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청와대 풍산개 거취를 둘러싼 4가지 논점
문 대통령 개인 소유 반려견 아닌 ‘국유재산’으로 등록
살아있는 동물 선물하는 전근대적 ‘동물 외교’ 사라져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 취지 살려 해법 찾길
문 대통령 개인 소유 반려견 아닌 ‘국유재산’으로 등록
살아있는 동물 선물하는 전근대적 ‘동물 외교’ 사라져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 취지 살려 해법 찾길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곰이와 만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동물보호정책, 청와대만 예외인가 첫째, 살아있는 동물을 선물하는 동물외교(animal diplomacy) 관행은 중지되어야 한다. 동물을 국가 간에 선물하거나 교환해온 역사는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동물외교의 상징성은 국가와 정치 시스템의 현대화, 국제적 세력 균형의 변동, 동물 소유권 개념의 변화 등으로 인해 20세기에 들어 크게 변모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으로부터 선물받은 풍산개 암수 한 쌍. 왼쪽 사진이 암컷 ‘곰이’, 오른쪽이 수컷 ‘송강’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2017년 6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했다. 청와대 공식 트위터 갈무리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면… 셋째, 개는 판다나 호랑이와 같은 야생동물과는 다르다. 중국이 자주 외교적으로 선물하는 판다의 경우, 멸종동물 보호와 보전 그리고 사육환경이 주요 사안이라면, 개는 사람과의 유대(Human-Animal Bond)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즉 사람과의 교감과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감하고자 하는 개의 본성은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개를 개량하고 길들여온 결과이다. 그런 면에서 그들이 청와대에서 살든 시골집에서 살든, 장소는 중요치 않을 것이다. 대신, 누구와 함께 사는가가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 송강이와 곰이가 애착과 유대감을 형성한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들이 계속 바뀌는 시설이나 기관으로 보내진다면 그들이 행복하기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7월 마루와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는 전남 순천시와 강원도 고성군, 경기도 오산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에 분양됐다. 청와대 제공
정부가 변화의 첫 발 떼주길 최근 한 방송국이 드라마 촬영에 동원된 말을 숨지게 한 사건이 국민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고, 울진 산불 발생 시 대피하지 못한 동물들을 비롯하여 여러 형태의 동물학대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부쩍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 청와대 녹지원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당시 북쪽에서 선물로 보내 온 풍산개 ‘곰이’가 출산한 자견들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양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 제공
곰이, 송강이는 누구와 살길 원할까 동물이 아직도 외교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유는, 그 동물을 선물로 받는 국가의 국민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편 국가의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일이 생긴다면, 힘들게 수행한 외교적 노력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왕 선물로 받은 송강이와 곰이가 남북평화의 상징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반려문화 정착과 동물복지를 앞당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그 시작은 송강이와 곰이의 거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누구와 살기를 원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김성호 한국성서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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