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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인간과동물

‘비건 배우’ 임세미, 그가 ‘부캐’ 만들기에 열심인 이유

등록 2022-04-06 16:28수정 2022-04-07 07:44

[애니멀피플] 김지숙이 만난 애니멀피플
동물권 활동·제로웨이스트 실천하는 배우 임세미씨
동물해방물결 ‘꽃풀소 프로젝트’에 참가 1박2일 동행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 ‘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 ‘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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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세미씨에게 젖소는 운명적 동물이다. 2019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지쳐 쉬어가는 길에 젖소 가족을 만났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 앉았을 때 들판의 아기 소와 어미 소를 보게 됐다. 아기 소가 더운 날씨에 힘겨워 주저앉자 어미 소는 벌떡 일어나 새끼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몸을 정성껏 핥았다.

그 모습은 그 즈음 육아를 시작한 임씨의 동생, 오빠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내가 고기가 아닌 생명들을 먹으며 살았구나.” 약 한달, 800㎞ 순례길 도보 여행을 마칠 즈음 그는 비건(완전 채식인)이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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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소들을 만나다

지난 4월3일 다시 젖소를 만나는 자리, 그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임씨는 동물해방물결이 4월2~3일 이틀간 주최한 워크숍에 참가해 활동가 20여 명과 함께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을 찾았다. 이 목장은 지난해 8월부터 동물해방물결이 구조한 홀스타인 수소 6마리를 임시 보호하고 있다.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들을 만나 설명을 듣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들을 만나 설명을 듣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흔히 젖소라 불리는 홀스타인 종은 수컷으로 태어나면 3일만에 어미와 떨어져 ‘고기’로 길러지지만 이곳의 운 좋은 소 6마리는 가까스로 삶의 기회를 얻었다. 동물해방물결은 지난해 4월 도축을 앞둔 이들을 구조해 각각 꽃과 풀의 이름을 붙이고, 소들이 여생을 보낼 수 있는 보금자리(생크추어리)를 마련하는 ‘꽃풀소 살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날은 구조 결정 1년 만에 후보지로 낙점된 인제군 남면 신월리를 방문하기 전 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소들이 엄청 크네요.” 임씨의 말처럼 도축시기(18~24개월)을 넘기고 3살이 된 수소들은 옆 칸 한우들에 비해 몸집이 0.5배는 더 커보였다. 서너 평쯤 되는 우사 두 칸이 이제 소들에게는 조금 비좁아 보였다.

임씨가 울타리로 다가가자 ‘머위’가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미리 준비한 바나나와 감자를 내밀자 머위는 긴 혀를 내밀어 간식을 먹고 임씨의 손을 핥았다. “먹는 거에 가장 진심인 것 같아요.” 꽃풀소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동물해방물결의 ‘동지’이자 지지자였던 그도 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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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미와 다르지 않은 소중한 생명들”

“미나리는 수줍음이 좀 많은 것 같고, 메밀도 호기심이 많은 거 같아요. 눈치 안보고 바나나 향을 맡네요. 엉이는 사춘기인 걸까요. 약간 반항기가 있는 것 같고요. 뿔이 아래로 자라난 부들이는 어쩐지 마이웨이일 거 같아요. 창포는 우리 흑미를 닮아서 기운이 좋아보여요. 사실 모두 저희 개 흑미와 다르지 않은 소중한 친구들이죠.”

반려견 ‘흑미’는 지난해 임세미씨가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갔다가 구조해 가족이 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반려견 ‘흑미’는 지난해 임세미씨가 유기동물 보호소 봉사를 갔다가 구조해 가족이 됐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현장에 동행한 반려견 ‘흑미’도 소들이 궁금한지 멀리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흑미는 지난해 3월 보호소 봉사를 갔다가 임씨가 구조한 개다. 당시 흑미의 건강 상태는 몹시 안 좋았다. “그냥 두면 그곳에서 죽을 것 같아, 데려와 마지막 치료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한 흑미는 아예 식구로 눌러앉았다.

