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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도롱뇽도 사냥하는 식충식물

등록 2019-06-12 15:34수정 2019-06-12 15:40

[애니멀피플]
캐나다 벌레잡이통풀, 도롱뇽 새끼 주요 포식자로 밝혀져
벌레잡이통풀의 통속에 빠진 어린 도롱뇽. 식충식물이 척추동물의 주요 포식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패트릭 몰도완 제공.
벌레잡이통풀의 통속에 빠진 어린 도롱뇽. 식충식물이 척추동물의 주요 포식자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패트릭 몰도완 제공.
영양분이 부족한 산성 물이 고인 습지에서 일부 식물은 육식성으로 진화했다. 이들의 먹이는 곤충 등 대부분 무척추동물이다. 그러나 척추동물인 도롱뇽을 주기적으로 잡아먹는 식물이 발견됐다.

패트릭 몰도완 캐나다 토론토 대 생물학자 등 캐나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태학’ 5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온타리오 주의 한 습지에 분포하는 벌레잡이통풀의 일종(학명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이 알에서 깨어난 어린 도롱뇽의 주요 포식자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벌레잡이통풀은 피처 잔 모양의 함정에 곤충 등을 빠뜨려 잡아먹는데, 키 30∼60㎝로 덩치가 크며 캐나다 남부와 미국 오대호 주변과 동부에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끈끈이주걱, 통발, 땅귀개 등 벌레잡이 식물은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작다.

북미 고유식물인 벌레잡이통풀의 일종(학명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 통 들머리에 가는 섬모가 있어 곤충 등이 미끄러져 통속으로 빠지게 돼 있다. 크기가 크고 독특해 많은 나라에서 관상용으로 기른다. 푸쟁 올리비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미 고유식물인 벌레잡이통풀의 일종(학명 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 통 들머리에 가는 섬모가 있어 곤충 등이 미끄러져 통속으로 빠지게 돼 있다. 크기가 크고 독특해 많은 나라에서 관상용으로 기른다. 푸쟁 올리비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벌레잡이통풀은 물고기가 살지 않는 침엽수림의 작은 습지에 분포하는데, 연구자들은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각각 8마리와 35마리의 도롱뇽이 벌레잡이 통에 빠진 것을 확인했다. 특히 도롱뇽이 변태를 거쳐 새끼가 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식물에 붙잡혔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8월 말∼9월 초에 벌레잡이 통 5개에 하나꼴로 도롱뇽이 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통 하나에 여러 마리의 도롱뇽이 들어 있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새끼 도롱뇽의 4∼5%가 통에 빠져 죽어, 벌레잡이통풀이 도롱뇽 새끼의 주요 사망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벌레잡이통풀은 파리나 개미, 거미 등이 섬모에 미끄러져 빗물이 고인 통속에 빠져 죽으면 이를 분해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한다. 식충식물이 통속에 소화효소를 분비하기도 하지만, 그리 강력하지는 않다. 오히려 통속에는 수서곤충 애벌레, 물벼룩, 원생동물, 세균 등 수십 가지 생물이 생태계를 이루어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과 공생한다(▶관련 기사: 식충식물 함정 물통 무려 35종 먹이그물).

연구자들은 통에 빠진 도롱뇽이 결국 죽어 분해되지만 즉시 죽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통속에서 멀쩡하게 헤엄치다가 사흘 만에 죽은 개체가 있는가 하면, 19일 동안 생존한 도롱뇽도 있었다.

벌레잡이통풀 통 안에 2마리 이상의 도롱뇽이 빠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우연히 빠진 것이 아니란 방증이다. 패트릭 몰도완 제공.
벌레잡이통풀 통 안에 2마리 이상의 도롱뇽이 빠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우연히 빠진 것이 아니란 방증이다. 패트릭 몰도완 제공.
그렇다면 도롱뇽은 왜 벌레잡이통풀의 통속에 빠지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도롱뇽이 숨을 곳을 찾다가 통에 빠졌을 가능성과 통속에 있는 벌레에 이끌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모두 있지만, 후자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숨을 곳은 다른 데도 많고, 통 하나에 여러 마리 들어간 사례가 많아 우연히 빠졌다고 보기 힘들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식물에 붙잡혀 죽은 도롱뇽은 평균 3㎝ 크기의 어린 개체들이었으며, 죽은 지 10일이 지나면 모두 분해됐다. 도롱뇽의 사인으로 연구자들은 한여름 땡볕에 노출된 벌레잡이 통이 과열돼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이밖에 통의 소화액 영향과 먹이 부족으로 굶어 죽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무엇보다 식충식물이 척추동물을 우연적인 사고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잡아먹는다면 생태적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연구자들은 주목했다. “어린 도롱뇽이라도 일반적인 무척추동물 먹이보다 영양분이 수백∼수천 배 많다”며 “벌레잡이통풀에는 도롱뇽 새끼가 태어나는 철이 매우 중요한 영양분 확보 기회이고, 반대로 어린 도롱뇽에게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주요한 포식자가 있는 셈”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도롱뇽을 포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벌레잡이통풀의 일종(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의 자생 모습. 데렉 람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롱뇽을 포식하는 것으로 밝혀진 벌레잡이통풀의 일종(사라세니아 푸르푸레아)의 자생 모습. 데렉 람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들은 또 “이처럼 널리 분포하고 많이 연구된 벌레잡이통풀의 척추동물 포획이 이제야 밝혀진 것이 놀랍다”며 “식충식물이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사례가 더 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atrick D. Moldowan et al, Nature's pitfall trap: Salamanders as rich prey for carnivorous plants in a nutrient?poor northern bog ecosystem, Ecology 2019, https://doi.org/10.1002/ecy.277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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