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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다윈 역설’의 해답, 난쟁이 망둥어에게 있었다

등록 2019-05-24 14:43수정 2019-05-24 19:21

[애니멀피플]
‘저서 은신 어류’, 빨리 자라고 일찍 잡아먹혀 산호초에 ‘연료’ 공급
지구에서 가장 작은 해양 척추동물의 하나인 난쟁이 망둥어가 산호초 위에 앉아 있다. 이들 작은 물고기가 산호초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지구에서 가장 작은 해양 척추동물의 하나인 난쟁이 망둥어가 산호초 위에 앉아 있다. 이들 작은 물고기가 산호초 생태계를 지탱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찰스 다윈은 약 200년 전 영양분 결핍 상태인 대양의 산호초가 수많은 물고기로 북적이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산호초는 세계 어류의 3분의 1이 고향이고 수백만 명이 그곳 물고기를 잡아 살아가지만, 육지의 영양분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바다 사막’에 위치한다. 그가 처음 제기한 이 문제를 ‘다윈 역설’라고 부른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역설을 풀기 위해 산호초 자체의 형태나 해면 등 무척추동물에서 해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산호초 생태계에 ‘연료’를 공급하는 주인공이 척추동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많은 작은 물고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흔히 산호초 하면 이런 포식 어류가 가득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을 먹여 살리는 소형 은신 어류가 종의 절반을 차지하고 먹이의 60% 가까이 제공한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흔히 산호초 하면 이런 포식 어류가 가득한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들을 먹여 살리는 소형 은신 어류가 종의 절반을 차지하고 먹이의 60% 가까이 제공한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사이먼 브랜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4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바다 밑바닥에 숨어 사는 엄청난 수의 물고기가 급속한 성장과 극단적 사망률로 산호 물고기 먹이의 60% 가까이 댄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그맣고 거들떠보지 않던 물고기들이 실제로는 산호 물고기 공동체의 초석이라는 사실이 놀랍다”고 스미스소니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기존 연구결과와 현장 자료, 개체군 모델링 등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작은 물고기는 산호 바닥에 서식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다 자라도 5㎝ 미만인 물고기로 망둥어, 베도라치, 열동가리돔 등 17개 과에 속한다.

연구자들은 해양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작은 이들을 ‘저서 은신 어류’라고 불렀는데, 현재까지 2800종 이상이 발견됐으며 해마다 30종씩 새로운 종이 보고되고 있다. 산호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의 절반 가까이가 이들 소형 어류이다.

은신처에서 상체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는 대보초 베도라치.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은신처에서 상체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는 대보초 베도라치.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놀랍게도 이들은 개체수가 많은 데다 빨리 자라 순식간에 잡아먹히는 특징이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마치 곤충과 같은 속성이다. 예를 들어 난쟁이 망둥이의 수명은 두 달 정도로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짧은 편이다.

브랜들은 “사실상 산호의 작은 물고기 대부분은 출현한 첫 몇 주 사이에 모두 잡아먹힌다”라고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이들 물고기는 마치 사탕을 한 알 먹으면 바로 새 사탕이 보충되는 사탕 봉지 같다”며 “산호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거의 60%를 공급하는 컨베이어 벨트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포식자는 산호의 일반적인 물고기를 비롯해 새우, 게, 연체동물 등 다양하다.

다 자라도 2㎝가 안 되는 붉은 눈 망둥어가 산호 위에 앉아 있다. 보호색으로 산호의 화려한 색을 채용한 종이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다 자라도 2㎝가 안 되는 붉은 눈 망둥어가 산호 위에 앉아 있다. 보호색으로 산호의 화려한 색을 채용한 종이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태어나자 대부분이 곧 잡아먹히면서 어떻게 개체군이 유지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소형 물고기들의 높은 번식률과 새끼의 뛰어난 생존능력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연중 번식하는데, 난쟁이 망둥어는 한 해에 7번까지 알을 낳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산호 물고기가 해류에 알을 흘려보내 번식 성공률이 미미하지만, 이들은 산호 근처에 머물며 어미가 극진하게 돌보는 경우가 많아 새끼의 생존율도 높다.

공동 연구자인 캐럴 볼드윈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알에서 깬 저서 은신 어류의 유생이 산호 주변 유생 집단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면서, 먹이로 소모되는 소형 물고기의 새로운 세대를 끊임없이 공급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생산 즉시 소비되는 숨겨진 생산성’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푸른 배 베도라치가 구멍에 숨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가슴의 화려한 위장 색이 눈길을 끈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푸른 배 베도라치가 구멍에 숨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가슴의 화려한 위장 색이 눈길을 끈다. 테인 싱크레어-테일러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imon J. Brandl et al, Demographic dynamics of the smallest marine vertebrates fuel coral-reef ecosystem functioning, Science

10.1126/science.aav3384 (20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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