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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00배, 2500살…세계 최대·최고 ‘괴물버섯’의 놀라운 실체

등록 2019-01-02 15:01수정 2019-01-02 15:17

미국 미시간 주 숲 속 곤봉뽕나무버섯 균사체, 무게 400t 추정
복제 거듭해도 돌연변이 극도로 드물어…암 억제 응용 가능성
무리 지어 돋아나온 곤봉뽕나무버섯. 지상의 버섯은 아담한 크기이지만 지하 균사체는 거대한 개체가 있다.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무리 지어 돋아나온 곤봉뽕나무버섯. 지상의 버섯은 아담한 크기이지만 지하 균사체는 거대한 개체가 있다.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1992년 4월 2일 “세계에서 가장 크고 나이 많은 생물이 발견됐다”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언론을 통해 크게 화제가 된 그 주인공은 곤봉뽕나무버섯이다. 그러나 발견자들이 30년 가까이 지난 뒤 새로운 분석기법으로 다시 측정한 결과 그 버섯은 당시 측정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나이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곤봉뽕나무버섯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식용 버섯이다. 5∼8㎝ 키에 지름 4∼6㎝인 노란색 갓이 달린 평범한 버섯이다. 그러나 버섯의 갓과 대는 몸체의 일부일 뿐이다. 땅속에는 더 큰 균사체가 식물의 뿌리처럼 뻗곤 한다. 미국 미시간 주 크리스털 힐의 한 곤봉뽕나무버섯의 균사체는 유난히 크다.

곤봉뽕나무버섯이 속한 아르밀라리아 속 버섯의 균사체 모습. 죽은 나무나 약한 나무를 찾아 뻗어 나간다. 에릭 스타이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봉뽕나무버섯이 속한 아르밀라리아 속 버섯의 균사체 모습. 죽은 나무나 약한 나무를 찾아 뻗어 나간다. 에릭 스타이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제임스 앤더슨 캐나다 토론토대 생물학자 등 캐나다와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B)’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새로 측정한 이 버섯의 균사체가 75㏊(축구장 면적의 100배)에 걸친 숲 지하에 자리 잡았으며, 무게는 적어도 400t, 나이는 2500살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1980년대 말 이 버섯을 처음 측정한 기록은 면적 37㏊, 무게 100t, 나이 1500살이었다.

이 버섯은 ‘괴물 버섯’으로 불리며 유명해져 크리스털 힐은 관광 명소가 됐고, 해마다 8월 버섯 축제가 열린다. 지난 30년 사이 이 버섯은 그 자리에 잘 살아남아 더 크고 오랜 자신의 면모를 보이게 됐다.

이번 연구로 미시간의 곤봉뽕나무버섯은 지구 위에서 가장 큰 생명체의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 물론 이 버섯은 복제 형태로 자신의 몸집을 키웠기 때문에 대왕고래 등 유성생식을 하는 동물과 그대로 비교하는 것에는 논란이 있다. 복제를 통한 지상 최대 생물은 미국 유타 주의 사시나무 숲으로 무게가 6000t에 이른다(■ 관련 기사: 몸무게 6천톤 지구 최대 생물, 사슴 앞에 무릎 꿇다).

곤봉뽕나무버섯의 지상 부위인 갓과 대 모습.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봉뽕나무버섯의 지상 부위인 갓과 대 모습. 댄 몰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효모, 곰팡이, 버섯 등으로 이뤄진 균류는 동물, 식물과 다른 별도의 생물군을 이루며, 광합성을 하지 않고 효소를 분비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등 식물보다는 동물에 가깝다.

온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곤봉뽕나무버섯의 균사도 땅속에서 죽은 나무를 분해하거나 힘이 약한 나무뿌리에 기생해 죽이는 방식으로 세력을 넓힌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은 오래된 숲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거대하게 자랄 수 있다”며 “극소수만 크게 자라고 나머지는 일찍 사멸하는 번식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참나무에 핀 곤봉뽕나무버섯. 균사체가 수백∼수천 년 동안 유전자를 복제해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면서도 체세포의 돌연변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폴 더비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참나무에 핀 곤봉뽕나무버섯. 균사체가 수백∼수천 년 동안 유전자를 복제해 거대한 몸집으로 자라면서도 체세포의 돌연변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폴 더비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또 ‘괴물 버섯’의 유전체를 처음으로 분석해 거대한 몸집으로 오랜 기간을 살면서도 체세포의 돌연변이가 극히 적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를 이 버섯 균사체 끄트머리가 손상된 유전자 염기서열을 잘 복구하며, 서식지인 숲을 투과하는 돌연변이 유발 자외선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뛰어난 능력은 암을 억제하는 데 활용될지도 모른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이 복제 진화하는 모습은 사람 몸속에서 암이 번져나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이 극단적인 유전체의 불안정성에 따라 복제 과정에서 디엔에이 손상이 쌓이면서 진전된다면, 이 버섯에서는 같은 과정이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유전체가 매우 안정적인 상태에서 벌어진다. 연구자들은 “이 버섯의 유전체 안정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알면 암을 억제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erson JB, Bruhn JN,

Kasimer D, Wang H, Rodrigue N, Smith ML. 2018 Clonal evolution and genome stability in a 2500-year-old fungal individual. Proc. R. Soc. B 285: 20182233. http://dx.doi.org/10.1098/rspb.2018.22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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