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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쥐 ‘쥔님’ 모신 어느 ‘쥡사’의 반려일기

등록 2022-04-01 16:37수정 2022-04-01 17:12

[애니멀피플] 새 책 ‘실험 쥐 구름과 별’
안락사 직전 실험실에서 구조·입양된 래트 이야기
국내 첫 실험 쥐 입양기…“더 많은 입양 기회 열리길”
책 ‘실험 쥐 구름과 별’은 2017년 국내 최초로 구조된 실험 쥐 20마리의 구조와 반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 ‘실험 쥐 구름과 별’은 2017년 국내 최초로 구조된 실험 쥐 20마리의 구조와 반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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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동원되는 실험 쥐는 생후 6주면 실험대에 오른다. 성체가 되기까지 대략 10개월이 걸리니 새끼 때 실험에 쓰이게 되는 것이다. 자연 수명이 2~3년 정도지만 실험이 끝난 뒤 쥐들을 살리려는 노력은 전무하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사라지는 설치류는 매년 300만 마리가 넘는다.

‘실험 쥐 구름과 별’. 책공장더불어 제공
‘실험 쥐 구름과 별’. 책공장더불어 제공

만약 쥐들이 실험이 끝난 뒤 살아남는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2017년 실제로 벌어졌다. 동물책 전문출판사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는 당시 동물실험윤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실험이 끝난 ‘래트’(시궁쥐) 20마리 구조를 결정한다. “실험 후에도 문제없이 살 수 있는 동물을 안락사 하는 실험을 승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실험 쥐 가정 입양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실험 용 쥐 입양하실 분’이란 블로그 글이 올라간 지 9시간도 안돼 쥐들을 입양하겠다는 반려인들이 나타났다.

구름과 별은 실험 동물로 태어나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해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거의 구별이 안갔다. 구조 직후 실험 표시가 꼬리에 남아있는 별(앞쪽)과 구름. 책공장더불어 제공
구름과 별은 실험 동물로 태어나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해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군지 거의 구별이 안갔다. 구조 직후 실험 표시가 꼬리에 남아있는 별(앞쪽)과 구름.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 ‘실험 쥐 구름과 별’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입양된 두 마리 래트, 구름과 별의 2년 간의 삶을 담고 있다. 열대어와 햄스터를 키우던 지은이 정혜원씨는 우연히 실험 쥐들의 입양 공고를 보고 래트들의 입양을 결정한다. “쥐라면 익숙했고 햄스터보다 더 큰 쥐와는 더 큰 유대를 쌓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터다.

그렇게 ‘쥔님’을 모시기 시작한 ‘쥡사’의 현실은 기대와 다소 달랐다. 쥡사란 지은이가 고양이 반려인들이 스스로를 ‘집사’라는 애정어린 호칭으로 부르는 것이 부러워 만든 닉네임이란다. 래트는 지능이 높고 친화력이 좋아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다가온다기에 입양 전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실험의 트라우마인지 래트들은 사람의 손가락을 극도로 무서워했다. 게다가 이름을 구름과 별이라고 지었지만 실험의 재현성을 높이기 위해 근친교배를 거쳐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두 마리는 겉모습만으로는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갔다.

책 ‘실험 쥐 구름과 별’은 안락사 직전 구조된 실험 쥐 2마리의 반려생활을 다루고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책 ‘실험 쥐 구름과 별’은 안락사 직전 구조된 실험 쥐 2마리의 반려생활을 다루고 있다. 책공장더불어 제공

그럼에도 이들의 반려일기는 여느 개, 고양이와 다름없이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로 빼곡하다. 케이지를 탈출한다거나 쥡사의 손을 무는 말썽을 피우고, 작은 해먹 하나에 기뻐하며, 반려인은 “생명체는 먹는 낙으로 사는” 것이라며 직접 사료를 만들어 먹인다. 이름을 알아 듣거나 만지는 걸 허용하지 않는 래트지만 지은이는 어느덧 쥐의 매력에 푹 빠져, 2마리의 래트를 추가로 입양하기까지 한다.

빨간 눈, 하얀 몸, 긴 꼬리의 실험 쥐는 익숙한듯 낯선 존재다. 원래 하얗게 태어난 줄만 알았던 쥐가 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속 쥐가 래트라는 걸 알게 되면 그들이 새삼 달리 보인다. 쥐가 실험동물로 주로 쓰이게 된 이유가 유전자 수가 사람과 비슷하고, 질병 관련 유전자도 90%가 동일하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면 기분은 더 묘해진다.

김보경 대표는 2017년 동물실험윤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안락사 직전의 실험 쥐 20마리를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구조 이후 임시보호처에서의 래트들. 책공장더불어 제공
김보경 대표는 2017년 동물실험윤리위원으로 활동하며 안락사 직전의 실험 쥐 20마리를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구조 이후 임시보호처에서의 래트들. 책공장더불어 제공

지은이는 구름과 별을 성격이 조금 까칠하긴 했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웠다고 추억했다. 그는 “이제는 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나의 실험 쥐들을 기리며 한 명의 관찰자로서 경험자로서 보고 느낀 바를 담담하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는 구름과 별뿐 아니라 당시 입양된 다른 래트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김보경 대표는 “안락사 직전 구조되어 래트 수명대로, 래트 모습대로 살았던 책 주인공 구름과 별의 이야기를 출간함으로써 더 많은 실험 쥐들이 입양되었으면 했다. 실험 쥐의 일반인 입양은 생명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죄책감을 갖고 사는 연구자들에게도 마음의 치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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