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랄프를 구해줘’의 한 장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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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랄프고요. 음, 보다시피 토끼예요. 제 오른쪽 눈은 시력을 잃었고, 이쪽 귀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삐’하고 울리기만 해요.”
3분이 채 안 되는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토끼 ‘랄프’가 슬레이트(촬영 시작을 알리는 도구) 앞에 서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펜서 수서 감독의 단편영화 ‘랄프를 구해 줘’(Save Ralph)는 국제 동물단체 ‘휴메이소사이어티 인터내서널’이 제작한 실험동물 반대 캠페인 영상이다. 그러나 캠페인 영상 이상의 영화적 완성도를 지녔다.
제작진은 인형을 만들어 스톱 모션 기법으로 찍었는데, 인형은 6주 동안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3분이 채 안 되는 영상이지만,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 한 프레임씩 찍은 스톱 모션 기법상 촬영에만 50일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하루에 4초씩 찍은 셈이다.
특히 인형은 영화업계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인형 제작자 앤디 겐트는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눈의 크기나 얼굴이 변하는 모양 등 랄프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는 부분을 주의 깊게 보았다. 랄프가 정말 우리 세계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 등을 연출, 출연한 타이카 와이티티가 랄프의 목소리를 맡았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 있다. 토끼 랄프는 양치질을 하고, 시리얼을 먹고, ‘기이한 방식’으로 회사에 출근해 동료들을 만난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지난 24일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한국어 자막을 달아 이 영화를 유튜브(https://youtu.be/I3tta73m6Vg)에 공개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488만 마리가 실험에 사용됐다. 2020년에 견줘 18%가 증가한 수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