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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무너질 철거촌…‘살고 싶다’ 꿈꾸는 고양이가 있다

등록 2021-09-10 12:54수정 2021-09-10 15:51

[애니멀피플] 다큐 영화 ‘꿈꾸는 고양이’ 개봉
재개발 지역 고양이와 고양이들을 살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꿈꾸는 고양이’가 9일 개봉했다.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재개발 지역 고양이와 고양이들을 살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꿈꾸는 고양이’가 9일 개봉했다.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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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위험을 알고 있는 건 그 위험을 만든 사람뿐 고양이는 그저 하루하루 평범한 삶을 꿈꾸며 살아갈 뿐이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옛 동네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오래된 집들을 부수고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 지역은 대략 3000여 곳. 인간들의 이주가 끝난 폐허 같은 그곳엔 건물이 무너져도 영역을 떠나지 않는 ‘원주민’ 길고양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생명들의 죽음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어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9일 개봉한 다큐 ‘꿈꾸는 고양이’(감독 지원·강민현)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과 그들을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디어 제작자이자 동물보호 활동가인 두 감독은 서울의 달동네, 경기도 성남, 대구, 부산의 재개발 지역을 찾아 제각각의 사연이 있는 고양이들과 그들을 살리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두루 촬영했다.

무너지고 철거된 재개발 지역에 남은 고양이들과 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꿈꾸는 고양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무너지고 철거된 재개발 지역에 남은 고양이들과 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영화 ‘꿈꾸는 고양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영화는 부산 동래구의 한 재개발 지역에서 시작한다. 어릴 적 살던 동네였던 그곳을 다시 찾은 감독들은 따뜻한 추억으로 가득한 동네가 을씨년스러운 철거촌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마주한다. 담벼락엔 험난한 글귀가 휘갈겨있고, 창문은 몽땅 깨진 빈집에서 거리를 점령한 수많은 고양이들을 만난다. ‘추억’이 되어버린 장소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 존재들은 건물이 무너져도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두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은 고양이가 있다. 핑크색 코가 반짝이는 ‘턱시도 냥이’는 양쪽 뒷다리가 불편한 고양이였다. 감독들은 “그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미 영화 ‘꿈꾸는 고양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번 영화가 “어쩌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 생태계의 일원인 고양이들을 인간이 더 좋은 집에서 살겠다고 멋대로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다큐 영화 ‘꿈꾸는 고양이’의 한 장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다큐 영화 ‘꿈꾸는 고양이’의 한 장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서 만난 애교냥이 ‘이쁜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에서 만난 애교냥이 ‘이쁜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영화는 두 개의 꿈을 갈무리한다. 바로 살고 싶은 고양이와 살리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다. 각기의 이유로 고양이를 구하고자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밥을 챙기던 두 고양이가 재개발이 시작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자 아예 동물단체를 꾸려 길고양이들을 구조하기 시작한 활동가, 카페를 운영하며 주변 상인들을 설득해 길고양이 급식소를 차린 캣맘·캣파더, 몇 개월에 걸쳐 조금씩 밥 자리를 이동시켜 고양이들을 이주를 시킨 주민들, 임시 계류장의 아픈 고양이들을 다시 방사할 수 없어 품게 된 사람 등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살리고 싶다’는 바람은 한 가지의 꿈으로 모아진다.

카메라가 길고 조용히 여유롭게 담아낸 고양이들의 모습은 그 바람을 관객에게까지 견인한다. 얼핏 보면 그저 흔한 길고양이일 뿐이지만, 영화의 느긋한 시선은 고양이들을 저마다의 개성과 존재 이유를 지닌 생명으로 인식시킨다.

몇 번 만났다고 무릎 위에 올라 애교를 부르는 달동네 고양이 ‘이쁜이’, 집냥이와 하나 다를 바 없지만 영양이 부족해 꼬리가 짧아진 ‘짧짧이’, 어설프고 어이없는 괴짜냥이 ‘삼색이’, 멋진 카오스 무늬를 입은 도도한 고양이 ‘반쪽이’까지 영화가 진행될수록 고양이들의 귀여운 정체는 더욱 선명해진다.

뒷다리가 불편한 채 구조된 턱시도 고양이 ‘꿈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뒷다리가 불편한 채 구조된 턱시도 고양이 ‘꿈이’. 사진 엠앤씨에프·아이 엠 제공

‘꿈꾸는 고양이’는 고양이를 위해 집사들이 뭉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고양이의 숲’(2018년)을 만든 지원·강민현 감독이 연출을, 구독자 56만명의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배우 남기형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의 감독, ‘고양이 집사’(2019)의 기획을 맡은 조은성 감독이 제작 프로듀서로 참가했다. 가수 아리엘이 부른 영화의 엔딩곡 ‘안줍냥’은 고양이가 간택한 집사를 꼬시는 가사로 듣는 이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P.S. 사랑스러운 스포일러 주의! 두 감독에게 영화 제작까지 하게 만든 턱시도 냥은 이후 ‘꿈’이란 이름을 얻었다. 꿈이에게 간택당한 집사는 다름 아닌 두 감독.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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