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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사람 먼 조상’ 최초 물고기는 얕은 바다서 출현했다

등록 2018-10-26 14:46수정 2018-10-26 22:27

[애니멀피플]
고대 산호초서 다양한 척추동물 탄생 통설 뒤집어
화석 빅 데이터 분석 결과…“종 다양성 요람 보전 필요”
해안에 살았던 최초의 물고기 가운데 하나인 보트리오레피스(Bothriolepis). 단단한 갑옷으로 감싸 턱 있는 원시 물고기로 바다 밑바닥에 살았다. 화석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이다.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해안에 살았던 최초의 물고기 가운데 하나인 보트리오레피스(Bothriolepis). 단단한 갑옷으로 감싸 턱 있는 원시 물고기로 바다 밑바닥에 살았다. 화석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도이다.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최초의 척추동물인 물고기가 처음 지구에 출현한 것은 고생대 중반인 4억8000만년 전이었다. 이때의 화석 기록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6000만년이 지나면 다양한 물고기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풍부하게 산출된다. 최초의 물고기는 어디에 있었던 걸까.

물고기의 기원은 고생물학계의 뜨거운 논란거리다. 현재 어류의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이 산호초라는 사실에 비춰 원시 산호초 주변에서 다양한 물고기가 출현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유력했다. 실제로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의 기원지는 산호초 주변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결과는 뜻밖의 결론을 냈다. 척추동물을 낳은 요람은 먼바다가 아닌 해안 가까운 얕은 바다라는 것이다. 로런 샐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고생물학 교수 등 미국과 영국 연구자들은 물고기가 출현해 다양한 종으로 분화한 4억8000만∼3억6000만 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견된 2728종의 턱 없는 물고기와 턱 있는 물고기 화석과 주변 암석 등을 빅 데이터로 만들어 분석해 2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4억6000만년 전 현재의 볼리비아 해안에 살았던 턱 있는 원시 어류 사카밤바스피스(Sacabambaspis).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4억6000만년 전 현재의 볼리비아 해안에 살았던 턱 있는 원시 어류 사카밤바스피스(Sacabambaspis).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교신저자의 하나인 이반 샌섬 영국 버밍엄대 고생물학자는 “턱없는 먹장어와 칠성장어부터 상어와 낯익은 경골어류까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주요한 어류 집단의 대부분은 오르도비스기인 약 4억8000만년 전 또는 그 직후에 출현했다”며 “(이번 연구를 하며) 깜짝 놀란 것은 이 모든 어류가 진화의 여정을 시작한 곳이 다름 아닌 해안 가까운 아주 얕은 바다라는 사실이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초대륙 해안의 조간대나 석호의 얕은 바다에서 출현한 최초의 어류가 그곳에서 1억년 이상 머물면서 다양한 형태로 분화했을 것으로 믿는다. 몸 형태가 좀 더 유연하고 날렵하게 진화한 종은 비좁고 경쟁이 치열한 얕은 바다를 떠나 먼바다와 깊은 바다로 진출했다. 환경변화에 잘 견디는 억센 형태를 갖춘 종은 담수로 이동하거나 일부는 육지로 진출해 네발짐승으로 진화했다.

어류가 얕은 바다에서 기원했다면 왜 최초의 어류 화석이 이처럼 드문지도 설명해 준다. 샐런 교수는 “얕은 바다에서는 늘 파도가 치기 때문에 죽은 어류가 금세 조각나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 힘들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4억5500만년 전 얕은 해안(지금의 미국 콜로라도 지역)을 헤엄치던 갑옷 물고기.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4억5500만년 전 얕은 해안(지금의 미국 콜로라도 지역)을 헤엄치던 갑옷 물고기.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화석이 든 암석은 당시의 환경을 가리킨다. 산호초인지, 얕은 바다인지, 깊은 바다인지 또는 강가인지 호수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초 물고기의 화석은 한결같이 얕은 바다 환경에서 퇴적됐음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얕은 바다는 왜 최초 척추동물 다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었을까. 샌섬 박사는 “우리는 아직 최초의 물고기가 진화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도록 한 초기의 얕은 바다환경에 무엇이 특별한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얕은 바다의 동적인 환경에 무언가 수질화학과 산소 수준 등과 관련한 특별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4억1000만년 전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 살던 턱 없는 고대 물고기.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4억1000만년 전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 살던 턱 없는 고대 물고기. 노부미치 타무라 제공.
어쨌거나 해안은 생물 다양성을 탄생시키는 ‘핫 스폿’ 구실을 했고, 그런 기능은 아직도 살아있을지 모른다. 생물 다양성의 요람인 산호가 기후변화로 장기적으로 위태로워진다면 해안이 그 구실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해안 보전은 더욱 중요해진다. 샌섬은 “요즘 벌어지는 기후변화, 해수면 상승, 물고기 남획, 수질오염이 미래의 종 다양성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auren Sallan et al, The nearshore cradle of early vertebrate diversification, Science,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u846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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