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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기후변화로 어린 오징어와 문어 눈먼다

등록 2019-05-22 15:40수정 2019-05-22 16:24

[애니멀피플]
바닷물 속 산소 줄어 일시적 시력 상실…온난화가 악화시켜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줄면 즉각 반응해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동태평양 서식 오징어 유생의 모습. 토드 앤더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줄면 즉각 반응해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동태평양 서식 오징어 유생의 모습. 토드 앤더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바다 산성화에 더해 산소 감소가 인류의 수산자원 확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먹이를 잡고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동물은 복잡한 시각기관을 갖추고 있다.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든다. 동굴에 적응한 동물이 가장 먼저 시각을 잃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공급은 산소를 통해 이뤄진다. 산소가 희박한 고산에서 산소공급 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지는 걸 느낀다. 육상동물뿐 아니라 해양동물도 산소 부족 때 시력 감퇴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릴리안 매코믹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오징어와 문어 각 1종, 게 2종 등 해양 무척추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고 ‘실험생물학 저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 결과 오징어 등 일부 해양생물은 산소 농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즉각적으로 시각 손상이 일어났고, 산소 농도가 회복되기까지 시력 상실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문어나 오징어 같은 두족류와 게, 크릴 등 갑각류, 그리고 어류는 특히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생물로 세계의 주요 수산물이기도 하다”며 “지구온난화와 과잉 영양분 유입 등으로 바다의 산소가 줄어들고 있어 이번 연구는 중요한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 대상인 두점문어 유생의 모습.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조도변화에 둔감해 포식자에 쉽게 잡아먹힌다. 릴리안 매코믹 제공.
연구 대상인 두점문어 유생의 모습.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조도변화에 둔감해 포식자에 쉽게 잡아먹힌다. 릴리안 매코믹 제공.
연구자들은 이들 해양생물이 알에서 깨어난 직후 상태인 유생의 망막에 미소전극을 부착해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식으로 실험했다. 유생이 살아남는가는 그 종이 자라 수산자원이 되느냐를 결정한다.

놀랍게도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조금 떨어졌을 뿐인데도 모든 해양생물의 유생은 시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잃었다. 특히 오징어가 민감해 산소 감소에 즉각 반응했다. 저산소 상태에서 오징어 유생의 망막은 빛의 변화에 현저히 둔하게 반응했다.

산소 감소에 대한 망막 반응의 저하는 60∼100%로 종마다 달랐다. 문어는 산소 포화도 13%까지는 잘 견뎠지만 3% 이하로 떨어지자 대부분의 종과 마찬가지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다행히 이런 시력 상실은 산소가 풍부한 곳으로 옮기면 30분 이내에 대부분 회복됐다.

바다는 표면만 산소로 포화돼 있을 뿐 깊이 들어갈수록 산소가 줄어들어, 수심 7∼17m에서 산소 농도는 표면의 35% 수준에 그친다. 연구자들은 “이번 실험의 저산소 상태는 자연상태의 변동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 유생은 밤에 바다 표면에 나와 먹이를 찾고 낮 동안에는 포식자를 피해 깊은 물 속에 머문다. 깊은 바다에서 이들은 시력 감퇴를 감수하거나, 산소 농도가 높은 곳을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은 “시력 감퇴는 이들 유생에게 잡아먹히거나 먹이를 못 먹어 굶어 죽거나 할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유생의 주요 먹이인 동물플랑크톤 요각류는 포식자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다 튀듯이 헤엄쳐 달아나기 때문에 먹이를 잡으려면 망막이 빛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

문어 유생은 저산소 상태에서 빛의 조도변화에 둔감했는데, 이는 접근하는 포식자를 보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유생들은 주·야간 빛을 단서로 수직 이동하는데, 산소 감소는 이런 이동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1960년 이후 대양 산소 농도의 변화. 붉은 곳일수록 감소가 심한 곳이고 푸른 곳은 증가한 곳이다. 순케 쉬미트코 외 (2017) 네이처 제공.
1960년 이후 대양 산소 농도의 변화. 붉은 곳일수록 감소가 심한 곳이고 푸른 곳은 증가한 곳이다. 순케 쉬미트코 외 (2017) 네이처 제공.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의 산소 농도가 감소하고 있어 이들 해양생물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순케 쉬미트코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센터 연구원 등은 2017년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바닷물 속 산소는 2% 이상 줄었는데, 앞으로 2100년까지 추가로 1∼7%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바닷물의 수온 상승으로 녹아들어가는 산소의 양이 줄기 때문이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llian R. McCormick et al, Vision is highly sensitive to oxygen availability in marine invertebrate larva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http://jeb.biologists.org/lookup/doi/10.1242/jeb.20089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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