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한 종돈장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가 곧 평생 보금자리를 갖게 됐다. 디엑스이코리아 제공
지난해 경기도 한 종돈장에서 구조된 새끼 돼지 ‘새벽이’가 여생을 보낼 보금자리가 마련됐다.
동물권단체 디엑스이코리아(DxE Korea·이하 디엑스이)는 한국 최초의 돼지 생츄어리가 조성된다고 4일 밝혔다. 5일 디엑스는 애피와의 통화에서 “현재 100여 평의 부지가 국내 모처에 마련됐고, 새벽이는 5월 안에 새 거주지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벽이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한 돼지농가에서 공개구조(Open rescue·오픈 레스큐)된 돼지다. 공개구조란 농장·도살장 등 비인간 동물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현장에 들어가 상황을 공개하고 감금된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이다. 디엑스이는 공장식 축산 실태를 드러내기 위한 방식으로 공개구조를 주요 활동으로 벌이고 있다. 구조 직후 생후 2주차 였던 새벽이는 곧 1살을 맞게 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축산농가의 돼지들이 생후 6개월만에 도살되는 것과 달리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자연 상태 돼지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다.
지난해 7월 종돈장에서 구조되는 새끼 돼지 ‘새벽이’. 디엑스이코리아 제공
디엑스이에 따르면, 새벽이는 국내서 공개구조로 살아남은 최초의 ‘농장동물’이다. 당시 새벽이와 함께 새끼 돼지 ‘노을이’가 구조됐지만, 구조 때부터 다른 돼지들에 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음에도 숨졌다. 이들은 “열악한 축사에서 살아남은 새벽이도 이후 곰팡이성 피부염으로 예후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지금까지 큰 병 치레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츄어리(보금자리)는 새벽이가 돼지로서의 본능을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생츄어리(Sanctuary)는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 진 바우어가 만들어낸 새로운 의미의 공간으로, 공장식 축산의 확산을 막고 농장동물들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구조된 동물이 입양 전 잠시 머무르는 동물보호소와 달리, 생츄어리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의 공간이 아닌 평생을 머무르며 살아가는 공간인 셈이다.
디엑스이 은영 활동가는 “100평 정도의 언덕이 있는 땅 위에 지어진다. 부쩍 자라나 힘이 세진 만큼 돼지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튼튼한 울타리도 설치하고, 마음껏 진흙 목욕을 할 수 있는 곳도 만들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츄어리는 새벽이가 돼지로서의 본능을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디엑스이코리아 제공
생츄어리는 새벽이가 돼지로서의 본능을 누릴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디엑스이코리아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