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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한국에서 ‘뉴트리아 고기’가 절찬리에 판매됐다면?

등록 2020-05-07 10:46수정 2020-05-07 13:55

[애니멀피플] 중국 야생동물 시장 오해와 진실
1950~60년대 농촌 소득 위해 야생동물 산업 성장
칼 빼든 중국 정부, 가축 종 축소하며 규제 강화
경남 김해에서 잡힌 뉴트리아. 농가 소득 확대를 위해 국내에 도입됐으나 생태교란종으로 포획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경남 김해에서 잡힌 뉴트리아. 농가 소득 확대를 위해 국내에 도입됐으나 생태교란종으로 포획되고 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wet market)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살아있는 야생동물과 식용 야생동물 고기가 거래되는 이곳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넘어오는 장소로 지목받아 왔습니다.(▶▶관련 기사 ‘코로나 시대에 야생동물 시장이 왜 위험할까요?)

일부 동물단체는 야생동물 시장의 즉각적 폐쇄를 요구했고, 중국 정부는 일련의 조처를 했습니다. 과연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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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은 왜 야생동물 고기를 먹게 됐을까?

먼저, 한국에 사는 ‘뉴트리아’를 떠올려봅시다. 뉴트리아는 남미에 사는 덩치 큰 설치류였는데, 1980년대 식용 목적으로 국내에 도입되었지요. 정부는 2001년 뉴트리아를 가축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식용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고, 하나둘 농장을 빠져나가면서 ‘괴물 쥐’라는 오명을 쓰고 생태교란종이 되었지요.(뉴트리아는 2013년 가축에서 지정 해제됐습니다) 반달가슴곰도 경제적 차원에서 야생종을 수입해 쓸개즙을 채취하기 위해 농장에서 키운 사례입니다. 지금은 번식 금지 조처로 400여 마리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반면 중국에서는 이런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농가 소득 증가와 농촌 진흥을 위해 야생동물 사육을 장려했습니다. 야생동물을 잡아다가 대규모 사육한 뒤 식용으로 판매했습니다. 사향고양이(히말라야시벳), 대나무쥐 등이 대표적입니다. 박쥐 같은 야생동물은 사육은 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식용으로 꾸준히 팔렸습니다.

중국은 1989년 ‘야생생물보호법’을 제정, 시행하는데, 특이하게도 야생동물을 ‘국가 소유’로 정의합니다. 야생동물이 누구의 것도 아닌데, 굳이 ‘소유자’를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최근 펴낸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중국의 야생동물 식용 규제 동향과 전망’을 보면, 그 역사적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중국은 1950~60년대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야생동물을 포획·상품화해 수출했지만, 그 결과 주요 자원종들의 수량이 부족해져 이 법이 만들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목적이 한편으로는 경제적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었다는 것이지요.

중국의 한 시장에서 닭이 팔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중국의 한 시장에서 닭이 팔리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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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개를 살렸다?

하지만 2003년 사스 사태를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사향고양이로 지목되면서, 야생동물 이용에 대한 빨간색 경고등이 켜지게 됩니다. 나중에 사향고양이는 ‘누명’을 벗게 되었지만,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다시 야생동물 시장이 거론된 것입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월 ‘야생동물 불법거래 금지, 남식 폐습 근절, 인민 군중의 생명·건강·안전의 절실한 보장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킵니다. 아, 너무 길군요. 짧게 말하자면, 야생동물을 함부로 먹는 행위(남식)가 폐해가 많으니, 국민의 삶을 위해 근절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인대는 중국의 입법, 행정부 역할을 하는 최고권력기관입니다. 여기서 결정하면 각 주무부처가 실행합니다.

이어서 농업농촌부는 ‘가축·가금류 유전자원 목록’ 개정 고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인공양식(사육)이 확립된 31종을 ‘가축’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이 (야생)동물은 사육할 수 있는 가축이고, 나머지는 가축이 아니다는 일종의 ‘화이트 리스트’입니다. 비둘기, 낙타, 토끼는 리스트에 들었고, 사향고양이, 대나무쥐, 노루 등은 빠졌습니다. 31종 리스트를 한 번 볼까요?

전통 가축: 돼지, 소, 인도소, 물소, 야크, 가얄(인도 아삼 지방의 소), 면양, 산양, 말, 당나귀, 낙타, 토끼, 닭, 오리, 거위, 칠면조, 비둘기, 메추라기
특수 가축: 꽃사슴, 고라니, 순록, 알파카, 뿔닭, 꿩, 자고(꿩과의 새), 물오리, 타조, 밍크(모피용), 은빛여우(모피용), 푸른여우(모피용), 담비(모피용)

개에 대해서는 따로 의견을 붙여, “개는 이미 전통 가축에서 반려동물로 진화했고, 국제 사회에서 가축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개고기 식용’이 금지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농업 행정 차원에서 가축에 들어가지 않은 것일 뿐 식용 그 자체를 금지한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8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목록을 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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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시장에 대한 오해

2016년 기준으로 야생동물 산업의 전업 종사자만 1409만명이고, 생산액만 5206억 위안(89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식용동물 산업 종사자만 626만명, 생산액 1250억 위안(21조5300억원)입니다. 광자좡족 자치구에서 대나무쥐가 1800만 마리가 사육되며, 이는 경제적 가치가 20억 위안(3446억원)에 이르러 농민들의 생계가 위협당할 것이라는 ‘중국신문주간’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중국의 야생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비대해져, 정부의 규제 조처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풍선 효과로 ‘밀거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의 야생동물 관리를 비판하던 외국 주요 언론도 점차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 쿤밍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중국대나무쥐의 박제.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중국 쿤밍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중국대나무쥐의 박제. 위키미디어코먼즈 제공

뉴스채널 <시엔엔>은 지난달 23일 보도에서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이 서구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동물만 판매하는 더럽고 불결한 전근대적 시장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신선 식품과 닭고기, 돼지고기를 함께 파는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구인들이 영어로 이런 시장을 ‘웨트 마켓’(wet market)이라고 부르는데, 물기에 젖은 바닥과 도살을 기다리는 동물 등 웨트 마켓이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가진 시장은 소수라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야생동물 시장 자체를 폐쇄하라’는 일부 동물단체의 요구가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것이지요.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는 시장은 소수이고 오히려 일부 전통 시장의 구석에서 식용 야생동물 등이 거래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한국에서 이런 공간은 경기 성남의 모란시장 정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정부 규제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은 2005년 ‘야생동식물 보호법’ 제정 당시 어류를 제외한 대부분 야생동물의 식용을 일절 금지했습니다.(뱀탕 먹는 게 불법이란 거 아셨어요? ▶▶관련 기사 ‘뱀탕, 먹는 사람도 처벌’)

피터 마토스 시드니대 교수는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웨트 마켓을 폐지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한다. 진짜 문제는 그것보다 더 깊다”고 말합니다. 그는 국가 차원의 규제를 통해 야생동물의 불법 거래를 종식하는 것이 다음 팬데믹 사태를 막는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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