소 보금자리 마련부터 유기견 구조까지 활동가가 따로 없다. “시작은 10년 전 템플스테이에서 경험한 발우공양이었어요. 모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은 뒤 작은 무 조각으로 고춧가루 하나까지 모조리 비우는 식사였어요. 그때 우리가 굉장히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구나 깨달았죠. 환경에 신경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채식과 동물에게까지 관심이 확장된 거죠.”

배우 임세미씨와 반려견 흑미가 2일 강원도 인제 ‘DMZ평화생명동산’에서 열린 동물해방물결 워크숍에 참여해 정성헌 이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지숙
배우 임세미씨와 반려견 흑미가 2일 강원도 인제 ‘DMZ평화생명동산’에서 열린 동물해방물결 워크숍에 참여해 정성헌 이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김지숙

그러다가 2019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소들을 만났고, 흑미를 입양하며 축산동물의 현실을 더 알리고 싶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본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도 한 몫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으로 동물권과 기후위기를 강조하는 열렬한 동물권 활동가이기도 하다. “저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비건이라고?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졌고, 동물이나 환경 활동에도 더 관심이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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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활동가는 나의 ‘부캐’

이후 임씨는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의 수족관 돌고래 방류 캠페인, 동물해방물결의 개도살 금지법 캠페인 등에 참여했다. 매달 한번씩 주기적으로 시셰퍼드 해변청소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폐그물, 폐플라스틱 등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수중 쓰레기 청소를 위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3개를 딸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는 연예인중에서도 드물게 자신이 비건임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동물권 활동, 제로웨이스트에 앞장서는 배우다. ‘이미지가 생명’인 배우에게는 다소 제한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을텐데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임세미씨는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로 한 달에 한 번 해변 청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눈컴퍼니 제공
임세미씨는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활동가로 한 달에 한 번 해변 청소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눈컴퍼니 제공

임세미씨는 지난해 동물해방물결의 개도살 금지법 캠페인 영상에 출연해 내레이션을 맡았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임세미씨는 지난해 동물해방물결의 개도살 금지법 캠페인 영상에 출연해 내레이션을 맡았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겁이 난 적도 있었어요. 캐스팅에 한계가 있으면 어쩌나 걱정도 됐고요. 근데 환경과 동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배우가 누가 있지?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는 그때부터 이 불모지에 길을 한 번 터보자고 마음 먹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다큐 ‘씨스피라시’가 인기를 얻는 시대잖아요. 제가 연기를 정말 잘해서 이름을 알리면, 동물권 활동가라는 저의 ‘부캐’도 관심을 좀 더 받지 않을까요.”

더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 비건을 전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최근엔 그가 엔스엔에스(SNS)에 올린 활동들을 보고, 해변 청소에 동행하고 싶어하는 동료가 생겼고, 그를 본받아 외출 땐 텀블러, 손수건 등을 챙긴다는 팬들도 여럿 나타났다. 드라마 ‘여신강림’에서 적극적 여성 캐릭터 ‘임희경’ 역할로 인기를 얻은 뒤 그는 “싱크로율은 절반 정도”라고 밝혔지만, 동물을 향한 사랑은 걸크러시 임희경과 똑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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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의 순한 눈빛 모두가 만났으면”

그런 그도 인제의 꽃풀소들을 만나기 전날, 소들을 만나기 두렵다고 했다. “저 진짜 울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소들을 만나면 또 한 발 더 나아가게 되겠죠. 그들이 저에게 힘을 주지 않을까요.”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 ‘머위’과 소통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지난 3일 배우 임세미씨가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목장에서 단체가 구조한 소 ‘머위’과 소통하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제공

일정 둘째날 그는 소들을 만나고 소 보금자리가 지어질 인제군 신월분교를 찾았다. 폐교한 지 3년이 지난 학교는 고요했지만 평화로웠다. 동물해방물결은 학교 건물 뒤 500여 평의 동산이 소들의 삶 터가 될 거라 설명했다.

임씨에게 다시 ‘꽃풀소’ 6마리를 만난 감상을 물었다. 그는 고요해진 폐교에 새로운 숨이 들어차는 상상이 들었다고 했다. “하루빨리 이곳에서 사람들이 소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소의 눈빛이 얼마나 순한지, 얼마나 소통을 잘하는 동물인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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