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김성만의 슬기로운 육식생활 7
젖떼기 전 마지막으로 어미와 찍은 사진.
‘하루 30번 수유’ 야위는 어미 돼지 수유는 약 40분 간격으로 한다. 내가 늘 지켜봐서 아는 건 아니고, 성실한 연구자들이 관찰해보니 그렇다고 한다. 밤에는 수유 간격이 길다고 하니 하루 동안 대략 서른 번 수유하는 것이다. 제일 처음 출산한 ‘에크’ 역시 그렇게 젖을 먹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체구가 작아졌다. 얼핏 보면 7~8개월령 돼지 크기만 하다. 수컷 돼지 사료량의 두 배 이상을 주었지만 ‘에크’를 살찌우진 못했다. 계속 야위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밀려왔다. 농장에서 모돈의 역할은, (안타깝지만) 임신과 출산이다. 계속 살이 빠진다면 임신을 할 수 없게 되고, 농장 안에서의 역할이 사라져버린다. 마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두 달 정도 젖을 먹이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한 달 반에 젖을 떼기로 결정했다. 관행 양돈에서는 보통 3주, 길게 먹이는 곳은 4주다. 우리는 6주를 먹인 셈이니 짧지는 않았다(고 위안했다).
겁이 없는 돼지들은 돌아다녔고, 겁이 있는 돼지들은 어미 곁에 붙어있으려고 했다.
젖떼기는 성공했지만… 어미가 계속 약해져서 새끼들을 떼어놓았지만, 새끼들 중에는 더 약한 녀석도 있었다. 두 마리 정도는 제일 큰 녀석 대비 반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됐다. 아무래도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것 같았지만, 경험과 지식이 미천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한 마리는 물도 잘 먹고, 밥도 잘 먹었다. 불행히 다른 한 마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행동이 느려졌다. 키가 작아 물을 제대로 못 먹나 싶어 물통을 갖다놓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 번은 강제로 잡아다 물을 떠먹여 주었다. 그러는 와중에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듣고 다른 돼지들도 흥분했다. 스트레스가 더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냥 놔 주었다. 그러길 며칠, 젖 떼고 5일째가 되던 아침에 그 녀석은 팔다리를 뻗은 채 죽어있었다. 미안함이 밀려왔다. 문 앞에서 잠시 묵념했다. 나름대로 격식을 차리느라 두 손으로 떠받쳐서 산으로 올라갔다. 가장 해가 잘 드는 곳을 골라 묻어주었다. 그리고 또 묵념했다. 잘 가거라….
젖 떼고 자돈방에서 탐색 중인 새끼 돼지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물도 마시고, 밥도 먹었다.
앉아 있는 나를 보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미역죽 특식…건강하게 자라다오 남은 새끼들은 다행히 적응해 나가는 것 같았다. 수도꼭지도 잘 썼고, 밥 먹는 양도 서서히 늘어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새끼들은 인기척을 느낄 때마다 구석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나는 그들에게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는 건강에 걸림돌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자돈방에 들어가 퍼질러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손가락을 내주었다. 두 세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와 깨물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몇 번 그렇게 장난을 받아주었더니 드디어 나를 본체만체했다. 성공이다. 자돈시기(30kg)와 육성시기(50kg)는 돼지 사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다. 약 50kg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그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태어나고 젖 먹이는 건 어미가 다 했다. 이젠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돼지들의 건강이 결정될 것이다. 아자 아자! 김성만 하하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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