥐의 질병이 말에게로 전파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들이 기여했습니다. 하나는 자연 서식지의 파괴와 도시화입니다. 호주의 정책적인 대규모 산림개간으로 인해 과일박쥐들은 서식지와 먹이원을 잃어 새로운 살 곳과 먹이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두 번째 요인으로 도심과 교외의 마구간 주변에 사람들이 심은 다양한 과일나무들이 등장합니다. 마구간과 경마장 주변에 열린 과일들은 사람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일박쥐들을 도심으로 유인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서식지에 대한 적응력이 좋은 편인 과일박쥐는 말 농장 주변의 나무들을 먹이원으로 삼았고, 그 나무 아래로 박쥐들의 분변들과 먹던 과일 조각들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가 말과 사람에게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1994년 이후, 2011년을 제외하고 대규모 발생은 없었습니다. 지난 25년간 사망한 사람의 수는 말을 직접 키우거나 부검에 참여한 네 명에 그쳤습니다.

헨드라 바이러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헨드라 바이러스. 위키미디어 코먼즈 제공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은 기후와 서식지 변화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과일박쥐의 먹이원과 이주 행동, 개체수 크기, 스트레스 등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곧 헨드라 바이러스의 발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연구 보고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헨드라 바이러스 이외에도 과일박쥐와 관련한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호주 정부와 주 정부등은 위험 예방과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호주는 2013년 법 개정을 통해 승인한 대규모 산림개간안이 과일박쥐 서식지 파괴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해 2018년 법을 개정하여 산림을 보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헨드라 바이러스의 주요 발생 지역인 뉴사우스웨일즈의 홈페이지에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친절한 사이트(https://goo.gl/zzb8hU)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과일박쥐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꽃과 나무 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인들이 자신들의 농장 주변에 과일박쥐들이 유인될 수 있는 꽃이나 나무들을 심지 못하게 함으로써 질병으로부터 자신과 말들을 보호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과일박쥐를 죽이거나 겁을 줘서 쫓는 것은, 오히려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바이러스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않은 방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_____
무조건 퇴치하고 않고 연구한 호주

호주에서 사람과 과일박쥐간의 갈등은 헨드라 바이러스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호주라고 해서 처음부터 과일박쥐와의 공존을 우선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30년대 과일박쥐로 인한 과수원 피해가 심해지고 사람-과일박쥐간의 갈등이 극에 달하자 호주 정부가 집중한 것은 과일박쥐의 생태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호주의 토착종인 과일박쥐를 무작정 죽이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생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때 축적된 과일박쥐에 대한 이해는, 박쥐 관련 신종질병이 발생한 후 귀중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헨드라 바이러스가 1994년 처음 발생한 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호주에서는 주요 과일박쥐 4종의 생태와 이들이 바이러스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 대한 기초 연구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헨드라 바이러스 생태에 대한 이해는 야생동물 관련 질병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신종질병에 대한 공포와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증가하고 있어, 다급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럴 때 오히려 한 발짝 뒤에 서서 관련된 동물들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모으고 큰 그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을 모색해 온 호주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황주선 질병생태학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애니멀피플] 핫클릭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1.

1600㎞ 날아가 날개 부러진 채 발견된 21살 매의 노익장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2.

노화의 3가지 수의학적 지표…우리 멍냥이는 ‘어르신’일까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3.

새끼 지키려, 날개 부러진 척한다…댕기물떼새의 영리한 유인 기술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4.

아부지 차 뽑았다, 히끄야…첫 행선지는?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5.

서두르지 마세요…반려동물의 ‘마지막 소풍’ 배웅하는 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