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켄트주 로체스터에서 이웃의 암말을 만나러 가려다가 울타리에 끼어버린 종마.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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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 끼이고, 구멍에 빠지고, 낯선 장소에 갇혔다.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RSPCA)이 연말을 맞아 뱀, 다람쥐, 오소리, 여우 등 다양한 동물들의 특이한 구조 사연을 담은
‘2021년 최고의 구조 21가지’를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올해 접수된 응급 구조 요청은 28만1390건이었다. 이들은 “동물들은 온갖 종류의 다양한 행동을 하는데 우리 구조팀만큼 그런 행동을 많이 목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8만 건의 사고 가운데서는 정말 놀라운 상황에 스스로를 빠뜨린 녀석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의 구조사연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동물 구조 활동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굉장히 웃김’이란 경고를 덧붙였다.
새 먹이를 훔치려다 먹이통에 갇힌 다람쥐.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엉뚱한 곳에 낀 동물들의 사연은 단연 가장 귀여우면서도 ‘웃프다’. 영국 켄트주 애쉬포드에서는 지난 8월 다람쥐 한 마리가 새 먹이통에 낀 상태라는 구조 요청이 접수됐다. 잘 먹은 다람쥐는 견과류를 훔치기 위해 새 먹이통에 들어갔다가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됐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구조대원 클레어 토마스는 “이 뻔뻔한 다람쥐는 심지어 내가 풀어주려고 할 때도 땅콩을 먹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친 곳이 없었던 다람쥐는 먹이통에서 풀려나자마자 정원으로 다시 도망쳤다.
운하의 다리와 벽 사이에 끼인 오소리 두 마리.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한쌍의 오소리가 운하 사다리에 낀 채 발견되기도 했다. 동물학대방지협회 구조대원들은 지난 2월 웨일즈 토르바인의 운하 사다리와 벽 사이에 갇힌 오소리 두 마리를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했다. 두 명의 구조대원은 소방관들과 함께 운하의 벽을 부수고, 오소리가 추락할 것을 대비해 그물망을 설치했다. 한 마리는 위로 기어올라갔고, 다른 한 마리는 물에 빠졌지만 무사히 구조돼 야생동물센터로 옮겨져 재활치료를 받았다. 구조대원 시안 버튼은 “15년간의 동물구조대 경력 중 가장 기이하고 특이한 날이었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의 화장실에 출연한 공비단뱀.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유명 배우가 구조 요청을 한 사례도 있었다. 영국의 드라마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에 출연 중인 배우 해리 비시노니의 욕실에 뱀이 출연한 것. 비시노니는 지난 1월 양치질을 하다가 변기에서 미끄러져 나오는 뱀을 발견했다. 그는 “변기 뒤쪽 벽에서 뱀 머리가 튀어나는 걸 보고 놀라서 문을 닫고 나왔다. 다시 돌아가서 보니 뱀은 미끄러져 올라와서 변기 위에 자리를 잡고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공비단뱀은 구조 뒤 ‘루루’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속옷에 숨어들어 4000마일을 여행한 바베이도스 도마뱀.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속옷에 싸여 4000마일(약 6400㎞)를 여행한 도마뱀도 있다. 바베이도스를 여행하고 돌아온 리사 러셀은 여행 짐을 풀다가 속옷 위에 작은 도마뱀이 있는 걸 발견했다. 처음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도마뱀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는 동물학대방지연합에 구조를 요청했다.
아래는 한때 곤란한 상황에 처했지만 무사히 구조돼 어디선가 2022년을 맞을 동물들의 ‘당혹스런 순간들’이다.
음식물을 훔치려 퇴비통에 들어갔다가 갇힌 오소리. 퇴비기계를 분해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방향을 착각해 욕실 창문을 뚫고 들어온 백조.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져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았다.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도로 배수구에 발이 끼어버린 새끼 여우.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태양광 패널 사이에 끼어버린 고양이. 구조 뒤 마이크로칩을 검사해보니 이웃에 사는 고양이였다. 영국 동물학대방지연합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