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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나고 자란 침팬지 광복·관순이 ‘반출’…고려장 아니면 뭐야

등록 2022-05-09 08:03수정 2022-05-10 17:05

[애니멀피플]
서울동물원 침팬지 동남아 ‘학대 동물원’으로
반출 반대 시민 집회…20여명 자발적 참여
8일 낮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조각분수대 앞에서 시민 20여명이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 동남아 체험동물원 반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숙 기자 <a href="mailto:suoop@hani.co.kr">suoop@hani.co.kr</a>
8일 낮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조각분수대 앞에서 시민 20여명이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 동남아 체험동물원 반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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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용 가치가 없어지니까 인도네시아로 보내는 것 아닌가. 이건 마치 옛날에 늙은 부모를 산에다 버리는 고려장과 다름 없다. 그 분노를 이기 못해 여기까지 나왔다.”

5월8일 낮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에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의 친구들’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관순이를 지켜줘’ ‘광복이 동남아 반출 결사 반대’ 등 직접 쓴 손팻말을 든 20여명의 시민들은 서울, 경기도뿐 아니라 창원, 아산 등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었다.

시민들이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친 공휴일에 대공원 앞에 모인 이유는 최근 서울동물원이 보유 중이던 침팬지 2마리를 인도네시아의 한 동물원으로 반출하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침팬지 광복이(2009년생), 관순이(2012년생)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침팬지 남매로 특히 관순이는 새끼 때 인공포육 중인 모습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TV 동물농장’에 방송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침팬지 관순이는 새끼 때 인공포육 중인 모습이 2013~2014년 여러 차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방송돼 사랑을 받았다. 티브이 화면 갈무리
침팬지 관순이는 새끼 때 인공포육 중인 모습이 2013~2014년 여러 차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방송돼 사랑을 받았다. 티브이 화면 갈무리

그러나 대공원은 광복이와 관순이가 다른 침팬지 무리와 합사가 어렵고, 순혈종이 아니라서 종 보전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 반출을 결정했고 이같은 사실이 최근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침팬지들을 보내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동물원 ‘따만 사파리’가 현지 동물단체도 방문 자제를 권하는 ‘동물학대 동물원’이란 점이다.(▷카드뉴스/학대 동물원으로 쫓아내지 말아주세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따만 사파리는 사자, 호랑이를 약물에 취하게 해 사진찍기 체험에 동원하거나 코끼리에게 학대 행위를 한 것이 폭로되어 논란이 일었던 시설이다. 이 동물원은 현재까지도 코끼리를 동원한 쇼와 각종 만지기, 먹이주기, 사진찍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동물원이 침팬지 2마리를 보내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따만 사파리’는 사자, 호랑이를 약물에 취하게 해 사진찍기 체험에 동원하거나 코끼리에게 학대 행위를 한 것이 폭로되어 논란이 일었던 시설이다. 국제동물단체 OIPA 제공
서울동물원이 침팬지 2마리를 보내기로 한 인도네시아의 ‘따만 사파리’는 사자, 호랑이를 약물에 취하게 해 사진찍기 체험에 동원하거나 코끼리에게 학대 행위를 한 것이 폭로되어 논란이 일었던 시설이다. 국제동물단체 OIPA 제공

동물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대공원과의 면담을 통해 반출을 중단하고 시설을 개선해 침팬지를 계속 사육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해왔다. 이와 함께 다른 반출지를 물색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으나 동물원 쪽은 동물중개상, 타 동물원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획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성남에서 집회에 참가한 김선미씨는 침팬지의 소식을 듣고 잠이 오질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저는 70살 할머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강아지를 키우게 됐고, 그때부터 동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29일 관순이 광복이 반출 소식을 듣고 화가 났고 눈물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 동물원이란 곳의 생명 경시가 너무 충격적”이라며 침팬지들을 절대 반출해선 안된다고 울먹였다.

성남에서 집회에 참가한 시민 김선미씨는 “관순이 광복이 반출 소식을 듣고 화가 났고 눈물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 동물원이란 곳의 생명 경시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분노했다. 김지숙 기자 <a href="mailto:suoop@hani.co.kr">suoop@hani.co.kr</a>
성남에서 집회에 참가한 시민 김선미씨는 “관순이 광복이 반출 소식을 듣고 화가 났고 눈물이 쏟아졌다. 국내 대표 동물원이란 곳의 생명 경시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분노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또 다른 참가자 이종석씨는 “저도 10년 전 티브이에 나온 관순이를 보고 귀엽다, 예쁘다 했었는데 반출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나오게 됐다. 저도 동물이 좋아서 동물원을 찾던 사람인데 지금은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지 싶은 때가 있다”며 “장막 뒤에서 고통 받는 야생동물, 동물원 동물들을 알고 나니 한 명이라도 더 힘을 보태야겠다는 생각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들이를 나왔던 시민들도 이들의 발언을 듣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거나 관심을 보였다. 경기도 여주에서 어린 자녀와 동물원 관람을 온 한아무개씨는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태어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보내진다니 불쌍한 생각이 든다”며 “공영동물원이라고 해서 믿고 온 건데 지역 맘카페나 SNS에 침팬지 소식도 올리고 민원에 동참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집회는 동물보호단체가 아닌 온전히 시민들의 주도로 개최됐다. 집회를 기획한 동물책전문출판사 ‘책공장 더불어’ 김보경 대표는 “광복이 관순이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게시물을 올렸더니 같이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우리끼리 집회라도 한 번 해보자’는 댓글들이 달렸고 그렇게 20명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와 집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8일 낮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조각분수대 앞에서 시민 20여 명이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 동남아 체험동물원 반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숙 기자 <a href="mailto:suoop@hani.co.kr">suoop@hani.co.kr</a>
8일 낮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조각분수대 앞에서 시민 20여 명이 ‘침팬지 광복이 관순이 동남아 체험동물원 반출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김 대표는 “온라인으로 만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클지 모르겠지만 작은 목소리가 모이고 모여 함성을 만들어내고, 광복이 관순이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매주 침팬지들을 위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물단체와 시민들은 광복이 관순이 반출을 막기 위한 ‘국민신문고 민원 넣기’ 캠페인 중이다. 국민신문고(https://www.epeople.go.kr)에 접속해 회원가입 또는 로그인을 하고, 민원신청 작성에서 발생 지역(경기도 과천)과 처리 기관(서울특별시)을 선택한 뒤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광복, 관순의 인도네시아 동물원 반출 중단을 요구한다’고 적으면 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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