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실제로 말의 다리에 밧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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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학대 의혹을 받고 있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이 실제로 촬영 당시 말 발목에 밧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자유연대는 20일 문제가 된 ‘태종 이방원’ 17화 낙마 장면
촬영 당시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말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강제로 넘어뜨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동물의 상해,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 극 중 이성계 역인 배우 김영철 대신한 스턴스맨을 태운 말은 양 앞 발목에 밧줄이 묶인 채 뛰어나오다 앞으로 쳐박힌다. 나무에 묶인 밧줄을 보조 출연자들 여러명이 붙잡는 모습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배우 역시 아무런 보호장치가 없는 바닥으로 위험한 방식으로 떨어진다. 영상에는 촬영 직후 스태프들이 배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급하게 달려가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나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몸체가 뒤집히며 땅에 처박힌 말은 홀로 쓰러져 뒷발을 허우적대고, 한동안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스태프의 증언으로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다. 제보자는 카라에 "성인 남자들이 뒤에서 줄을 당겨 달리는 말을 넘어뜨렸다. 배우는 스턴트맨이었지만 안전 장치 없이 일반 보호장구만 주어졌다. 결국 배우도 떨어져서 잠깐 정신을 잃었고, 부상까지 있어 촬영을 멈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니멀피플은 19일 KBS쪽에 출연한 ‘말 배우’의 건강과 생존 여부를 문의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단체들에 따르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이러한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하거나 게시하는 것 또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자유연대는 “KBS ‘태종 이방원’에서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2022년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촬영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는 오늘 오전 KBS에 공식적으로 말의 생존 여부와 안전 확인을 요청하고, 향후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 마련을 위해 제작진 면담을 요구한 상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