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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공룡 대멸종 순간 ‘화석 묘지’에 고스란히 재현

등록 2019-04-02 07:59수정 2019-04-02 10:09

[애니멀피플]
대충돌과 동시 거대 물결 휩쓸려…공룡, 철갑상어, 암모나이트 떼죽음
대충돌의 여파로 몰아닥친 거대한 물살에 트리케라톱스가 휘말리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로버트 데팔마 제공.
대충돌의 여파로 몰아닥친 거대한 물살에 트리케라톱스가 휘말리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로버트 데팔마 제공.
중생대 말 미국을 동서로 가르는 내해의 끄트머리에 있는 강하구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뿔 달린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가 강변에서 풀을 뜯고 있었고, 강물 속에서는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가 큰 입으로 물을 빨아들인 뒤 아가미에 걸린 작은 동물을 삼켰다. 갑자기 높이가 10m에 이르는 거대한 파도가 벽처럼 밀어닥쳤다. 동물들은 물살에 휩쓸려 육지 안쪽에 내동댕이쳐졌다. 하늘에선 콩알만 한 유리 알갱이가 무서운 속도로 비처럼 쏟아졌다. 지구 역사상 손꼽을 만한 대재앙은 이렇게 시작됐다.

6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지름 11∼81㎞의 거대한 소행성(또는 혜성)이 떨어졌다. 이 충돌의 직·간접 영향으로 공룡을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가 멸종했고, 지구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신생대로 접어들었다.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그린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을 그린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1980년 알바레스 부자가 충돌 가설을 제시한 이래 충돌설은 중생대 말의 대멸종 사태를 설명하는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아 많은 후속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충돌 직후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충돌 1시간 이내에 벌어진 재앙의 양상을 사진으로 찍듯 보여주는 화석 산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로버트 데팔마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국제 연구진은 2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지난 6년 동안 노스다코타주 보우만에 있는 대충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계 지층인 헬 크리크 층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태니스’라고 이름 붙인 이 화석 산지는 대충돌 당시의 ‘킬링 필드’로 알려져 있다.

대충돌 당시 미국은 큰 내해로 나뉘었고, 북쪽 끝(별 모양)에 화석지 ‘태니스’가 있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대충돌 당시 미국은 큰 내해로 나뉘었고, 북쪽 끝(별 모양)에 화석지 ‘태니스’가 있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등 고대 물고기가 차곡차곡 포개진 채 화석으로 굳었다. 불탄 나무둥치와 침엽수 가지도 나왔고, 죽은 포유류와 트리케라톱스, 해양 파충류인 모사사우루스의 골격도 발견됐다. 이 밖에 곤충과 암모나이트 등 바다 무척추동물의 흔적도 확인됐다.

데팔마는 “이제까지 대충돌 경계층에서 큰 동물이 떼죽음한 것은 발견된 적이 없다”며 “다른 연령대와 다른 생활사 단계를 나타내는 수많은 종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은 현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화석 산지는 소행성이 떨어져 생긴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분화구로부터 3000㎞나 떨어져 있다. 어떻게 충돌의 충격이 그 먼 곳까지 실시간으로 전달된 걸까.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등이 포개진 채 화석으로 발견됐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철갑상어와 주걱철갑상어 등이 포개진 채 화석으로 발견됐다.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칙술루브에 떨어진 소행성은 지름 150㎞ 깊이 20㎞의 분화구를 바다 밑에 남겼다. 엄청난 충돌 에너지로 지반의 바위는 순식간에 증발했고, 산산이 조각난 소행성 파편과 함께 대기 속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녹은 암석은 작은 유리 알갱이(테크타이트)로 굳어 땅 위로 쏟아져 내렸다. 마치 탄도미사일처럼 유리 알갱이가 지상에 도달할 때의 속도는 시속 160∼320㎞에 이르렀고, 그 막대한 에너지로 지구 전역에 산불을 일으켰다.

테크타이트 비는 대충돌 45분∼1시간 사이에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태니스에서도 다양한 곳에서 지름 0.2∼1.4㎜의 테크타이트가 발견됐다.

녹은 바위가 대기 속에서 유리로 굳은 테크타이트를 손바닥에 올려놓은 모습.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녹은 바위가 대기 속에서 유리로 굳은 테크타이트를 손바닥에 올려놓은 모습. 데팔마 외 (2019) PNAS 제공.
연구자들은 “만일 쓰나미라면 이 정도 거리에 도달하는데 10시간 이상 걸렸을 것”이라며 “대충돌과 함께 규모 10∼11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지진파가 10분 안에 태니스에 전달돼 ‘정진’(세이시)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진은 지진 때 지진파가 정지상태인 먼 곳에 갑자기 일으키는 진동으로, 규모 9의 일본 도호쿠 대지진 때는 30분 뒤 8000㎞ 떨어진 노르웨이에 1.8m 높이의 정진이 나기도 했다.

리처드 알바레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진파는 충돌 9∼10분 뒤에 일어나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따라서 모든 테크타이트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기 전에 이미 이 지역엔 물이 들어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큰 물살이 형성된 퇴적층에 초고속으로 떨어진 유리 알갱이가 박힌 모습이 발견됐다. 또 침엽수 송진에 박혀 호박으로 고스란히 보존된 테크타이트와 주걱철갑상어가 마지막 식사로 삼켰다 아가미에 걸린 테크타이트 모습도 확인됐다.

충돌 현장을 담은 화석층 위에는 충돌 뒤 가라앉은 먼지 등을 포함한 퇴적층이 쌓여 있다. 퇴적층에선 지구엔 드물고 소행성이나 혜성에 풍부한 고농도의 이리듐이 검출돼 대충돌의 흔적임을 증명하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bert A. DePalma et al, A seismically induced onshore surge deposit at the KPg boundary, North Dakota,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817407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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