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코로나19 취약한 밍크…집단 사육은 ‘바이러스 저수지’ 프랑스, 동물단체 폭로 뒤 2025년까지 농장 퇴출 결정
유럽에 이어 미국 내에서도 밍크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된 가운데 프랑스가 2025년까지 밍크농장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보이스 제공
네덜란드, 스페인에 이어 미국에서도 밍크 1만여 마리가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폐사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유타주의 9개 밍크 농장에서 지난 2주 동안 밍크 약 1만 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폐사했다. 밍크들은 농장 노동자들이 양성 반응을 보인 직후인 8월 초 발병하기 시작했다.
딘 테일러 유타주 정부 수의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이 동물을 감염시킬 수는 있지만 그 반대의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유타주 외에도 위스콘신주에서 밍크 2000마리가 코로나19로 폐사했고, 미시간주에서도 한 농장에서 감염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밍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동물로 대규모 밀집 사육이 ‘바이러스의 저수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어왔다. 첫 발병은 4월26일 네덜란드 농장 두 곳에서 확인됐다. 5월 9일 추가로 농장 2곳에서 발생했고, 밍크 뿐 아니라 농장에 살던 고양이에게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후 56개 농장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밍크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 됐고, 농장 100여 곳은 내년 3월까지 폐쇄됐다. 7월에는 스페인 밍크농장에서 농장 밍크의 87%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확인돼 9만여 마리 이상이 예방적 살처분 됐다.(▷관련기사: ‘밍크들의 재앙’으로 번진 코로나19)
한편, 프랑스는 최근 동물단체의 밍크농장 밀집사육 폭로 뒤 점진적 농장 폐쇄를 결정했다. 프랑스 바바라 퐁필리 생태부 장관은 9월 29일 프랑스 내 모피농장 폐쇄를 발표하며, 늦어도 2025년까지 농장들이 모두 문 닫을 거라고 발표했다.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하 HSI)에 따르면, 이같은 결정은 프랑스 동물단체 ‘원보이스’(One Voice)의 밍크 농장 잠입영상 폭로 뒤 한 달만에 나온 것이다.
원보이스는 2017년부터 프랑스의 밍크 농장 폐쇄를 촉구해 왔으며, 이번 영상은 프랑스에 남아있는 마지막 4곳의 모피 농장을 공개한 것이다. 이들이 공개한 영상은 HSI 등이 앞서 폭로한 밍크 농장과 마찬가지로 열악했다.
밍크들은 공중에 뜬장에 두 마리씩 사육되고 있었으며, 뜬장 아래는 밍크의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밍크들은 비좁은 우리 안을 쉴새없이 맴돌거나, 철창을 물어뜯고 있었다. 상처난 뒷다리가 방치돼 감염된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밍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동물로 대규모 밀집사육이 ‘바이러스의 저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원보이스 제공
HSI는 “프랑스 시민 77%가 모피사육 금지에 찬성의견을 밝혔고, 50만 명 이상이 모피농장 금지를 포함한 동물복지 개선 입법안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클래어 배스 HSI 영국지부장은 “고통받는 밍크를 위해 나선 프랑스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결정은 훌륭한 첫 걸음이지만, 밍크의 불필요한 고통은 앞으로도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13개국은 이미 밍크 농장을 금지했다. 올해 초, 네덜란드 정부는 2021년까지 밍크산업을 끝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 처음 모피농장 금지가 발표된 이후, 2025년까지 계획됐던 점진적 폐쇄가 올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모피 농장은 오스트리아, 체코, 노르웨이, 벨기에, 아일랜드 등에서도 단계적으로 페지되고 있는 중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