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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농장동물

“동물 그만 먹어요”…‘탈육식’ 운동을 시작하며

등록 2019-05-12 13:53수정 2019-05-12 15:01

[애니멀피플]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
지구 곳곳에서는 모든 동물성 제품의 불매를 지향하는 ‘비거니즘(Veganism)’ 운동이 거세지며,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동물성 고기를 어떻게 하면 인도적으로 ‘잘’ 먹을지가 아니라, ‘안’ 먹을지를 말하는 목소리와 대안이 발전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 곳곳에서는 모든 동물성 제품의 불매를 지향하는 ‘비거니즘(Veganism)’ 운동이 거세지며,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동물성 고기를 어떻게 하면 인도적으로 ‘잘’ 먹을지가 아니라, ‘안’ 먹을지를 말하는 목소리와 대안이 발전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만약 도살장의 벽이 유리였다면, 우리는 모두 채식인일 것이다.”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즈의 전 멤버 폴 메카트니(Paul McCarteny)는 이렇게 말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고기를 끊었을 정도로 열렬한 동물권, 환경 운동가인 그는 이제 “탈육식(Meat-free)이 새로운 락앤롤”이라 자신 있게 말할 정도가 됐다. 동물을 먹지 않는 것이 ‘새로운 정상(new norm)’이 된다는 것이다.

비단 서구 문화권에 속한 한 유명인의 바람이나 비전이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는 모든 동물성 제품의 불매를 지향하는 ‘비거니즘(Veganism)’ 운동이 거세지며, 시장이 반응하고 있다. 동물성 고기를 어떻게 하면 인도적으로 ‘잘’ 먹을지가 아니라, ‘안’ 먹을지를 말하는 목소리와 대안이 발전 중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가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윤리적 문제의식을 넘어, 지구 환경과 인간 건강의 관점에서도 채식으로의 전환은 인류가 당면한 과제다.

그리고 지난 5월2일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육식 반대를 외치기 위한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의 기자회견과 거리 서명 운동이 있었다. 바쁜 평일의 한낮에도 동물을 대변하겠다는 일념만으로 모인 활동가들은 풍선으로 등장한 축산 피해 동물과 함께 “동물 그만 먹어요” “탈육식이 미래다”를 외쳤다. 육식에 반대하고, 채식을 제안하는 ‘탈육식(脫肉食)’ 운동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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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안다면

우리는 왜 육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가? 고통을 느끼는 존재에 대한 차별이 하나둘씩 철폐되는 세상에서, 동물을 인위적으로 탄생시키고, 고통스럽게 착취하며, 파괴하는 축산 역시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작년(2018) 한 해에만 국내에서 무려 10억483만 마리의 닭, 1737만 마리의 돼지, 87만 마리의 소가 사육, 도살되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포함되지 않은 개조차도 매년 1백만 마리가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다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 살다, 무엇을 위해 죽임을 당하는가? 이는 축산이 ‘공장식’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프레임을 벗어나는 문제다.

5월2일 ‘탈육식' 캠페인 시작 기자회견 현장.
5월2일 ‘탈육식' 캠페인 시작 기자회견 현장.
매일 같이 랩에 씌워지고, 바코드 스티커가 붙은 채 떠다니는 모든 육류 상품의 과거에는 한때 원형이었던, 한 개체로서의 삶을 살다간 동물이 있다. 사람이 여성 동물의 생식기에 직접 정액을 주입하는 강간과 강제 임신, 출산을 통해 ‘생산’된 그들의 삶은 비참하다.

소는 누린내를 없애야 한다는 이유로 거세당하고, 새끼 돼지는 평생 임신, 출산, 수유를 반복해야 하는 어미의 젖에 상처라도 낼까 이빨이 잘리며, ‘품종 개량’ 당한 닭들은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가슴살을 감당하지 못한다.(그들의 살이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탈육식 캠페인 페이지를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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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은 ‘비건의 해’

빽빽하고 열악한 사육장에서 말 그대로 ‘거의 숨만 쉬며’ 살아가는 동안, 건강에 이상이 생겨 살이 빠르게 찌지 않는 동물은 즉각 도태된다. 폭염이나 농장에 불이라도 들이닥치면, 동물들은 떼죽음을 맞을 뿐이다. 어쩌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동물들은 즉각 살처분(殺處分: 죽여서 없앰)되어 땅에 묻힌다.

이 모든 중간 위험들을 버텨내는 것이 동물에게 본질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가? 종국엔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고, 살와 뼈, 가죽을 내놓아야 한다면 말이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공고히 가려왔던 축산 피해 동물의 삶과 모습이 대한민국에서도, 세계 곳곳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새빨간 고깃덩어리 뒤에 숨은 잔혹한 폭력과 착취를 더는 눈감지 않고, 적극적으로 알리며, 동물성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것이 바로 탈육식, 채식(비건), 동물권 운동이다. 거스를 수 없는, 앞으로 더 확고히 실현될 미래 방향이다.

이미 세계적인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19 세계경제대전망’에서 올해를 “비건의 해”로 꼽으며, 채식이 반짝 유행이 아닌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을 전망한 바 있다. 윤리·환경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기 등 기존의 동물성 제품을 식물성으로 만드는 ‘대체 식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변화하는 사회와 시장을, 이제는 우리 정부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인류는 신분제, 식민지배, 노예제를 넘어, 그렇게 진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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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육식이 미래다

그럼에도 적어도 당분간, 육식 문화가 지배적인 세상에서 윤리적인 이유로 동물 사체를 그만 먹자 외치는 것은 많은 장벽에 부딪힐 테다. 그래서 더더욱,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주길 당부하고 싶다. 당신이 지금 당장 도살장에 끌려가 고기가 될 상황이라면, 비록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온몸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 당신은 우리가 무엇을 외쳐주길 바랄 것인가?

탈육식이 미래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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