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밍크모피 생산국인 덴마크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을 막기 위해 최대 1700만 마리에 이르는 자국 내 밍크들을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밍크농장 전면 폐쇄를 발표한 프랑스 밍크농장. 원보이스 제공
인간의 옷이 되기 위해 좁은 철창에서 고통받던 밍크가 이번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살처분 될 운영에 처했다.
세계 최대 밍크모피 생산국인 덴마크가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을 막기 위해 최대 1700만 마리에 이르는 자국 내 밍크들을 모두 살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디언과 CNN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덴마크 메떼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덴마크의 밍크농장 5곳에서 12명이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며 “밍크는 이제 공중보건의 위험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밍크의 변종 바이러스는 미래에 보급될 백신의 효과도 제한할 수 있다”며 덴마크 전역의 밍크를 살처분할 계획이며, 이를 돕기 위해 군대, 경찰, 국가비상 인력이 동원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밍크모피 생산국으로 1100여개 농장에서 1500~1700만 마리 밍크가 사육되고 있다. 덴마크 당국에 따르면, 최근 200여개의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밍크 사육농가가 다수 위치한 덴마크 북부에서는 738명 감염자 가운데 절반 가량이 농장에서 비롯된 감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는 이미 몇 주전부터 밍크들을 살처분 해왔다. 지난 10월에는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거나 확진 농장의 반경 8.4㎞ 내에 있는 밍크 1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밍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동물로 대규모 밀집 사육이 ‘바이러스의 저수지’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어왔다.
지난 4월 첫 발병이 확인된 네덜란드는 이후 56개 농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밍크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 됐고, 농장 100여 곳은 내년 3월까지 폐쇄됐다. 7월에는 스페인 밍크농장에서 농장 밍크의 87%가 감염된 것이 확인돼 9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 지난달 미국 유타주에서도 밍크농장 발병이 확인됐고, 1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다.
덴마크의 과감한 조치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핀란드에 본사를 둔 모피회사 ‘사가 퍼스’의 매그너스 뤼중 사장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덴마크의 모든 밍크를 죽이겠다는 건 충격적”이라며 “네덜란드와 스페인, 스웨덴에서도 몇 가지 사례가 있었지만 그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잘 통제했다”고 말했다. 그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 기준 덴마크 내 사육되는 밍크의 가치는 약 3억5천~4억 유로(약 4600~5500억원)이다.
동물권활동가들은 농장폐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덴마크 동물보호단체(Animal Protection Denmark) 정책 고문이자 수의사인 비르짓트 댐은 “우리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밍크 농장을 완전히 끝내고, 운영자들을 재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조안나 스와베 유럽 홍보담당 선임이사는 “세계 최대 모피 생산국에서 밍크 농장을 전면 폐쇄하는 것은 상당한 발전이다. 모피농장의 금지는 아니지만, 이번 조치가 모피농장의 작은 철장안에 갇힌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에게 고통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며 “이런 필수적이고 과학적인 조치를 내린 덴마크 총리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